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에 가고 싶어요"

남북경협기업인들, '피해보상 요구' 상복시위 후 100일 철야농성 돌입

등록 2016.10.04 15:01수정 2016.10.0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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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평화큰행진'에서 남북경협기업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남북화해의 상징 금강산 기업인들의 생존권 보장하라' '대결은 망국의 길, 대화는 희망의 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금강산에서 황금마차를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금강산에서 '황금마차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이창희씨의 딸 이상영(35)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물을 지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외에 북한에서 사업을 한 1146개 업체들의 모임인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유동호)가 10.4선언 9주년을 맞아, 피해보상과 생존권 보호를 요구하며 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민원실 앞에서 연 집회 자리에서다.

이씨 가족은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스란히 매점과 식당을 남겨놓고 나왔다.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0년에 어머니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전선에 뛰어든 남동생까지 2013년에 갑자기 숨졌다.

이상영씨는 "그나마 버티던 아버지까지 뇌졸중으로 쓰러져 입원치료 중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역시 남북경협기업인 2세인 박효진씨도 "5.24(대북제재) 조치를 만든 정치인들은 우리가 얼마나 어렵게 살고 있는지 알고나 있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경협 죽었다'...참가자 전원 상복에 검정색 모자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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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평화큰행진'에서 남북경협기업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남북화해의 상징 금강산 기업인들의 생존권 보장하라' '대결은 망국의 길, 대화는 희망의 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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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평화큰행진'에서 남북경협기업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남북화해의 상징 금강산 기업인들의 생존권 보장하라' '대결은 망국의 길, 대화는 희망의 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이날 집회 참석자 90여 명은 '남북경협은 죽었다'는 의미로 전원이 검정색 옷과 검정색 모자를 쓰고, '통일의 꽃 피우라더니 길거리로 내쫗는구나' '남북경협기업인들, 아직 살아있어요' '평화통일의 주춧돌 남북경협기업인 살려내라' '평양에 잇는 내 치킨집에 가고 싶어요'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 공장에 가고 싶어요' 등의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근조 평화 남북경협'이라는 피켓에 국화 한송이를 얹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집회에 함께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돼 있는 남북경협인들을 위한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라고 다짐했다.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7월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에 따른 금강산 관광 중단과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5.25 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입은 직접피해액만 약 15조8000억 원에 달하나, 그동안 별다른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한 뒤, 100일을 목표로 세종로 정부청사 민원실 옆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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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 및 남북관계개선을 위한 평화큰행진'에서 남북경협기업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평양에 있는 내 치킨집, 개성에 있는 내 깐마늘공장에 가고싶다' '남북화해의 상징 금강산 기업인들의 생존권 보장하라' '대결은 망국의 길, 대화는 희망의 길'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참여하고 있다. ⓒ 권우성


#남북경협기업비상대책위원회 #5.24조치 #경협 #개성공단 #금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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