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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과 지상파 오가는 작가들... 능력 있네?

<더블유> 송재정, <캐리어를> 권음미 통해 바라본 인기 작가의 현주소

16.10.05 10:43최종업데이트16.10.0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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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뷰에서 배우 윤여정은 자신이 "tvN의 열혈 시청자"라며 "새로운 것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단 윤여정만이 아니다. 주변에서는 아예 tvN에 채널을 고정해 놓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조기 종영한 KBS2TV <뷰티플 마인드>의 경우 애청자들은 차라리 OCN이나 tvN으로 갔다면 드라마 운명이 달라졌을 것이라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신선한 시도로 대중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케이블 드라마 성공은 곧 공중파의 위기가 되었다. 주중미니시리즈가 시청률 20%를 넘기기 어려워졌고, 케이블 드라마 보다 낮은 3% 대 시청률 드라마도 나왔다. 그 위기를 타파하고자 공중파가 꺼내든 칼은 바로 케이블의 인기 작가들의 재영입이다.
 
< W >의 송재정 작가


드라마 <더블유>. ⓒ MBC



대표적 작가가 바로 얼마 전 종영한 <W>의 송재정 작가다. 송재정 작가는 1998년 <순풍산부인과>를 시작으로 <똑바로 살아라>(2002), <거침없이 하이킥>(2007), <크크섬의 비밀>(2008) 등 공중파 시트콤을 주로 집필해왔다. 그러던 중 2012년 <인현왕후의 남자>를 시작으로 tvN으로 자리를 옮겨 미니 시리즈를 선보인다. <인현왕후의 남자>는 방영 당시는 물론, 종영이 된 현재까지도 대표적인 tvN의 작품으로 언급된다.
 
무엇보다 오늘의 송재정을 있게 한 것은 표절 시비에도 불구하고 2013년 방영된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다. 20년 전 과거로 돌아가 미스터리한 인연의 끈을 풀어가는 이 드라마는 시간을 매개로 삼는다는 점에선 <인현왕후의 남자>의 바통을 이어받지만, 흔한 타임 워프 대신 주인공의 주변 인물과 얽히고설킨 인연과 운명 설정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후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왕세자와 그 주변 인물들의 활약을 다룬 <삼총사>로 부진을 겪었지만 이후 MBC로 자리를 옮겨 <W>로 인기몰이를 한다.
 
<W>에선 시간 대신, 현실과 웹툰이라는 '공간'적 상황을 등장시킨 송 작가는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016년 서울'이라는 공간은 같지만 만화 속 등장인물인 강철(이종석 분)과, 그의 열혈 독자 오연주(한효주 분)가 가상과 현실을 오가며 미스터리를 풀어간다. 이렇듯 송재정 작가의 작품에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미스터리와 운명적 사랑이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나인>의 치밀한 전개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W>의 전개가 어설프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다양한 연령대를 흡인할 수 있는 복잡하지 않은 전개와 스타 배우들의 러브 스토리가 <나인>과 다른 <W>의 장점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평가에도 송 작가의 공중파 재입성은 의미 있다. <W>는 일부 마니아 층을 거느렸던 <나인>과 달리, 최고 시청률 13.8%(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으며 동시간대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마지막 회에서 9.3%를 기록했다는 건 작품 완성도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차기작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캐리어를 끄는 여자>의 권음미 작가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 MBC



송재정 작가의 바통을 이어받은 건 역시 MBC 월화 드라마로 돌아온 권음미 작가이다. 권음미 작가는 화성 연쇄살인을 <시그널>에 앞서 다루며 화제를 일으켰던 <갑동이>의 작가이다. <살인의 추억>을 잊게 만들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릴러 장르의 참맛을 선보인 <갑동이>는 tvN 장르 드라마의 새 장을 열었다.

권음미 작가 역시 송재정 작가처럼 공중파 출신이다. 2008년 MBC <종합병원>으로 첫 발을 내딛은 권 작가는 이후 이제는 범사가 되었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던 재벌가의 이면을 파헤친 <로열패밀리>(2011)를 집필했다. <로열 패밀리>에서 크리에이터로서 박상연, 김영현 작가의 도움을 받았던 권 작가는 이후 tvN으로 이적하여 자신의 색채가 듬뿍 담긴 <갑동이>를 통해 권음미라는 작가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그렇게 인정받은 권음미 작가는 지난 9월 26일부터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를 시작했다.
 
사법 시험에 매번 미끄러져 사무장이 된 여자 차금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권 작가는 앞서 <갑동이>처럼 잡히지 않는 연쇄 살인마를 최종 보스로 선정한다. 경찰의 손아귀를 비웃듯 그 뒤편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주인공의 목을 죄어오는 설정이 이어진다. 다만 장르물의 색채가 강했던 <갑동이>와 달리, <캐리어를 끄는 여자>는 로맨틱 코미디와 법정 드라마, 그리고 스릴러의 절묘한 배합을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혼녀가 된 차금주(최지우 분)와 그를 스카우트하여 함께 미지의 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파파라치 언론 대표 함복거(주진모 분), 그리고 풋내기 변호사 마석우(이준 분)의 삼각관계와 협업이 이 드라마의 묘미다. 이제 막 4회를 방송했을 뿐이지만 불과하지만 동시간대 시청률 2위까지 치고 오르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tvN에서 <로맨스가 필요해>를 썼던 정현정 작가가 이미 KBS2로 넘어와 <연애의 발견>에 이어 주말극 <아이가 다섯>을 선보이는가 하면,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를 통해 호평을 받았던 하명희 작가는 그 이후 SBS <따뜻한 말 한 마디>, <상류사회>, <닥터스> 등 공중파 드라마에 참여하며 인기작가로서 입지를 굳혔다.
 
정현정 작가나 하명희 작가가 특유의 '사랑 이야기'로 케이블에서 공중파로 재진입에 성공했다면, 위의 송재정 작가나, 권음미 작가의 경우는 신선한 이야기를 통해 재조명 받았다는 게 차이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공중파 편성이 여의치 않자 케이블로 간 경우다. <청춘시대>의 박연선 작가가 그 대표적인 경우가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W 캐리어를 끄는 여자 TVN 지상파 케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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