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김영란법, 삼촌이 물어볼 땐

[특집 - 추석 시사 상차림] 누가 김영란법을 두려워하는가?

등록 2016.09.01 15:55수정 2016.09.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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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입니다. 일 년 중 며칠 안 되는, 가족과 친척이 다 같이 모이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며 안부도 묻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지요. 그러나 명절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설날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고,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라는 강경책을 내놓았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함께 밥을 먹던 중 누군가 "그래서 북한 놈들 도와주면 안 된다니까…"라고 얘기를 시작한 기억은 없나요? 이 말을 들은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셨습니까? 1. 다른 곳으로 슬쩍 피한다. 2. 침묵한다. 3. 같이 논쟁한다.

올해도 이슈는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100분 토론의 시간이 찾아올 가능성은 농후합니다. 그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몫이지만, 피하자니 답답하고 논쟁에 참여하면 싸우기 십상이죠?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요 현안에 대해 가족이나 친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논쟁에 참여하되, 흥분하지 않고 조목조목 가족을 설득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월간 <참여사회>가 주요 시사 이슈를 정리했습니다. 밥상 논쟁,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 있는 명절 되길 바랍니다.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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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에게 주는 선물이 과연 대가성 없는 ‘떡값’일까? ⓒ 참여사회


"정치에는 선물이란 게 없네. 혹시 모를 나중을 위해 주는 뇌물이 있을 뿐." - KBS 드라마 <정도전> 중에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른바 '김영란법'이 드디어 시행된다. 2012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입법예고 된 이 법은 그 후 2년 반이 지난 2015년 3월이 되어서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1년 반이 지나 정부의 시행령이 제정되었고, 오는 9월 28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현재까지도 여러 가지 우려와 논란이 많다. 이에 김영란법 시행과 관련된 몇 가지 논란들을 정리해보았다.

Q. 김영란법은 무엇인가?
현재 입법된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약칭은 '청탁금지법'이다. '김영란법'은 2012년 이 법이 처음으로 입법예고될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었던 김영란 전 대법관이 부패척결의 목표를 내걸고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에 붙여진 별칭이다. 김영란법이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이해충돌방지' 등 3가지를 주요 골자로 했다. 그러나 이중 '이해충돌방지'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음에 다시 입법논의 하는 것으로 미루어졌고, 현재 '부정청탁금지', '금품수수금지' 부분만 입법된 상태이다.

그동안 각종 부정부패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혐의를 받은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은 단지 선물이며 대가성 없는 '떡값'이라는 말로 일축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켜 왔다. 김영란법이 제정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2011년 '벤츠 검사' 사건 역시 변호사로부터 명품백, 벤츠자동차 임대료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아왔고 사건을 잘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도 발견되었지만, 결국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일 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 직무관련성·대가성 여부에 상관없이 부정한 청탁이나 고액(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의 금품·향응을 받는 것 자체를 금지하자는 것이 이 법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이를 용인하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하며, 이에 김영란법이 상당 부분 공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내수가 위축된다는 우려가 있다. 농축수산업자와 소상공인이 큰 피해를 입게 되나?
김영란법은 공직자 등이 1회 100만 원, 연 300만 원 이하의 금품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원활한 직무수행 및 사교·의례 및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식사, 선물, 경조사비는 3·5·10만 원 범위에서 받는 것이 허용된다.

그런데 몇몇 언론과 농축수산업, 외식업 등 관련 업계에서는 이 기준이 현실적이지 않고, 내수 위축이 예상된다며 아우성이다. 물론 법 시행에 따라 몇몇 업종의 관계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규모의 내수 감소를 예측하는 여러 주장은 법 적용대상자인 공직자, 사학, 언론인 모두가 현재 접대, 선물을 받고 있다고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이들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전체 수요에서 제거하고, 접대·선물 등이 허용 기준 금액보다 저렴한 식사, 선물로 대체되어 수요 감소를 상쇄할 가능성을 배제하는 등 피해규모를 과장하고 있다. 식사·선물구입에 사용된 법인카드 지출을 모두 접대성으로 잡고(회식비 등 내부용 지출 무시), 개인의 현금지출 비율(한국은행, '2015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및 시사점', 2016.1.)을 기업의 현금지출 추정액으로 그대로 적용해 접대성 지출 규모를 확대하거나(한국경제연구원), 설문조사를 근거로 매출감소액을 산정한 경우도 있었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하지만 반부패제도가 효과를 거두면 그것이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청렴도가 향상되면 공공정책과 시장의 운영이 공정하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이는 사회적 신뢰 구축과 더불어 국가신인도 상승효과로 이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의 청렴도가 OECD 평균수준으로 높아지면 연평균 명목 GDP가 0.65%(약 7조 6천억 원) 상승(현대경제연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용역보고서, '청탁금지법의 적정가액기준 판단 및 경제효과 분석', 2015. 9.)할 것으로 분석했다. 부패로 망한 나라는 있어도 부패방지로 망한 나라는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 사례가 있다면 알려 주길 바란다.

Q. '공직자 등'에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만 포함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란법이 처음 등장할 당시 적용대상자는 각 기관에서 일하는 공직자들, 국·공립학교 교원,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과 그 임직원이었다. 그러나 입법과정에서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간, 공직유관단체인 공영방송(KBS, EBS)과 다른 언론사 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다.

더욱이 국민의 여론형성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언론과, 주요 공교육 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교육할 사립학교는 공공성이 매우 강한 영역이지만, 그동안 권력·재벌과의 유착관계(언론), 촌지(사립학교) 등 부패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따라서 이들이 특별히 제외되는 것은 오히려 특혜가 될 수 있으므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금융, 의료, 로펌, 시민단체, 건설업 등도 공공성이 강하고, 국민의 삶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물론 이들 분야 역시 공공성이 높고, 불공정한 관행 등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의 입법으로 모든 영역을 아우르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공공성, 관행의 심각성, 국민의 인식에 따라 우선적으로 선택해 제도를 적용한 것이다. 오히려 이왕 언론과 사립학교 분야에서 청렴성을 강화하는 제도가 도입되었으니 다른 민간분야에서도 부패방지를 위한 제도적 논의를 공론화할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Q. 김영란법 도입으로 기자들의 취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하는데?
김영란법은 부정한 청탁을 받거나 금품수수를 하지 말라는 것이지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하고, 취재원과의 접촉을 제한하는 등의 조항은 없다. 편집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 따라서 김영란법이 언론취재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이며, 그러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언론의 취재·보도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이 만연해 있음을 방증한다.

오히려 언론인들은 이 법의 시행을 구실로 부당한 청탁과 금품 등을 통해 보도의 공정성을 흐리는 일부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표적수사 등 언론인 탄압의 구실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으나 애초에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면 문제 될 일이 없다. 그래도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표적 수사 우려에 대해서는 김영란 전 위원장이 제안했듯이 검찰이 언론을 수사하기 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사전 통보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Q. 김영란법에 국회의원은 적용 제외된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지 않다. 우선 금품수수의 경우 국회의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부정청탁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선출직 공직자나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의 제개정 및 폐지, 정책·사업·제도 등 개선에 관해 제안하거나 건의하는 경우에는 부정청탁으로 보지 않는다는 부분인데, 이는 국민의 위임을 받아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법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제3자의 고충민원 중 '공익적인 목적'으로 보기에 모호한 사례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이나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한다면 이 또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법이 아니라 그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얼마나 상식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하는가에 달려 있다.

Q. 김영란법 원안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
'김영란법에 이해충돌 방지가 포함됐으면 국회의원 친인척 채용이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영란법 원안에는 공무수행을 통해 추구해야 할 공익과 개인의 사익이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 자신의 사적인 이익이 걸려있거나 직무의 상대방이 공직자 자신의 4촌 이내 친족인 경우, 해당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공직자의 영리·외부활동을 제한하고, 소속기관이나 산하기관에 해당 공직자 가족을 채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등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회 입법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 부분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정된 법안에서 빠졌고 추후입법 논의하기로 결정되었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은 국가정책 전반을 다루는데, 그렇다면 그 친족은 어떠한 직업도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의원도 있다.

하지만 장관 자녀의 특별 채용, 친인척이 근무하는 회사에 발주주기 등 고위공직자의 가족, 친족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부정부패로 이어져 온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국회의원들의 가족 보좌진 채용 역시 김영란법 원안대로라면 '가족채용금지' 규정에 의해 제한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직업선택의 자유 논란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채용과정을 통할 경우 허용한다'는 내용이 원안에도 있듯이 몇 가지 보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조만간 입법논의가 다시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신동화님은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입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9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김영란법 #고위공직자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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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1995년부터 발행한 시민사회 정론지입니다. 올바른 시민사회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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