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미르 800억? 세월호도 900억 금방 모아"

단식 중에도 박 대통령 변호한 이정현

등록 2016.09.28 15:16수정 2016.09.28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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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 방송기자클럽 토론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제가 듣기로는 청와대가 나서서 강제성을 갖고 한 모금 형태가 전혀 아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청와대를 둘러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적극 변호하고 나섰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미르재단 출연 당시 대기업에 기금 압력을 넣었다는 녹취록을 공개한 것에 대한 전면 반박이었다.

이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 참석해 평소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논란, 국민의당 연대 가능성,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 등 당내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위한 단식을 벌이고 있는 그였지만, 토론회 내내 그의 목소리 크기는 잦아들 줄 몰랐다. 패널로 참석한 문호철 MBC 정치부장이 "단식 중인데도 말씀하실 때 목소리가 파워풀하다"면서 "하고 싶은 말씀이 많아서 그런가보다"라고 강조할 정도였다. 이 대표가 가장 강하게 발언한 대목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즉 당정 간 소통 내용을 묻는 질문에서였다.

"미르 800억? 세월호는 1조 가까이 금방 모였다더라"

특히 그는 재단법인 미르 관련 의혹에 대한 답변에서 "필요한 경우 저는 대통령과 하루에 몇 번씩 통화한다, 미르 관련 의혹을 전혀 몰라서 물어봤다"며 청와대의 의견을 녹인 자신의 입장을 열변했다. 이 대표는 미르 재단 출연 당시 정부의 압력으로 빠른 시간에 전국경제인연합 소속 대기업들의 기금 약 800억 원이 모였다는 의혹에 관해 '세월호'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세금도 많이 내지만, 불우이웃에 성금한다고 하면 200억씩 내고 그러지 않나"라면서 "천안함은 3일 만에 몇 백억이 모였고, 세월호는 900몇 억, 1조 원 가까이 금방 모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물자를 지원해야한다고 할 때도 아주 신속하게 전경련이 돈 걷어 사회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뜻있는 사업을 위해 기업 기금을 출연한 이전 사례처럼, 미르 재단 출연 기금 또한 비슷한 맥락의 경우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문화융성의 시대는 박근혜 정권의 4대 목표 중 하나다"라면서 "전경련과 안 수석 사이에 문화 체육계를 이렇게 지원하려고 한다, 하면서 (소통이) 오갔다고 한다, 사회공헌 방식으로 모금을 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해명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이런 사업에) 참여할 때 자발적으로 하는 사람, 설득 당해서 하는 사람, 분위기 밀려서 하는 사람 등등 모두 (참여 의도가) 일치 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도 자기 주체가 있는데 그렇게 하겠나, 제가 듣기로는 그런 강제성을 가지고 한 모금 형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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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는 이정현 대표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권우성


"의혹이 밝혀지기도 전에 (수석을) 갈라고 하는 이게 정상인가?"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당대표 취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 양반이 거론된 문제가 대통령을 모시다가 생긴 일인가, 아니면 대통령의 가치를 지키다가 생긴 일인가"라면서 "순전히 개인적인 일인데 대통령과 여당이 곤혹을 치러야하는가, 하는 게 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우 수석의 개인사를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우 수석의) 의혹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의혹 제기로 (수석을) 바꿨다고 치자, 계속 의혹제기를 하고 (언론들이 장관이나 수석을) 갈라고 하면 대통령이 누구랑 국정 운영을 하겠나, 이런 관례는 남겨져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목소리를 연이어 높이던 이 대표는 다시 잦아든 목소리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그렇게 아끼고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조카와 동생을 청와대 발길도 못 들어오게 하는 대통령이다, 의혹 제기한다고 해서 수석을 갈아 치우겠나"라면서 "(문제가 있다면) 우리 대통령은 언제라도 갈아 치울 거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 무릎 꿀리려 했다면 사람을 잘 못 봤다, 박 대통령은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성토했다.  

"수직적 당청 관계가 우려된다"는 패널의 질문에는 "한 번 물어보고 싶다"면서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를 수직, 수평이라고 하는데 삼각자로 달았나, 저울로 쟀나... 그런 용어를 쓰는 사람들은 기본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발끈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비정상의 정상화 실현했다"

'대통령 국정 평가'는 칭찬 일색이었다. 이 대표는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정 홍보처를 따로 두고 몇 천억씩 (국정을) 홍보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홍보가 뭐 중요하느냐'고 했다"면서 "모든 대통령이 자기가 만든 당에서 쫓겨나지만, 이 정권은 그렇지 않지 않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은 '공무원 연금 개혁'을 꼽았다.  이 대표는 "공무원 연금 중 들어가는 돈이 하루 100억 원이 넘는다"면서 "모른 척하고 넘길 수도 있었지만, 욕 먹어가며 결국 처리했다"고 극찬했다. 이어 그는 "욕심 내지 않고 질 높은 정책을 펼친 것도 그렇고, 북핵에 대해 세계 70개국이 우리 입장을 지지한 외교력도 포함해서(잘했다)"고 말했다.

당내 '반기문 대세론'에 대해서는 반 사무총장을 위한 특별대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 대표는 "(대권주자끼리) 서너 달 동안 치열한 정책 토론을 벌이게 할 것"이라면서 "그 토론에 (반 총장이) 멤버로 참여한다면 기꺼이 환영하겠지만, 그분만을 위한 카페는 깔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친(親)호남' 행보를 보인 이 대표의 의중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한 패널은 "최근 동교동계를 찾기도 하고, 호남에 대한 각별함도 보였다"면서 "국민의당과 연대도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 대표는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은 없다"라면서 "한국 정치가 정계 빅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라도는 급진 좌경이 아니다, 제대로 된 진보, 급진이라도 좋다"라면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합리적 보수만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문을 활짝 열고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과 연대 가능성에는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모든 일은 여러 공감대 형성이란 게 있는 것이고, 여러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긍정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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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대표 방송기자클럽 토론 김재수 장관 해임안 처리에 반발해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중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8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정세균, 초유의 일이니 초유의 방식으로 대응"

한편, 이 대표는 토론회 시작과 끝에 정세균 국회의장과 야당을 원색 비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야권은) 새엄마 밑에서 훌륭하게 자란 김재수 농림축산부장관을 가정사를 들먹여 장관 자격이 없다고 온 국민 앞에 매도했다"면서 "임기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을 쓰러지게 만들고, 이렇게 국정을 농단해도 되는 거냐"고 소리쳤다.

이어 그는 "국정을 비난하고 삿대질하는 사람들이 국감을 할 자격이 있나, 제가 이렇게 단식하고 있는 이유다"라면서 "국민 여러분도 거야의 올바른 정치가 이런 것인지 파악해달라"고 읍소했다. 정세균 의장에 대해서도 "초유의 일이니 초유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라면서 "국회 파행의 모든 책임은 정세균 의장에게 있다"고 비난했다.

단식 투쟁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 번 다졌다. 그는 "(단식으로) 어질어질하지만 괜찮다"면서 "쇼다, 코미디다, 저를 두고 비아냥거리는데 지켜보면 알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론회 말미에도 "여소야대로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금 야당이 다수당이 되자마자 우리가 한 것의 곱하기 10으로 오만을 부리므로 국민이 다시 야당을 심판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의 마지막 발언은 청년들을 위한다는 메시지였다. 요지는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라는 긍정의 힘을 강조한 연설이었다. 이 대표는 큰 목소리로 "YOU CAN(너는 할 수 있어)!"를 외치면서 "절망이나 좌절에 빠진 청년들은 저를 한 번 봐라,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도 의지와 신념만 있으면 할 수 있다, 포기하자 말라"고 조언했다.
#이정현 #세월호 #박근혜 #우병우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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