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동장 개선 공사, 돈주는 기관이 '갑'

예산 운동장개선공사 논란... 학생 건강·수업권보다 지역요구 우선?

등록 2016.10.05 10:25수정 2016.10.05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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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오가초 운동장 모습. ⓒ <무한정보> 장선애


학교운동장개선사업이 학생들의 건강권과 수업권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지역의 요구만 반영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충남 예산교육지원청은 9월 23일 오가초등학교에서 운동장개선공사와 관련한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학교관계자와 동창회, 운영위원회, 예산군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가설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쟁점은 인조잔디와 마사토 포장재 중 무엇을 선택할지에 관한 것으로, 학교관계자들은 대체로 마사토를, 동창회와 지자체, 주민들은 인조잔디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조잔디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유소년축구장 규모가 아닌, 국제경기장(공인규격) 규모를 원해 추가 예산확보와 학생들의 교육공간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현재 확보된 예산 5억 원(국비 3억5000만원, 군비 1억5000만원)중 설계용역비 등에 들어갈 3000여만원을 빼면 실제 공사비는 4억7000만 원으로 공인규격 시공시 2억여 원의 예산이 더 확보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현재 설치된 미끄럼틀과 체육시설 등을 모두 이전해야 하고, 학교가 구상중인 체험시설 설치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의견수렴결과 11(인조잔디)대 5(마사토)로 인조잔디 의견이 우세하며, 그 중 유소년축구장(2)보다 공인규격(9)이 절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론은 설명회 전부터 이미 예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교육지원청이 설명회 때 배포한 자료를 보면 포장재 비교표에서 마사토는 단점만, 인조잔디는 장점만 열거했으며, 참석자도 학교측은 학생포함 5명 뿐으로 표결에서 절대 불리한 상황이었다.

이는 사흘 뒤 열린 예산전자공고 운동장개선사업 설명회와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교육지원청은 이 학교 설명회 자료에서는 천연잔디와 인조잔디, 마사토 세가지의 장단점을 분석해 오가초에서 내놓은 자료와 사뭇 다른 내용을 제시했다. 특히 유지관리에 있어 내구연한이 5~7년으로 주기적인 교체를 해야 하는 인조잔디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있다.

실제로 인조잔디의 경우 초기시설에서 대응투자를 한 지자체가 교체공사시 한푼도 지원하지 않는 현실이어서 유해성 여부를 떠나 큰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운동장은 마사토로 하는 안이 9명의 지지를 받아, 3명만 찬성한 공인규격 인조잔디구장을 밀어냈다.

특히 이 자리에서 학생대표와 체육교사가 강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예산전자공고 관계자는 "군에서 사과기축구대회 등을 위해 인조잔디구장 조성을 요청했지만, 긴 논의 끝에 마사토로 결정을 했다"면서 "우리 학교에는 축구부가 없는데다, 학생들의 다양한 체육활동을 위해서는 활용도 면에서 마사토가 낫겠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남교육청도 인조잔디구장과 우레탄트랙에 대해 향후 예산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유지관리와 교체비용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참고했다"고 말했다.

예산전자공고는 현재 확정된 예산 3억3500만 원(국비 1억, 군비 2억3500만 원)으로 바로 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반면 오가초의 경우 유해성물질에 대한 KS기준이 재정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이 만들어져 온 것이어서 오가초는 군의 요구대로 인조잔디구장으로 시공하는 것을 전제했다"고 인정한 뒤 "도교육청은 마사토운동장을 권장하고 있지만, 지역사회와 협의해 결정하면 인조잔디라도 사전승인 없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교육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데 교육청 주장을 하기 어렵지 않냐"며 고충을 토로했다.

군 관계자는 "교육지원청으로부터 아직 의견수렴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예산에 대해 얘기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사과기축구대회를 비롯해 축구관련 전국대회를 치르려면 보조구장으로 활용할 공간이 더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며 공인규격 인조잔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소식을 들은 오가초 한 학부모는 "지역선후배 질서가 엄연한 분위기에서 학부모들도 강하게 반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1년에 며칠하는 어른들 축구대회 하자고 1년내내 맘놓고 뛰어놀 아이들의 공간을 빼앗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면서 "인조잔디구장으로 꼭 가야한다면 규모라도 작게 해서 아이들의 놀이시설과 체험시설을 보장해줬으면 좋겠다. 그게 상생 아니냐"고 당부했다.

한편 예산군내 학교에는 현재 모두 7곳(덕산초, 삽교초, 신례원초, 신암초, 신양초, 예산중앙초, 예산중)에 인조잔디구장이 조성돼 있다.
덧붙이는 글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운동장개선 #마사토 #인조잔디 #축구장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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