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술 싸들고 가는 중국인, 왜냐하면

[중국사람 이야기 ⑦] 한국인은 잘 모르는 중국인의 생활습관

등록 2016.09.24 10:54수정 2016.09.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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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밤 중국인들로 붐비는 바오젠거리 모습. 입구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한다면서도 '무단횡단, 쓰레기 투척 등 기본질서를 지키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는 중국어로 된 제주지방경찰청의 메시지가 보인다. ⓒ 연합뉴스


최근 한국에서 중국 관광객과 한국 사람 사이에 서로 다른 생활 습관으로 부딪치는 일이 많습니다. 중국에는 '새로운 지역에 가면 새로운 지역의 습관을 따라야 한다(入乡随俗)'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고사성어처럼 한국에 온 중국 관광객은 당연히 한국의 생활 습관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제주도에서 자신이 마실 술을 가져온 중국 관광객과 한국 식당 주인 사이에 일어난 갈등을 접하고, 서로 조금만 상대방 나라 생활 습관을 알았다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생활 습관을 알지 못해 발생하는 불필요한 다툼이나 서로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기분이 언짢아지는 경우가 줄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한국과는 전혀 다른 중국 생활 습관과 중국 사람 사고방식 몇 가지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1400만 명인데, 그중 중국 사람이 750만 명으로 53%를 차지합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300만 명인데 그중 중국인은 720만 명으로 54%를 차지하죠.

식당에 자신의 술을 가지고 가는 중국 사람

중국사람은 자신이 마실 술을 직접 들고 식당에 가곤 한다. 사진은 중국 산동성 지역 술인 경양춘(景陽春). ⓒ 김지현


중국에서는 식당에서 술을 마실 때, 손님이 술을 직접 가지고 갑니다. 그러니까 중국 식당에서는 안주만 파는 거지요. 손님이 술을 가지고 가서 마시는 게 손님이나 식당 주인 모두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는 가짜 술이 많기 때문에 중국 사람은 식당에서 파는 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믿지 못합니다. 그래서 중국 사람은 자신이 오래 거래해서 신뢰할 수 있는 가게에서 술을 사 가지고 다니면서 마십니다. 한국에 관광 오는 중국 여행객 중 상당수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가짜 술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 술을 중국에서 준비해 가지고 와서 마실 겁니다.

한국 식당 주인 입장에서는 이러면 매상이 줄어들까 염려됩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국 사람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많이 주문하고 많이 남겨야 잘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과 비교해서 적게는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음식 주문량이 많습니다. 술을 못 팔아 생기는 손실 부분은 많이 주문하는 음식으로 메워집니다.

왜 중국 사람이 식당에서 가짜 술을 판다고 생각하는지는 '중국에서 짝퉁이 없어지는 않는 이유'기사를 참고하세요.

중국 식당에서는 한국 식당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 flickr


한여름에도 팔팔 끓는 물을 마십니다

중국 사람은 한여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팔팔 끓는 물을 마십니다. 그래서 공공장소에서는 반드시 물을 끓이는 기계를 설치해 끓는 물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식당에서도 당연히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줍니다. 그것도 컵에 물을 담아 주는 게 아니라, 주전자에 가득 채워 주전자째 줍니다. 중국 사람은 먹는 음식에도 '음양'의 조화가 있다고 생각해 차가운 물에는 '음'의 기운이 있다면서 마시지 않습니다.

중국 관광객에게는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펄펄 끓는 물을 주전자에 담아주세요. 그러면 종업원을 불러 뜨거운 물을 달라고 성가신 부탁을 하지 않게 됩니다.

식탁에서 숟가락·젓가락·컵을 씻어 소독합니다

중국 사람은 식탁에 놓여 있는 숟가락, 젓가락, 컵을 씻어서 사용합니다. 식당에서 제공하는 숟가락, 젓가락, 컵이 깨끗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이때 주전자에 있는 뜨거운 물을 사용해 소독도 겸합니다.

위생적인 식사 도구를 사용하겠다는 중국 사람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입니다. 이렇게 식사 도구를 씻은 물을 바닥에 확 뿌려 버립니다.

이러면 바닥이 질펀해져 보기가 나쁠 뿐 아니라,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신발 흙이 묻어 지저분해집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도 요즘은 물을 버릴 수 있는 물 전용 대야를 준비해서, 이곳에만 물을 버리게 합니다. 중국 관광객을 맞이하는 식당은 물 전용 대야를 별도로 준비하면 좋습니다.

계산하면서 돈을 던집니다

중국 인민폐. 중국인들은 계산을 할 때 돈을 던지는 습관이 있다. 기분 나빠하지 마시라. ⓒ economyria.com


중국 사람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돈을 받는 사람 손에 쥐여 주지 않고, 계산대에 던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서로 간에 감정이 상했을 때,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돈을 던지지요. 그래서 한국 가게 주인이나 종업원이 중국 관광객에게 이런 경우를 당하면, 기분이 언짢은 정도가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상대방에게 돈을 줄 때, 계산대나 바닥에 던지는 게 전혀 문제 되지 않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때 중국 사람은 한꺼번에 돈을 던지지 않고, 상대방이 돈 액수를 확인하라며 한 장 한 장씩 나눠 던집니다. 나름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중국 친구에게 왜 상대방에게 돈을 던지냐고 물어보면, 중국 친구도 확실한 이유를 밝히지 못하고 그저 "생활습관"이라고만 말합니다. 중국 친구 이야기 중에 조금은 근거가 있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거리상으로 떨어져 있어서 손으로 전하기 어려우면 돈을 던져 준답니다. 일견 그렇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허리를 숙여서 손을 뻗으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둘째. 중국에서 1979년 시장경제를 도입하기 전에는 음식을 포함한 모든 생활용품이 배급제였답니다. 그래서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배급소에서 물건을 구할 때 돈을 사용하지 않고, 식권이나 물표로 대신했는데 이때 식권이나 물표를 식권상자나 물표상자에 던졌답니다. 이런 생활습관이 아직 남아 있어서 돈도 던진다고 합니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중국 친구도 확실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어쨌든 돈을 던져 계산하는 방법은 이미 중국 사람에게는 익숙한 생활 습관이기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조심한다 해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 가게 사장님이나 종업원이 중국 관광객에게 이런 경우를 당해 기분이 나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똑같이 거스름돈을 던져 주면 됩니다. 거스름돈을 던져도 중국 관광객은 기분 나빠하지 않습니다.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중국 사람

중국에는 위조지폐가 많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가게라도 위조지폐 식별기를 설치하고 물건값으로 받은 지폐를 일일이 확인해 봅니다. 마찬가지로 거스름돈을 받은 손님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발휘하여 지폐를 확인합니다. 지폐를 햇빛에 비춰보고, 지폐의 구석 면을 문질러보고, 지폐를 벽에 비벼서 색깔이 묻어나는지 살펴보고, 심지어 지폐 양쪽을 손으로 당겨 지폐가 찢어지는지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중국 사람은 이렇게 돈을 주고받는 상대방이 서로의 앞에서 위조지폐를 확인하는 게 훗날 발생할 수도 있는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한국 가게에서 거스름돈을 받은 중국 관광객이 지폐를 이리저리 살피고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렇게 저렇게 하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말고, 중국 사람은 돈을 받으면 당연히 위조지폐 여부를 확인한다고 여기며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사실 중국 관광객이 한국 지폐를 감별할 능력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저 중국에서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그럴 뿐입니다.

작은 도로에서는 스스럼없이 무단 횡단합니다

중국 광동성 불산시 첩산시장 바깥에서 중국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는 모습. ⓒ 광불도시왕


차가 쌩쌩 달리는 큰 도로에서는 중국 사람도 절대로 무단 횡단하지 않습니다. 목숨을 걸만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차가 없는 작은 도로에서는 바로 옆에 횡단보도가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무단 횡단합니다. 중국 친구에게 왜 무단 횡단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나름 논리적인 답변을 해서, 저도 반박하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

첫째, 작은 도로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차가 없을 때 도로를 건너면 횡단보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과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답니다.

둘째, 도로에 차가 없었기 때문에 차량 통행에 어떤 지장도 주지 않았고, 또 자신이 도로를 건너는 행동이 주위 사람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았답니다. 결론적으로 '남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고, 자신은 시간을 절약하는 이익을 얻었는데 얼마나 합리적이냐'고 말합니다.

도로에서 무단 횡단하는 중국 관광객을 보게 되면 교통법규만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논리적으로 이해시키려 하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은 나에게 체면을 주지 않았다

중국인에게 체면은 상당히 중요하다. ⓒ 중국 지혜세계


중국 관광객과 분쟁이 생겼을 때 주위에 다른 중국 관광객이 있으면,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중국 관광객의 잘못이 확실하다 할지라도, 여러 사람이 있는 앞에서는 중국 사람과 다투면 안 됩니다.

중국 사람은 체면을 굉장히 중요시합니다. 한국 사람도 체면을 중요시하지만, 중국 사람은 한국 사람보다 몇 배 이상 체면을 중요시합니다. 중국어에는 '체면을 잃었다(丢面子)'는 단어 외에, '체면을 주다(给面子)', '체면을 주지 않다(不给面子)'는 표현도 있습니다.

중국 사람은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내가 잘못 한 일을 들춰내면, 상대방이 아무리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한다 해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대방이 나에게 체면을 주지 않아, 내가 체면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잘잘못이 분명한 일이라도, 법정에서 다투는 외에는 해결 방법이 없습니다.

중국 관광객과 다툴 일이 생겼을 때는, 당사자 둘만의 공간으로 장소를 옮겨 이야기하면 됩니다. 시비가 분명한 일은 쉽게 해결됩니다. 중국 사람의 잘못이 확실하더라도, 그가 주위 사람에게 체면을 잃게 하면 안 됩니다. 중국 사람에게 체면을 잃는 일은, 창피스럽고 부끄럽다는 한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치욕을 당했으니 언젠가는 복수해야 한다는 인생의 목표를 가지게 합니다.

이번 회에는 한국과 다른 중국 사람의 생활 습관과 사고방식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저는 중국 산동성에 살면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넓습니다. 지역에 따라 생활 습관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릅니다. 저가 중국 사람 모두를 경험해 볼 수는 없습니다. 여러분의 피드백을 기다립니다.

[About me] 20년 동안 봉급쟁이로 일하다 회사에서 잘린 후, 집에서 1년 정도 백수로 놀았습니다.  2006년부터 중국사람과 무역 일을 시작했고, 3년 전에 돈이 될까 싶어 중국에 와서 장사를 했지만 헛힘만 쓰다가, 지금은 중국 산동성에 있는 학교에서 중국학생을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2014년 '한겨레신문출판사'에서 <어린이 문화교실> 책을 출판했고, 2015년 고맙게도 '한우리독서논술'에서 제가 쓴 책을 논술교재로 채택해주어 인지세를 받아 그럭저럭 생활하고 있습니다.

[Story]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중국 #중국 사람 #중국 관광객 #생활 습관 #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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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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