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진앙 위치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진앙이 최대 활성단층인 양산단층대... 시간이 없다, 당장 원전을 멈추고 점검해야

등록 2016.09.13 09:34수정 2016.09.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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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7시 44분 리히터 규모 5.1을 시작으로 여진이 계속되더니 오후 8시 32분에는 규모 5.8가량의 지진이 다시 발생했다. 여진은 밤새 수십 회 이어졌다. 지진 발생 지역은 경주시 남서쪽 9킬로미터로 두 진앙지는 1킬로미터 차이라고 한다. 월성원전으로부터 27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다.

진앙지가 월성원전과 떨어져 있고 월성원전 내진설계가 지진가속도 0.2g(지진규모 6.5)이므로 원전에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종오 의원실에 따르면 월성원전 1호기에 전달된 최대지반가속도가 0.098g로 수동정지 설정치(0.1g)에 근접했다.

당장 문제 안 생겼으니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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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매뉴얼에 따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결국, 자정이 다돼서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월성원전 부지에 감지된 최대지반가속도가 0.12g라면서 월성원전 4기를 모두 수동정지시켰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원전 건물의 감지기와 월성원전 부지에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감지기가 차이를 보이면서 즉각 수동정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진행 경과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 당장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원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앙지가 활성단층대인 양산단층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지진의 진앙지는 양산단층대 부근인데 두 번째 지진은 양산단층대와 일치한다. 또한, 이번 지진은 구마모토 지진 이후에 울산 앞바다에 발생한 뒤 더 큰 지진으로 내륙의 활성단층대에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구마모토 지진의 에너지가 한반도 동남부 일대의 활성단층대를 자극해서 더 큰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의 내진설계 이하의 지진발생이라고 안심할 수만 없는 상황이다.

지금 바로 정부가 해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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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동남부일대 주요 활성단층대와 경주 지진 진앙지, 원전 위치도 ⓒ 환경운동연합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말 대신 각 원전의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 원전의 내진설계가 아니라 실제 어느 정도의 지진을 견디는지 평가해야 한다. 내진설계는 설계일 뿐이며 시공과는 다른 문제다. 또한, 내진설계 평가에는 설비의 노후화를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오래된 원전일수록 내진설계를 신뢰하기 어렵다. 가동 중인 원전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점검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울산 지진 발생이후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번에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다. 앞으로도 이번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역사상 지진 기록으로 1643년에 한반도 동남부 일대에 진도 7~7.3의 지진이 기록됐기 때문이다. 진앙지에서는 훨씬 더 큰 지진일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처럼 큰 규모의 지진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아도, 드물지만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기록이 있다.

최근 학계는 한반도 최대지진 규모를 7.45±0.04라고 평가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이다. 최소 규모 7~7.5이상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의 위험을 늘려서는 안 된다. 신규원전을 취소하고 노후원전을 폐쇄해서 원전을 줄여나가는 것만이 안전에 대비하는 최선의 길이다.

더 큰 지진 오면 그때는 답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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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저녁 재난대책본부가 마련돤 경주시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진이 발생하면 원전 안전에도 문제지만 동시에 큰 전력량이 전력망에서 빠지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한 곳에 원전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진에 의해 원전이 안전하게 정지됐다고 해도 한꺼번에 멈춘 원전으로 대량의 원전 전기가 전력망에서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전반적인 전력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수동정지한 월성원전 4기의 설비용량은 총 2779MW이다. 현재 10만180MW의 설비 중 약 3% 정도이고 최대전력소비 시에도 3만 MW가량의 여유분이 있으므로 큰 문제가 될 건 없다. 하지만 더 큰 지진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서로 45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월성원전과 고리원전 부지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때는 최대 14기 원전(고리원전 4, 신고리원전 4, 월성원전 4, 신월성원전 2), 1만2716MW가 동시 가동 중단될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를 제외해도 이 정도 전력량이다. 이 전력량은 전체 설비의 13%가량이라 무시할 수 없다. 한여름이나 한겨울처럼 냉난방수요가 급증할 때 예비 전력이 10% 안팎인 상황에서 이 정도가 빠져나가면 전국이 정전되는 '블랙아웃'이 발생할 수도 있다.

원전을 한 곳에 모아 건설·운영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신규 원전을 취소하고 노후원전 폐쇄해서 점차 원전을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환경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월성원전 #경주지진 #활성단층 #양산단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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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 전'핵없는사회를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월성원전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 민간검증위원. 대한민국의 원전제로 석탄제로, 에너지전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 기자가 됨.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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