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고령화로 지방 소멸? '서울'도 위기다

[소멸 2039 ①] 수도권에서도 젊은 여성은 줄어들고, 고령인구는 늘어난다

등록 2016.09.25 21:40수정 2016.09.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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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와테 현 지사, 중앙 정부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자신의 책인 <지방소멸>에서 향후 30년 이내에 고령화와 20~39세 여성인구 감소로 대부분의 지방 사회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2008년부터 순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고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고용력이 떨어지는 지방에서 청년층 인구 유출이 더 빠르다. 이 추세라면 2040년에는 젊은 여성인구가 절반 이상 줄어든 곳이 896곳(49.8%)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가임 여성 90%가 속한 젊은 여성이 많을수록 잠재적 출산율도 높은데 그들이 줄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지방은 소멸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이 마스다의 접근 방식을 차용해 쓴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5년 20~39세 여성인구는 전체 인구 13.4%,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3.1%로 거의 1:1의 비율에 도달했다.

지방은 왜 소멸 위기에 처했나?

2004년에는 젊은 여성인구가 2배 정도 많았지만 11년 사이에 이렇게 됐다. 두 지표 간 상대비가 2.0에서 1.0으로 줄어든 일본 16년, 미국 21년보다 빠르다. 보고서는 인구 유지 최소 방어선을 상대비 1.0으로 본다. 이조차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대체출산율 2.1명이 전제되고 인구 유출도 전혀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때 이야기다. 한국은 초저출산 사회다. 2015년 합계 출산율은 1.24명에 불과하다.

또한 1월 취업포털 사람인에 성인 1665명에게 이민 의향 묻자 78.6%가 '갈 수 있다면 가고 싶다'고 답했다. 여성(81.8%)이 남성(77%)보다, 미혼(80.5%)이 기혼(72.7%)보다, 30대(82.1%)에 이어 20대(80.0%)가 이민 의향이 높다. 후속 기사에서 분석하겠지만 생산 가능 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이것은 인구 쟁탈전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참고로 일본 아베 총리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영주권 취득 제도를 갖추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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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개 기초 지자체 중 '소멸 위기'에 처한 곳은? (자료=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는 지자체별로 얼마나 젊은 여성인구 비중이 불균등한지 확인하고자 지니계수도 산출했다. 이 값이 0.5에 가까울수록 불균등한데 2004년 지니계수 값이 0.24에 불과했다면 2014년 0.43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편 고령인구 비중의 지니계수는 같은 기간 0.34~0.35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고령인구 분포는 전국적으로 큰 변동이 없었지만 젊은 여성인구 분포는 지역 간 격차가 확대되어 왔다는 것. ⓒ 한국고용정보원


따라서 최소 방어선 1.0은 이미 무너졌고 지방의 상황은 훨씬 더 처참하다. [지도1] 왼쪽은 젊은 여성인구와 고령인구의 상대비를 지역별로 나타낸 것이다. 빨간색일수록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이다. 오른쪽은 젊은 여성인구 10% 미만인 곳들의 최근 10년 사이 감소율이다. 이런 지자체가 2004년에는 6곳이었지만 2014년에는 77곳으로 늘었다.

한편 한국은 고령화율이 13.1%로 아직 '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7% 이상)'이지만 지자체별로는 이미 2014년 228곳 중 78곳(34.2%)이 '초고령화 사회(20% 이상)에 진입했다. 최소 방어선에서 절반 정도 더 후퇴한 상대비 0.5 지역들인 이런 곳들은 전국에 79곳이나 달한다. 대부분 비수도권이다. 고령화가 기존 인구 구성을 유지하며 자연적으로 진행됐다면 젊은 여성인구는 지역 간 이동을 통해 수도권과 대도시에 주로 집중되어 온 것이다.


특히 [그림4]를 보자. 젊은 여성 인구 비중 하위 20곳은 6.6~7.8%에 불과하고 이런 지역들은 고령인구도 30% 이상을 차지한다. 최근 10년 간 젊은 여성인구 감소율도 40%에 달하는 곳들이다. 이런 지역들은 젊은 여성인구 비중을 늘릴 방법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출산율이 높아져도 30년 이내에 소멸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수도권도 부메랑을 피할 수 없다

'그럼 서울은?'이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봤다. 물론 마스다 히로야도 <지방소멸>에서 대도시는 젊은층을 블랙홀처럼 집어삼키는 '극점사회'이지만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탓에 더욱 자녀를 낳기 어려워 지방 다음에는 도쿄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도쿄권의 합계출산율은 1.13명(2013년)이고 서울은 1.001명(2015년)이므로 마스다의 예측이 더 잘 맞아 떨어지리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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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인구 서울'도 이제 옛말이다 (자료=국가통계포털) 2005-2015 주민등록 연앙인구 추이. 주민등록 연앙인구란 '(전년말 주민등록인구+금년말 주민등록인구)/2'를 통해 평균을 산출한 인구다. ⓒ 하지율


지방 다음 도쿄 차례가 온다는 마스다의 '연쇄 붕괴 이론'보다 지방만큼은 아니지만 도쿄도 이미 붕괴 중이고 지방 붕괴가 진행될수록 더 가속화된다는, 미우라 아쓰시가 이야기한 일명 '동반 붕괴 이론'이 현실을 더 잘 설명해주지 않을까 싶었다. 미우라 아쓰시의 책인<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는 도쿄권 자체의 소멸에 집중한다. 다만 미우라의 이론은 집값과 소비 문화의 변화까지 건드리므로 따로 후속 지면을 내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우선 마스다의 접근 방식을 차용하되 미우라처럼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자체의 속사정을 더 깊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서울 인구는 2005년 약 1017만 명에서 2015년 약 990만7천여 명으로 줄었다. 1000만 인구가 붕괴된 것이다. 반면에 경기도와 인천은 각각 약 16.61%, 약 11.56%씩 늘었다.

대도시 인구 집중으로 지방소멸이 일어나는 와중에 같은 수도권 내 서울 인구는 줄고 경인 지역 인구는 늘었다. 이것은 인구 재생산 잠재력이 서울에서 경인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는 뜻일까? 얼핏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10년간 20~39세 여성인구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 것이 아니다.

서울의 손실을 상쇄할 만큼 인구 이동이 존재한다고 보려면 젊은 여성인구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어 왔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가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가정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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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05년과 2015년을 비교해보면 이미 수도권내 대부분의 지역들은 20~39세 여성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하지율


위 자료는 2005년 대비 2015년 20~39세 여성인구의 증감률 하위 20곳, 상위 20곳을 확인한 것이다. 수도권내 시군구 79곳 중 64곳이 젊은 여성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81.01%(10곳 중 8곳)에 해당하는 실정이다. 경기도 화성시, 김포시, 용인시 기흥구 등 15곳이 증가를 기록했지만 수도권 내 젊은 여성인구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체적으로 봐도 서울 -16.5%, 경기 -5.69%, 인천 -6.2%씩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인 지역은 전체 인구는 늘었는데 정작 젊은 여성인구는 줄어든 역설적인 상황이다. 아까 여러분은 [지도1]을 통해 수도권 내에서 12곳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들이 연두색이나 초록색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여성인구와 고령인구의 상대비가 최소 방어선인 1.0을 넘었다는 의미였다.

이런 지역들도 실상을 까보면 전망이 암울하다. 최소 방어선이 유지되려면 젊은 여성이 많든가 고령인구가 적어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에서 젊은 여성이 줄었으니 희망의 반 토막이 날라갔다. 젊은 여성인구의 감소 폭보다 고령인구의 감소 폭이 훨씬 크다면 아직 반쪽의 희망은 남아있지 않을까? 그런 희망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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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KOSIS)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는 피할 수 없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 하지율


이처럼 최근 10년간 수도권의 고령인구는 증가 일로를 걸어왔다. 젊은 여성인구는 감소하면서 고령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수도권도 이미 내부적으로 붕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스다의 연쇄 붕괴 이론은 도쿄권이 젊은층을 흡수해도 생활비와 일자리 경쟁 탓에 자녀를 낳기가 더 어렵고 지방이 소멸하면 대도시 인구 유입도 줄어 지방 다음 대도시 차례가 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한국은 마스다가 가정한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남아 선호사상이 만든 비극

놓치지 말아야 할 의문이 있다. 지방에서도 20~39세 여성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수도권 역시 이보다는 덜 하지만 마찬가지다. 그럼 대체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사실 사라지지 않았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재 20~39세 여성들의 출생 연도를 추적해보면 맞언니인 39세가 1977년생, 막내 20세가 1996년생이다.

대부분 1980~90년대 출생자들인데 이 시기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사실상의 산아 제한 정책이 실시됐던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이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초음파 의료 기술 발달 등의 변수들이 맞물려 부모들이 여아만 골라 떼며 아들을 갖고자 했고 1981년 107.2였던 성비(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1990년 116.5까지 치달았고 1996년까지도 110대가 이어졌다.

문제는 여아 감소가 지금의 20~39세 여성인구 자체가 감소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청년층이 아무리 아이를 많이 낳아도 지방소멸, 수도권 소멸을 극복하기도 어렵다. 또한 지금의 청년층은 선배 세대들보다 불안한 주거·경제 상황에 놓여있어 아기를 많이 낳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초저출생 사회' 극복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며, 한국 사회의 생산성을 지탱하는 15~64세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인구 절벽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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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마스다 히로야 / 와이즈베리 / 2015 / 1만4000원) <도쿄는 교외 지역부터 사라져간다!>(미우라 아쓰시 / 김중은·임화진 옮김 / 국토연구원 / 2016 / 2만원) ⓒ 와이즈베리·국토연구원


마스다의 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인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 보고서 역시 아직은 희망을 꿈꾼다. 보고서는 지방이 소멸하는 이유로 '젊은 여성에게 매력적인 지역'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젊은 여성이 (아직까지는) 이미 모여있는 곳은 역시 서울이고, 모여들고 있는 곳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세력권의 신도시들이라고 지적한다.

이어서 행정수도 및 공공기관 이전 등이 지방에 젊은 여성인구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고 있고 이런 신흥 성장지역들은 출산율도 높다는데 주목한다. '젊은 여성이 살기 좋은 매력적인 사회'를 만들려면 지자체가 대상이 모호하고 효과가 불분명한 청년 정책 대신 타깃을 구체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에게 주거환경·문화시설·양육 및 교육 여건 제공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라는 게 최종 결론이다.

하지만 이것조차 잘 진행되고 있지 않고, 실은 이것만으로도 부족하다. 보고서의 논리대로라면 앞으로 지방소멸에서 살아남으려는 지역들은 경쟁할 것이다. 아니. 이미 경쟁 중이다. 여기에 덧붙여 수도권도 소멸 중이라는 게 확인됐으므로 기초 자치단체 전체가 경쟁에 놓일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와 국가 간의 경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문제는 경쟁이 과연 해법이 될 수 있느냐다. 지역들이 어필을 할 여성들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지방도 수도권도 소멸하면 미래에는 무엇이 남을까.

#지방소멸 #도쿄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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