"국민의당, '안철수당' 아닌 '호남당' 돼야"

[인터뷰] '호남코어 육성' 주장하는 박주현 전 최고위원

등록 2016.08.29 10:47수정 2016.08.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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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현 국민의당 의원. ⓒ 박주현 의원실


지난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이 주춤하고 있다.

지지율은 당의 기반인 호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하락세에 있다. 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이어지면서 여론의 집중도 역시 떨어졌다. 특히 총선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당 지도부가 붕괴된 것이 치명적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를 수습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반전을 일으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당의 비전을 놓고 갈등도 일어났다. 박 비대위원장과 황주홍 의원은 최근 의원 총회에서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외부에서 대선주자를 영입하려는 박 위원장에게 황 의원은 다른 세력과 연대를 주장했다. 일명 '제3지대'론으로 새누리당의 친박과 더민주의 친노를 제외한 모든 세력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그리고 또 하나의 논쟁이 있다. 총선에서 지지를 보내준 호남을 중심으로 당이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과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호남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자는  야권의 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만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 후자는 외연확대로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여야 호남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호남 세력'과 '안철수 세력'의 결합으로 이뤄진 국민의당이 피할 수 없는 논쟁이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이 가운데 '호남 우선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전북 군산 출신의 그는 총선 직후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도 호남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박 의원은 2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호남에 550만 명, 범호남으로 보면 1000만 명인데, 열성적인 야권 지지층 대다수를 잃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나"라며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다, '호남 개혁 코어'를 회복할 기회는 지금뿐이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참여수석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운영위원장(장관급) 등을 지냈다. 소위 '친노'로 분류될 만한 경력을 가졌지만 그는 한 개인을 따라 정치 세력이 분류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당이 한 개인을 코어로 하는 것은 후진적일뿐 아니라 '빠'(극성 지지층)집단을 만든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3김'을 얼마나 비판했는데,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최근 국민의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위기'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지지율도 떨어졌다. 무엇이 원인이라 생각하나?
"총선을 되짚어 봐야 한다. 기존의 거대양당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 특히 호남, 범호남은 '친문' 중심의 더민주에서 마음이 떠났다는 게 확인됐다. 호남, 범호남의 국민들이 국민의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여기에 안철수의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총선 불법 리베이트 의혹 사건으로 '새정치'에 대한 기대가 무너졌고, 국민의당내에서조차 호남이 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극성지지층(빠)의 부작용 목도, '비노'·'비박'도 황당한 설정"

-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손학규, 박원순, 정운찬 등을 언급하며 외부인사 영입을 강조하고 있다.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하나?
"안철수 개인의 당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국민의당을 대선주자들이 경쟁하는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경우의 수를 따져보면, 더민주의 경우 '친문'이 중심이 된 상태에서 호남이 다시 전폭적인 지지를 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다시 지지하지 않는다. 호남에 550만 명, 수도권 등의 범호남 층으로 보면 1000만 명이다. 열성적인 야권 지지자의 대다수를 잃고 어떻게 정권교체를 할 수 있나."

- 외부인사 영입이나 외연확장보다 호남을 코어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다. 여기에는 '코어(핵심) 집단'이 있어야 한다. 유럽의 정당들이 그렇다. 노동자나 중산층 등 사회계층을 코어로 하거나 보수, 진보, 환경 등 가치를 코어로 한다. 또 한 가지 코어가 되는 것이 지역이다. 영국의 스코틀랜드는 노동당의 코어였지만 이번에는 독립당의 코어가 됐다. 하지만 '부동층'을 코어로 하는 결사체는 없다. 부동층은 외연 확장의 대상이지, 코어는 아니다. 또 한 개인이 코어가 돼서는 안 된다. 후진국에서는 그럴 수 있다. 우리나라도 과거 '3김(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시대'가 그랬다."

- 지금의 더민주가 문재인을 코어로 한 정당이라는 뜻인가?
"그렇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김'을 얼마나 비판했나? 같은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한 개인을 코어로 하는 것은 후진적일뿐 아니라 '빠'(극성 지지층)집단을 만든다. '빠'들이 만든 정당은 그 대상이 되는 인물이 대선후보가 되지 않으면 무너진다. 그리고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랬다. 그 부작용을 지금도 목도하고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한 개인을 반대하는 것을 코어로 삼을 수도 없다. 그러니 '비박', '비노'도 황당한 설정이다."

- '코어'라는 개념이 모호해 보인다.
"코어는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다. 역사성이 있어야 한다. '영남 보수' 코어가 몇 십 년 동안 강고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때문이다. 영남 지역에 막대한 지원을 하며 지배계급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살아있는 신'이 됐다. 이후로 보수는 그 강력한 코어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5.18도 불사하며 코어를 유지한 것이다.

반대로 '호남 개혁' 코어는 어떻게 생겨났나. 1970년대 유신시대에 무지막지한 차별을 당하고, 빨갱이로 몰리고,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 조작까지 당하면서 30년을 지냈다. 그걸 뚫고 민주화를 이뤄내고, 정권교체를 이뤄내고, 정권 재창출까지 해낸 것이 '호남 개혁' 코어다."

"호남은 영남 친노 두 번이나 밀었는데, 친노는 호남 후보 거부"

- 하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에만 중심을 두면 '호남당'이라는 비판에 직면한다.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지적이 있다.
"코어 없이 어떻게 확장할 수 있나? 확장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된다고 해도 모래성일 뿐이다. 코어는 소속감이 철저하고 끝까지 책임을 지는 집단이다. 그런 집단 없이 중도층, 부동층으로 외연확대만 하는 건 금방 허물어진다. 물론 대선이 3,4개월 남아 있는 거라면 외연확대에 전력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1년 4개월이나 남았다. 코어를 회복할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 코어에 집중해야 한다."

- '코어에 집중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건가?
"당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코어가 쥔다는 것이다. 결정권 갖고 책임을 지는 집단을 형성해야 한다. 호남에 예산을 많이 배정하고 그런 게 아니다. 그건 차별 해소를 위한 방안이지, 코어를 형성하는 건 아니다. 호남에 소속감과 주인의식을 줘야 한다. 호남은 총선 때 그런 기대를 가지고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것이다. '안철수당'이 되거나 호남 의원들이 겉도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 호남이 코어가 되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호남은 이미 야권의 주도권을 가진 코어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충청과 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뤘고, 영남 (친노) 후보에게 두 번이나 몰표를 던졌다. 하지만 친노는 2007년 정동영을 비토(veto, 거부)했다. 호남은 친노에게 몰표를 줬는데, 친노는 호남에 기회가 왔을 때 '호남 불가론'을 덧씌웠다. 그러니 설득이 안 되는 거다. 그러니 더 이상 호남은 친노로 설득이 안 된다. 지난 대선 때도 호남은 안철수로 정권교체를 원했지만,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당이 호남 코어를 확보하고 나면 대선후보들의 경쟁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최소 3명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면서 호남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 그건 전략의 문제다. 호남 코어를 확보한 후에 생각해도 될 문제다. 지금은 '친문 코어'가 야권의 핵심 코어처럼 돼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친문 코어'로는 정권교체 할 방법이 없다. '친문 코어'를 극복할 수 있는 건 '호남 코어' 뿐이다."

- 하지만 국민의당 내에는 안철수 지지층이 상당하다. 앞서 '문재인빠'를 언급했는데 '안철수빠'도 만만치 않다.
"안철수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호남이라는 튼튼한 토대를 가진 정당이 돼야 국민의당 중심의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친안당'이 되면 '친문당'인 더민주와 차별성이 없다. 그렇게 되면 호남의 본진 세력이 떠날 수 있다."

"안철수 등 당내 주자들, 지금부터 캠프 꾸려 활동 들어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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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나누는 안철수-박지원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안철수 전 공동대표 ⓒ 유성호


- 안철수, 천정배, 정동영 등 당의 대선 후보군들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대선을 생각한다면 지금부터 개인적으로 캠프를 꾸려 활동에 들어가야 한다. 후보군은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당은 분명한 공당으로 가야 한다. 호남이 국민의당을 자신의 당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조직과 정책을 잘 구성해야 한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역할이다. 호남 중진 의원들도 결정권과 책임감을 가진 그룹이 돼서 당의 비전과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 그렇게 하면 호남 코어를 확보할 수 있는 건가? 일각에서는 현재 야권이 박근혜 정권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호남 개혁' 코어가 형성되는 과정은 독재정권과 맞서는 것이었는데, 당을 호남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만으로 되는 건가?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지금은 독재시대가 아니다. 과거에는 독재를 비판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가졌다. 엄청난 희생과 헌신이 필요했다. 그걸 통해 '호남 개혁' 코어가 뭉친 것인 맞다. 하지만 민주화를 이끌어 낸 지금의 우선순위는 박근혜 비판이 아니라 '정권교체'다. 국민이 원하는 건 하루하루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저 정권을 끝장내 달라는 거다. 즉 선거에서 이기라는 얘기다."

-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호남 몫'을 가지고 다른 세력과 연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그동안 충청도가 그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청에 강력한 대선 후보(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가 있다. 그러니 이번에는 호남이 그런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호남은 단순한 캐스팅보트에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호남은 단지 호남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의 다른 곳에도 '범호남'으로 영향을 미친다. 부산이나 서울에 야권의 지지가 높은 지역은 대부분 호남 출신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호남이 캐스팅보트가 되는 건 최소한의 경우다. 최대한으로는 주도권을 잡고 책임감과 헌신으로 정권교체의 주역이 될 거라 생각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박주현 #정동영 #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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