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새누리당, 국감 복귀 놓고 투톱 균열도

이정현 '국감 복귀' 주문에 정진석 당황, 의총 격론 끝에 보이콧 입장 유지

등록 2016.09.28 19:29수정 2016.09.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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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복귀 거부한 새누리당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이정현 대표의 국정감사 복귀 요청이 전면 거부된 가운데, 정진석 원내대표와 박대출, 김석기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이정현 대표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며 "하지만 아무일 없다는 듯 국감에 복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정세균 의원의 부당한 23일 의사진행에 대해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새누리당이 국정감사 복귀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반발,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촉구하며 국감 등 정기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 들어간 지 사흘 만이었다. 결론은 국감 보이콧 방침 유지였다. 당내 일각의 국감 정상화 주장에도 당내 강경파의 국감 거부 입장이 다시 관철된 셈이다. 그러나 체면은 제대로 구긴 결과였다. 무엇보다 당내 투톱 간의 균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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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서울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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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3일째 부축 받고 있는 이정현 단식 3일째인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참석해 열린 정세균 의장 사퇴 촉구 집회에 발언을 하기 위해 부축을 받고 입장하고 있다. ⓒ 이희훈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대규모 규탄 결의대회에서 "내일(29일)부터 새누리당은 국감에 임해달라"라면서 "제가 (정세균) 국회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즉, 유승민 의원 등 당내 일각에서 주장했던 '투트랙 투쟁' 전략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사전에 상의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앞서 '국감 복귀'를 주장했던 당내 일부 의원들을 향해 "죽어도 당론을 못 따른다면 무소속 정치를 하는 게 옳다"며 윽박질렀던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관련기사 : '국감 복귀' 윽박지른 정진석, 그러나 결론은?)

"당대표 내버려 두고 복귀 못 한다" 목소리 높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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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진성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의총에 참석에 모두발언을 하는 너머로 국방위원장 김영우 의원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전날(27일) 김영우 국방위원장의 국감 참여 선언 이후 확산됐던 내부 균열이 확실히 표면화된 격이었다. 결의대회 직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이러한 균열은 확인됐다. 한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이제 고생 끝났다, 대표님 의지가 저러한데 (국감 복귀로)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당대표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렇게 제안했는데 그걸 받지 않으면 완전히 콩가루 되는 것 아니냐"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당 '정세균 사퇴 관철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조원진 최고위원은 의총장에 들어서면서 "(이정현 당대표) 본인이 모든 짐을 지고 가겠다는 뜻일 텐데 지도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그러면서 "대표 본인이 모든 책임 다 지고 가겠다는 건데 우리 당으로 봐서는 맞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의총장에서 지도부를 향해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소리쳤다. 서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 "(국감에) 복귀는 해야 하지만 이정현 대표가 오늘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면서 "정치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 (정 의장 규탄하는) 신문광고가 내일 나오고 하는데 오늘 복귀하자는 수순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진태 의원은 "대표는 우리를 생각해서 (국감에) 들어가라고 하지만 대표가 단식하고 있는데 어떻게 갈 수 있느냐"라며 의총장 내 다수가 국감 거부를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의 주장은 의총장에서 부결됐다. 정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우리는 의장의 책임을 물을 것이고 내일 국감에 들어가지 않는다, 복귀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이정현 대표의 충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우리 대다수 의원들은 '당대표 단식하게 내버려 두고 국감 복귀할 수 없다'고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감 정상화 여부를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한 이 날 모습은 향후 국감 복귀 가능성을 더욱 키운 것이기도 하다. 앞서도 국감 복귀 주장을 폈던 의원들은 정 원내대표의 '징계' 시사 발언에도 국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늘 일로 투쟁 동력이 더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당장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전혀 그런 것 없다, 오히려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답했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대오를 더욱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에 동조하기로 했다"면서 "정진석 원내대표를 필두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돌아가며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당대표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 등과 만나, "그만큼 의원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감 거부 유지 결론을 수용했다. 그는 "의원들이랑 상의도 안 했다, 의원님들은 국회 가서 정상적으로 해도 내가 알릴 수 있는 건 알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자신이 돌연 국감 복귀를 주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소속 의원들이 동조 단식에 나서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다른 의원들은) 안에 들어가서 (국감 등을) 하고, (국회의장 사퇴 투쟁은) 내가 할 수 있다는 마음이지만"이라면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그 이유로 "(의원들은) 정세균씨나 더불어민주당, 앞으로도 다수 야당의 횡포가 이것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시작했으니 끝을 보자, 그것을 많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트랙 투쟁' 지지하는 의원들은 발언 못 해, 결국 국감 정상화 빨라질 듯

그러나 새누리당이 이날 보여준 혼란을 감안하면, 국감 정상화가 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 강경파가 '징계'까지 거론하는 상황임에도 당대표까지 '투트랙 투쟁'이 맞다고 밝힌 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대표의 발언은 점차 다수화 되고 있는 당내 '국감 복귀' 여론과 당 안팎의 여론조사에서도 '투트랙 투쟁'이 맞다는 여론이 앞서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이날 의총에서 국감 복귀를 반대한 서청원 의원조차 시점을 문제 삼았을 뿐 정상화에 반대한 것은 아니다.

게다가 국감 보이콧 유지 등을 결정한 이 날 의총에서는 '국감 복귀' 주장이 일절 나오지 못했다. 김영우, 하태경 등 '투트랙 투쟁'을 주장한 이들은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의원들은 '말할 기회도 안 주느냐'고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즉, 당의 국감 보이콧 입장에 대한 당내 불만이 잠시 강경파의 압박에 의해 눌려 있기만 한 상태인 셈이다. 당장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29일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를 주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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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국감 복귀 소식 반겼던 우상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국정감사 관련 기자간담회에 환하게 웃으며 들어서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정감사 복귀 선언을 환영한다"며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는데 국감 복귀 결정이 국회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의 의총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야당도 새누리당의 이날 결정을 비판하면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앞서 야당은 이 대표의 국감 복귀 발언을 접하고 환영 의사를 편 바 있다. 특히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대 과제였던 국감 정상화가 됐으니 민생 문제를 최대한 다루겠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 일반증인 채택을 계속해서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비공개 의총을 통해 국감 보이콧 유지를 결정하자 야당의 반응은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재정 더민주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김영우 국회 국방위원장의 국감 복귀 의사 개진과 연이은 새누리당 중진의원들의 국감 복귀 요청 등 국민여론을 고려한 이 대표의 무거운 결단이 사실상 번복된 것"이라며 "매우 아쉽다. 한시라도, 국감장으로 돌아와 민생을 위해 일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정현 #정진석 #새누리당 #국정감사 거부 #정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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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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