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VIP' 당신을 괴롭히는 민폐 승객들

[대중교통 무법자③] 지하철과 버스에는 '다른 사람'도 있습니다

등록 2016.09.03 11:15수정 2016.09.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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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대중교통 이용자 수가 어느덧 1100만 명이 넘어갈 만큼, 대중교통은 시민들의 '발'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몇몇 승객들의 '안하무인'적 행태는 다른 승객들에게 큰 불쾌감을 주는 한편,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대중교통 이용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대중교통 무법자'들을 직접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에서의 시민의식을 진단해보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왕복 2시간? 가깝네!"

서울에서 살다가 근교의 경기도 지역으로 이사한 후, 나의 거리감각은 바뀌었다. 서울 어딘가로 가기 위해 1시간이 걸리면 '가깝네'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절대적 시간이 늘어났고, 하루의 6시간 이상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는 일도 왕왕 있었다. 그러다 보니 필연적으로 대중교통의 '민폐'들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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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말. ⓒ 트위터 갈무리


1. 일단 부딪히고 보는 태클러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내리는 와중에 타려고 몸을 비집는 사람들, 이들은 미식축구의 태클에 가까운 과격한 몸짓으로 지하철을 지배하고자 한다. 이들은 보통 내리고 타는 사람이 많은 역에서 등장한다. 이들은 문이 열리는 순간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는 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어깨 사이를 파고든다. 이들의 목표는 단 하나,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선점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행동으로 인해 질서가 엉망이 되고 사람들은 어깨를 부딪치며, 누군가는 넘어지거나 가방에 부딪혀 몸이 '홱' 돌아가거나 하는 일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줄 뒤에 서 있을 때도 위력을 발휘한다. 이 '태클러'들은 앞에서 '내린 뒤에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까지도 밀쳐내며 난장판을 만든다.

자신이 자리에 앉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 혼란을 만들고, 사람이 다칠 수 있는 행위를 하면서 이미 만들어진 질서까지 파괴하는 행위는 이기적이고 반시민적일 수밖에 없다. 가히 '태클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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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들의 모습을 그린 만화가 있다. <스피드왕 번개>라고... ⓒ SBS <스피드왕 번개>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이런 '태클러'들은 버스에도 있다. 버스가 자신 앞에 서는 것이 아니게 된 순간, 사람들을 밀치며 문으로 달려간다. 문 앞에서 사람들의 줄이 얼추 만들어졌는데도 그 규칙에 따르지 않고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의 사당, 잠실과 같이 경기도와 연결된 지역은 출퇴근 시간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경기도로 이사 가고 나서 퇴근 시간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잡는 일은, 태클러들 덕분에 '전쟁'에 가까웠다. 수십 명의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 굳이 몸을 욱여넣는 그들 덕에, 나는 '짜부라지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타는 사람이 없는 뒤로 타겠다고 앞문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모세처럼 뚫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내리는 와중에 거침없이 버스에 몸을 싣는 것은 물론이다.

2. 스트리트 파이터

대중교통에서 다툼을 벌이는 사람들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부딪혔다거나, 왜 내가 아니라 당신이 노약자석에 앉아있냐는 '나이부심'에 의해서나, 혹은 어떤 젊은 사람의 옷이 맘에 들지 않는다거나 등등의 이유로 시비를 걸고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같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잊은 채 서로에게 육두문자를 포함한 인격모독을 시작한다. 말려도 더 커지는 그들의 고함은 한 명이 내려야만 끝이 난다. 사람들은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이어폰을 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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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트 파이터'를 자처하는 그들은 막상 실제로 싸우지는 않는다. ⓒ 유투브 캡처


3. '나 혼자 산다'류

또한 지역을 오가는 광역버스나 고속버스에도 민폐는 있다. 분명히 좌석제인데 다른 사람의 자리가 더 좋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의 자리에 떡하니 앉아 있거나, 뒷좌석에 사람이 앉아 있는데도 정도 이상으로 자리를 뒤로 눕히는 것들이 대표적이다.

냄새가 나는 음식물을 들고 타거나(밀폐된 버스에서 그 냄새는 구역질을 유발한다), 두 자리에 혼자 누워서 타는 사람들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사람이 없는 버스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나, 노선별로 지나며 사람을 추가로 태우는 버스는 처음엔 빈자리가 많더라도 후에 자리가 채워진다. 그 점을 감안할 때 누워 있는 행위는 결국 남들이 맘 편하게 자리에 앉을 권리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시끄럽기는 또 얼마나 시끄러운가. 짐승들이 영역에 배설물을 눈다면, 이 '민폐러'들은 보통은 '목소리'로 자신의 영역임을 과시하려고 든다. 전화통화를 쩌렁쩌렁하거나, 대화를 웅변하듯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같은 칸에 탄 사람들에게 굳이 자신의 사생활과 의견을 알려야만 속이 풀리는 것 같다. 보통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수십 명이 자신들에게 눈치를 줘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니면 알면서도 '당신들이 뭘 어쩔 건데'라는 식의 뻔뻔함으로 대응하거나, 참다 못해 누군가가 '조금 조용히 해달라'고 할 경우 싸움으로 번진다.

이런 경우는, 대중교통에서 자신 혼자만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너무나 위대해서 내 멋대로 활보하는 걸 남들이 꾹 참고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정말 '나 홀로' 세상을 사는 분들이다.

4. 범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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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 대합실에서 실시했던 성추행 예방 캠페인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성적으로 접근하려 하거나 모욕적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으로 지하철에서 흔히 생각하는 성추행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사실,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주변의 지인들은 '당했거나', '보았던' 일들을 자주 털어놓고는 했으니까.

다만 옆자리에 앉은 여성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치근대는 남성을 발견한 적은 있다. 처음에는 지인관계인 줄 알았으나, 나중에 여성이 내릴 때 보니 전혀 지인 관계가 아니었다. 단지 남자가 "집적"대고 있었을 뿐이다. 그 여성의 불쾌함과 공포감이 섞인 표정을 기억한다. 이러한 행위는 두 말할 것 없이 근절되어야 한다. 지하철은 변태성욕을 해소하거나 외로움을 달래는 장소가 아니다.

앞서 얘기한 민폐러들과 범죄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딱 하나다. 대중교통엔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타인을 신경쓰고 배려하자는 말은 '사람'이라면 인지하고 있어야 할 아주 '기본' 중의 기본이라서 굳이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지하철 #대중교통 #민폐 #최효훈 #대중교통 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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