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열고자 과거를 공부하는 모임, 초대합니다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에 초대합니다

등록 2016.09.20 11:34수정 2016.10.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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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가 봐요?"

이웃 대안학교 선생님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안양 지역의 대안학교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다. '새들'은 우리 학교를 흔히 부르는 말이다. 우리는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배움터경당)이다. 이웃 학교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은 우리를 간단히 '새들'이라 부른다. "새들은 말야..." 하고.

이 질문은 인문학 세미나를 3년째 이어 하고 있는 우리 학교에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함이었다. 어떤 때는 서양철학도 공부하고, 어떤 때는 동양철학도 공부하고 주역동의보감도 공부한다고 하니, 꼭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가 궁금했다기보다는 인문학 전반을 공부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었다. 특별히 웬만한 대안학교에서는 하지 않는 천자문이며, 추구, 격몽요결, 논어 등 한문고전 수업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를 조망하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갑니다. 전체 속에서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계속해서 모색해 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의 답변이다. 따라서 우리 학교, 배움터경당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공부해 가는 것은 인문학에 국한되진 않는다. 과학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수도 있고, 마을이나 도시에 대해서, 때론 건축이나 환경에 대한 세미나를 열 수도 있다. 그 모든 영역이 어느 것 하나 치우침 없이 우리 삶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니까 할 게 너무 많다. 공부할 게. 실천할 것도 많은데.

어른들께 당부하는 게 있다. 자꾸 아이들에게 뭐 하고 싶냐고 재촉하지 마시라고.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은 널리고 널렸다. 잡념 없이 부지런히 배우고 부지런히 연마해 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실체 없는 걱정에 매여 뭐 하나 제대로 손에 잡히지도 못하게 하지 마시라는 것이다. 관계 속에서 공부하고 실천하는 것이 무르익다 보면 간절하고 간절해지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니, 그때나 물심양면 지원해 주시라. 다른 아이들, '다들'이라는 실체 없는 주류 이미지에 현혹되어 아이들 압박하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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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제1회 교육문화연구학교로 열렸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의 행복 교육 강의 후 찍은 기념 사진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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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두 번째 해에 열린 '공적 글쓰기' 강의 후 다함께 단체사진.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와 함께.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배움터경당은 올해로 세 번째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연다. 2014년 첫 해는 '교육'을 주제로 모였다. 덴마크 학생들의 행복 비결을 전하며 전국 투어를 하던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와 우리나라 대안학교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간디학교의 양희창 전 교장을 모셔 강의도 듣고 책 읽고 토론도 했다.


두 번째 해는 <뉴스앤조이> 김종희 전 대표, <복음과상황>의 옥명호 편집장, 현재 뉴스펀딩으로 언론의 정도를 새삼 다지고 있는 박상규 기자를 모시고 '공적 글쓰기' 강의도 듣고 실전 글쓰기 수련에도 임했다. 글쓰기로 나를 냉정히 깎고 다듬으며 나부터 교육해 가자는 취지에서다.

중간중간 '새들생명울배움터 연구소'(새들연구소)에서는 생명을 살리는 사회적, 물리적 운동으로 독립운동사와 생명의 농사를 공부하기도 했다. 동서양 철학을 공부하며 이 땅의 사상의 흐름을 짚고 현재 우리의 사유가 어떤 뿌리와 흐름 가운데 그 자취를 두고 있는지도 살펴보았다.

새들연구소는 인생 전반의 대안을 모색하며 평생을 배움과 실천을 견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모인, 공부하고 연구하고 실천하는 어른들의 공부실천삶 공동체다. 새들연구소의 회원들은 배움터경당의 자원교사로 결합하기도 하고 이모삼촌으로 불리다 어느 순간 상근교사로 돌변하기도 하면서 2세대 교육기관인 배움터경당의 지적·인적·재정적 필요를 측면 지원한다. 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연구해 가는 거리들은 배움터경당의 공부 과제로 계승되며, 경당의 재정적 필요가 있을 때는 경당의 독립을 돕는 것을 전제로 공간 마련을 돕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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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변화와 전진의 공적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그리고 이제 2016년 가을에서 겨울로 흘러가는 길 위, 세 번째 열리는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에서는 '역사'를 공부한다. 그렇다. 2017년은 19대 대선이 있는 해다. 이 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수렴과 응집의 점을 찍어야 할 때다. 우리는 어떤 걸음을 걸어왔는지, 지난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가늠하고자 한다. 역사를 공부한다고 하면 그거야 늘 하는 일이겠지만, 길을 가늠할 뿐만 아니라, 새 길을 낼 수 있는 뜨거운 열정을 우리 안에 일으키고자 한다. 역사는 불타는 영혼들의 치열한 인생의 역사기에. 죽어도 결코 짓밟히지 않는 그들의 생명의 열망과 간절함을 이어받고, 이 땅이 새로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도무지 가둘 수 없는 사무침으로 함께 불타오르는 시간 되게 하자.

특별히 역사 연구와 교육에 평생을 바치며 살아오신 노역사가들을 모셨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이이화 역사학자,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그 오랜 세월 치열히 연구해 오고 가르쳐 온 끝에 그분들이 간절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다.

"저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을 들려주세요."

그분들께 요청드린 단 한 가지다. 그 많은 연구와 공부 끝에, 지금 그들이 우리 세대들에게 간곡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 간절한 한마디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분들이 인생을 바쳐 애써 온 그 노력과 깨달음을 뜨겁게 계승하는 자리가 되게 할 것이다.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가 열리는 자리는 노학자들인 강사와 연구소의 이모삼촌들 선생님들, 배움터경당의 학생들, 3대가 함께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구소의 결혼한 회원들의 아기들도 함께하니, 엄밀히 4대가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살아 낼 것이며 살아 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의 다음 세대에게 성공적으로 계승해 낼 것이다. 그 온 기운을 받고 자라난 갓난아기들이 성장할 즈음이면 우리가 그토록 간구하던 정의와 사랑의 땅이 풍성히 열매 맺을지 누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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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변화와 전진의 공적 글쓰기' 강의를 듣고 있는 참가자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새들생명울배움터가 그동안 열어 왔던 세미나는 강의를 듣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회원들이 책을 읽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도 항상 함께 열었다. 이번에 읽는 책들은 신채호의 <조선상고사>,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박은식의 <한국통사>이다. 책들만 보고 우리가 어떤 성향인지 섣불리 판단하는 이들이 있다. 상관없다. 우리는 오늘만 사는 것이 아니므로, 지금 우리를 어떻게 판단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살아갈 것이므로, 다만 혹여 섣불리 판단했다가 이후에 '달라졌다' 실망만 하지 마시길.

"글이라고 하는 것은 심정이 발로되어 쓰여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극한 심정이 있어야만 글이 쓰여지는 것이다. 공자께서 천하에 왕도가 없어 사람들이 짐승처럼 되어 가는 것을 괴로워하여 <춘추>를 지어 후세에 전함으로써 어지러운 세상이 나타나면 이로써 바로잡을 수 있게 한 것이니 바로 이런 지극한 심정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한국통사>의 발(跋)문에 적힌 글이다. 나라가 위태로웠던 그 시절, 애끓는 심정으로 온 생을 바쳐 나라의 안녕을 빌며 기록했던 그 책들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고자 한다. 이번 역사 공부는 고대사부터 근대사까지 전체를 조망하는 데 목적이 있다. 더 세세히 살피고 생각해 보고 토론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시간이겠지만, 책을 부지런히 읽고 허락된 시간 안에 그래도 함께 생각과 영감을 나누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함께하는 공부의 폭과 깊이는 독학에 비할 바가 아니다. 즐겁기까지 하다.

이번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에는 새롭게 탐방이 더해졌다. 그런데 뜬금없이 '지동벽화마을'을 탐방하고, '복내전인치유선교센터'를 탐방한다. 과거의 역사 현장을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역사 이야기에는 들어오지도 않을 법한 미세한 오늘의 역사 이야기를 만나고자 계획했다. 역사는 언제나 이렇게 예기치 않는, 그러나 간절하고 지속적인 작고 작은 하루하루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에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두 곳을 방문해 그곳이 살아온 역사를 들으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 걸음이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를 향해 우리가 열어 가야 할 오늘 여기의 역사는 무엇일지 숙고해 보고자 한다. 이 두 곳의 탐방지를 잡은 것은, 이번 세미나의 주요한 목표가 과거를 해석하는 것에만 있지 않고 미래를 열어 가는 중요한 걸음이 되고자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E. H. 카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했으며, 아인슈타인은 '과거, 현재, 미래는 동시에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에서는 지금 여기의 역사는 과거를 해석함으로 현재를 형성해 가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으로부터 현재를 생성해 가는 것임을 믿으며, 많은 꿈과 희망의 씨앗을 오늘에 흩뿌리는 역사 공부를 해 갈 것입니다."

이번 세미나에 초대하는 글의 한 대목이다. 공부하게 될 내내 계속해서 미래를 가늠하고 꿈 꿔 보는 것이 중요한 축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함께 읽을 책이 월터 부르그먼의 <예언자적 상상력>이다. 우리는 어떤 심정과 자세로 미래를 조망하고 예측해 가며 상상력을 발휘해 가야 할지 공부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다. 사실 우리가 세미나를 여는 장소는 그리 넓지 않다. 70명이 들어오면 거의 꽉 찰 정도의 장소다. 지금 벌써 50명 가까운 인원이 신청했다. 그래서 더 많이 참여해 달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글을 쓰려면 그런 의도로 써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 쓰면서도 '너무 많이 오면 안 되는데' 하는 소심함이 자꾸 목구멍을 메우니, 글을 쓰는 목적이 불분명하기는 하다. 어쩌면 그저 역사를 남기고자 쓰고 있는 글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네 분의 강사님들을 모시는 자리는 빼곡하면 좋겠다. 힘나시도록. 그래도 서서 강의 듣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니, 10월에 진행되는 강의에는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면 좋겠다. 하루 참여하기 원하는 분들에게도 열어 두려 한다. (하루 참석 1만 원) 한국교회사를 강의하는 젊은 40대 강사 양진일 목사를 제외하고 세 분의 강사는 노강사님들이시니, 그분들의 열정적인 강의를 그래도 많은 분들이 놓치지 않으시면 좋겠다. 물론, 한국사 속에서 한국교회사가 어떤 의미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양진일 목사의 강의는 기독교계에서 광범위한 교육과 감동을 일으키고 있는 강의이므로, 이 역시 '무조건 참여'를 아낌없이 권한다.

책 세미나는 혹 참여가 어려우면, 온라인상으로 얼마든지 함께할 수도 있고, 혹 많이 참여하신다 해도 길이 없지는 않다. 배움터경당은 어려운 물리적 여건 속에서도 교육을 펼쳐 가며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상이 있다. 전쟁 통에, 혹은 열악한 시절, 천막 쳐 놓고 수십 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던 모습이다. 그렇게도 공부했는데, 장소나 조건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 교육의 입장이다. 주어진 조건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최대한의 유익을 얻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정신으로 공부하고 있으니, 뭐 인원이 많을 건 피차 너무 걱정 말기로 하자. 우리의 의미 있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그리고 올 가을겨울 뜨거운 역사적 만남이 장소의 협소함 정도는 거뜬히 무색하게 할 것이므로. 

※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신청 바로가기 -> http://cafe.daum.net/kyungdang/coIz/35
※ 1회.역사현장탐방①-역사를 만들어 가는 첫걸음 '지동벽화마을이야기' 일정 안내
         -> http://cafe.daum.net/kyungdang/coIz/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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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덧붙이는 글 <뉴스앤조이>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경당 #새들 #교육 #역사 #교육문화연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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