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이어 시의원까지... 무차별 고소하는 고교

동구마케팅고, 최근 2년새 20여건 고소... '눈밖에 난 교사 괴롭히기' 논란

등록 2016.08.31 09:12수정 2016.08.3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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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서울시의원들이 30일 오후 성북경찰서 앞에서 김문수 서울시의원을 고소한 동구마케팅고 행정실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 왼쪽에서 네번째 흰옷 입은 이가 김문수 의원. ⓒ 공대위제공


"허허,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네요. 시의원이 기자회견 했다고 고소를 당하다니..."

30일 오후 서울 성북경찰서 앞. 경찰 조사를 받고 나온 김문수 서울시의원(전 교육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은 황당한 듯 혀를 찼다.

김 의원은 이달 초 서울 동구마케팅고등학교 이아무개 행정실장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김 의원이 이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실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지난 6월 21일, 당시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이던 김 의원은 교육위 소속 동료의원 13명과 함께 이 실장이 공금횡령 등의 이유로 실형을 받았는데도 그냥 재직 중인 사실을 외부에 알린 이 학교 안종훈 교사가 파면당한 경위를 따지기 위해 이 학교를 방문했다.

그러나 교장이 입장문만 읽고 자리를 뜨는 바람에 답변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정문 앞에서 ▲ 동구학원은 비리혐의로 유죄 받은 행정실장을 파면할 것 ▲ 공익제보 안종훈 교사를 복직시킬 것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산했던 것.

하루 앞서 경찰 조사를 받은 안 교사도 김 의원과 함께 이 실장에게 고소를 당했다.

이 실장은 안 교사에 대해서는 올 2월부터 6월까지 학교 근처에서 '행정실장의 당연퇴직 조치를 내린 교육청 감사 결과를 이행하라'며 학교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시위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교사는 과거 외부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학교 공금을 빼돌려 실형을 받은 이 실장이 당연퇴직 대상인데도 계속 돈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지난 2012년 시교육청에 제보했다. 안 교사는 이후 학교로부터 두 번의 파면을 당한 뒤 소송을 통해 복직했으나 지난 3월 다시 직위해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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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성북경찰서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에 참석한 김문수 서울시의원(왼쪽)과 안종훈 동구마케팅고 교사(가운데). ⓒ 공대위제공


22차례 고소... 모두 '혐의 없음' 등으로 결론나

문제는 이 같은 고소가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안 교사가 학교 측으로부터 당한 고소는 이번까지 합쳐서 행정실장한테 4번, 학교장한테 2번, 이사장한테 2번 등 모두 8번. 대부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다.

안 교사만 당한 게 아니다.

안 교사 파면의 부당함에 동조해 함께 피켓시위를 벌인 동구학원 동료 교사 10명이 1-3건씩 고소를 당했다. 안 교사를 포함하면 총 11명의 교사가 22번의 고소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동구학원측이 교사들에게 제기한 고소는 검찰에 의해 모두 '혐의없음', '죄가 안됨', '증거불충분' 등의 사유로 불기소처분 내려졌다.

검찰의 불기소처분 이유를 보면 "피고인이 실제 형사처벌 받은 사실이 있고, 사학비리를 바로잡고자 하는 공익적인 취지로 피케팅을 했다는 주장으로 보아 고소인의 개인적 명예를 훼손할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안 교사는 "이전과 거의 동일한 내용이고 행위 기간만 달라 불기소처분될게 뻔한데 큰돈을 들여 계속 고소장을 넣는 것은 학교 눈밖에 난 교사들을 괴롭히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했던 수사관도 이전에 동일한 내용으로 검찰에서 불기소처분 받았던 사안임을 알고 있더라"며 "고소가 들어온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경찰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매우 답답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사 전원 승인 취소, 임시이사 파견이 해결책"

이 행정실장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번엔 시의원까지 고소한 이유에 대해 "국록을 먹는 사람이 안전교육 점검 나온다고 학교에 와서는 플래카드 내걸고 개인의 7-8년 전 일을 가지고 비방하는 것은 명예훼손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유죄를 받은 것은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죽을 때까지 죗값을 치러야 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불기소처분 날 것을 알면서도 고소를 계속하는 것은 '교사 괴롭히기'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사람들이 나를 더 괴롭히지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그들을 괴롭히냐"며 "1년 전, 2년 전에 했던 걸 왜 계속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구학원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성북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회와 시의원들은 교육 현장의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정당한 의정활동을 했을 뿐이며, 그런 일을 솔선수범한 의원이 김문수 전 교육위원장"이라며 "행정실장의 고소는 이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자 방해행위"라고 규탄했다.

위원회는 또 "서울시교육청이 동구학원의 이사 전원을 승인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하기 위한 절차를 조속히 실행하는 방법밖에는 동구학원과 동구마케팅고의 비리를 해결할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비롯해 시의원 10여명이 나와 김 의원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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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6월 21일 오전 동구마케팅고를 현장방문한 뒤 '행정실장 파면', '관선이사 파견'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제공


#동구마케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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