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가 썩었는데 더 썩으면 오라는 치과, 왜일까요

[살며 사랑하며 ⑩] 인간의 순수본능에 부합하라

등록 2016.09.19 14:22수정 2016.09.2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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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가 계획도시인지라 쾌적합니다. 널찍한 도로에 녹지도 많고 편의시설이 대부분 걸어서 7-8분 거리인데다가 고속도로도 바로 인근에 있지요. 또, 세계 최고라는 대기업이 있어서 먹거리와 유흥문화가 넘쳐납니다.


그런데 잘 조성된 상가 밀집 지역은 하루가 멀다하고 이집 저집 내부 공사를 하면서 간판이 바뀝니다. 장사가 잘 안되는 거지요. 이상합니다.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는 거리에서 어느 집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어느 집은 문닫고......

몇년 전부터 매해 건강검진을 받습니다. 검진 마지막 단계는 치과 진료입니다. 병원과 연계된 치과가 부근에 있고 실장이라는 여성이 진료 후에 상담을 합니다.

"이가 상당히 안좋으시네요. 일단 잇몸치료부터 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치료를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무지 고생합니다."

두세번 가면서 느끼는 것이 그 상담 실장은 갈 때마다 겁을 줍니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도 거기를 갖다와서 손사레를 쳤습니다. 유전적으로 치아건강을 타고났기에 여지껏 문제가 없었는데 이곳 저곳 문제라고 했다네요.

저는 치아에 별 문제 없이 50년 넘게 훌륭히 썼습니다. 다만 언제부터고 앞니 두개가 썩어 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치과를 갔더니 더 썩으면 오라고 합니다. 평생 쓸 치아인데 더 썩으면 오라니요, 그것도 앞니인데...  >.<


나중에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한참 잊어먹고 있다가 동네에서 아이가 치과 가는 길에 따라갔다가 앞니를 봐달라고 했습니다. 젊은 의사가 친절하게 상담을 해줬습니다.

"앞니가 조금 벌어지셨네요. 크게 신경이 안쓰이면 그냥 썩은 부위만 치료하고 치아 색 나는 보정물로 덮씌우면 됩니다. 물론 보험이 됩니다."

그 다음주, 그 의사는 제 썩은 앞니를 가지고 한참 동안 열심히 작업했습니다. 거울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어우! 했지요. 감쪽 같았습니다. 전혀 티가 안나고 반질반질했습니다. 그리고 앞니 두대 치료비 28000원을 냈습니다. 예전 그 치과에서는 앞니가 치료하기 어렵고 새로 안하고 떼워서는 별로 돈이 안되니 더 썩으면 오라 했던 거지요.

고객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업의 성공에는 치과든 라면집이든 동일한 원칙이 있습니다. 그 주인의 의식이 오직 고객의 호주머니에만 관심이 있느냐, 아니면 그 업을 통해 고객과 함께 기쁨과 즐거움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입니다.

가끔 보면, 치과든 라면집이든 손님이 아무 생각이 없는 줄 압니다. 고객은 불편한 것을 못참지요. 내 돈을 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사람의 본능입니다. 김밥을 한줄 먹고 나와도 그 짧은 시간에 많을 것을 느낍니다. 고객의 호주머니에만 관심이 있는 주인은 배려라는 것이 없습니다. 손님은 온몸으로 느끼는데도 말이지요.

반대로 손님에게 신뢰를 주는 주인은 손님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려는 사람입니다. 치과 진료가 기본적으로 비싸기 때문에 부담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아서 그 젊은 의사는 먼저 보험이 되는 진료를 권합니다. 당연한 거지요.

그리고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진료에 최선을 다합니다. 손님이 만족할 수밖에요. 앞니를 치료한 후 저희 가족은 모두 그 치과를 다니고 이웃집에도 소개를 해줬습니다. 모든 치과가 사람들로 넘쳐나지는 않지만 그곳은 갈 때마다 붐볐습니다.

지난 명절 연휴, 항상 다니던 카페가 문을 안 열어 인근 다른 카페에 들렸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다국적 커피 전문점입니다. 넓은 공간에 명절인데도 손님으로 꽉찼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데, 한 점원이 끊임없이 소리쳤습니다.

"감사합니다. A-97번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바닐라 아이스크림, 모카 치즈케익 나왔습니다~"

거기 있는 동안 주문한 것이 나왔다고 외치는 여직원의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습니다. 사람들 대화소리와 섞여서 장터에 온 것 같았습니다. 하루종일 소리 질러야 하는 그 직원도 고역이지요.  다른 카페에서 쓰는 진동벨을 쓰면 직원도 편하고 손님들도 조용해서 좋을텐데 말입니다. 수년 동안 그래왔기에 그 업체가 영업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전국 매장에서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 카페가 다른 곳보다 손님이 많다지요. 저는 그것을 성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성공은 주인이 고객과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태도에 있지 돈에 있지 않거든요.

옥시를 성공했다고 보는 사람이 있을까요. 혹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봉지를 과대포장해서 소비자를 우롱하며 얄팍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요. 성공의 의미를 이윤추구에만 두기 때문일 겁니다.

열흘 전 인천의 한 재개발 지역을 다녀왔습니다. 수십년 동안 한동네 살던 지역 주민들에게 대기업 건설사가 허술한 법을 이용하여 횡포를 부렸습니다. 주민들이 살던 내 집에서 곧 쫓겨날 상황이었지요.

건설 기업들의 부도덕함  때문에 여러 재개발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고통을 당하나요. 그들을 거리로 내몰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기업들이 성공한 건가요.

서민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반사이익을 취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오래갈까요. 지역주민들이 당하는 고통은 부도덕한 기업의 머리 위로 되돌아갈 것입니다. 당장 눈앞에 안보일 뿐이지요.

동네 상점이 계속 바뀌면서 장사가 잘되거나 안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하지만 구멍가게나 대기업이나 성공을 돈에만 둔다면 성공의 진정한 가치를 잃고 있는 것입니다.

성공은 고객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고자 하는 태도와 비례합니다. 그 태도가 인간의 순수 본능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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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분수대 동네 먹거리 광장 중앙에 있는 분수대입니다. 저 소년은 매일 저기 앉아서 이집저집 간판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고 있지요. 몇가지 기능만 바꿔 신제품이라고 내놓는 스마트폰 기업들은 그 간판을 유지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구멍가게든 대기업이든 고객과 함께 기쁨을 공유하겠다는 태도를 배운다면 성공은 그리 멀리있지 않습니다. ⓒ 전경일


#성공 #본능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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