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고맙소, 미안하오... 사랑하오!

결혼 35주년을 맞으며

등록 2016.10.07 13:44수정 2016.10.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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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2일은 우리 부부 결혼 35주년 기념일이다. ⓒ pixabay


"만약이지만 날 만나지 않았다면 최고급 자가용쯤이야 만만했을 텐데. 철 따라 해외여행 누볐을 텐데. 그만큼 얼굴 잘났지, 마음씨 복 받게 생겼지, 그래도 빙그레 웃으며 행복하다고 말하네. 참마음인지 날 달래려는지 알 수가 있나. 여보시여~ 마나님. 나머지 시간 많이 늦었지만, 쬐금 남았지만​ 온 마음 다하리다."

어디선가 접한, '아내 사랑'을 묘사한 시다. 이 시를 접하는 순간 어쩜 그렇게 내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했나 싶어 금세 맘에 와닿았다. 10월 12일은 우리부부의 결혼 35주년 기념일이다. 결혼기념일을 나타내는 표현은 참 많다.

결혼 1주년은 지혼식(紙婚式)이고 10주년은 석혼식(錫婚式), 20주년은 자기혼식(磁器婚式)이랬다. 그렇다면 우리부부의 결혼 35주년은 산호혼식(珊瑚婚式)이렷다. 볕도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반 지하 셋방을 얻어 신혼살림을 차렸다.

따라서 하루 종일 전등을 켜야 했는데 이는 그만큼 찢어지게 가난했다는 방증이다. 살림 역시 석유곤로와 비키니옷장 하나에 수저 두 벌 그리고 허름한 이부자리가 전부였다. 그랬음에도 우린 서로를 끔찍이 사랑했기에 그러한 가난은 지엽적인 것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아이 셋을 낳을 때까지 선녀 옷을 보여주지 말라는 사슴의 말을 어기고 미련한(?) 나무꾼은 아이 둘을 낳은 선녀에게 옷을 보여준다. 그러자 선녀는 아이를 양팔에 끼고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선녀조차도 그처럼 지아비를 버리고 달아났지만 아내는 그러지 않았다.

때문에 아내가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는 더 이상 말 안 해도 다 아는 어떤 상식일 터다. 세월은 쏘아버린 화살보다 빨라서 우리는 이제 이순(耳順)의 초입에 서있다. 그렇지만 서로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만큼은 지난 시절 청춘남녀의 그야말로 불타던 시절과 불변하다.

사는 건 여전히 어렵다. 박봉은 매달 생활고를 겪게 만들며 직장 구성원들의 사소한 것에도 마구 에고이즘을 휘두르는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정나미마저 달아나게 한다. 그동안 내가 처한 현실에서 어느 정도의 확신만 있었어도 나는 행동으로 옮겨왔다.

그건 물론 실패와 후회라는 후유증을 남기기도 다반사였지만 해가 질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는 나았다. 요즘 한창 그러한 작업에 몰두 중인데 잘 안 돼서 걱정이지만.

위에서 인용한 시처럼 아내가 날 만나지 않았다면 분명 좋은 남편에 더하여 최고급 자가용쯤이야 기본이었을 게다. 철 따라 해외여행도 누볐을 테고. 입때껏 살면서 제주도조차 가보지 못 했다. 따라서 해외여행 또한 언감생심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언반구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 아내가 참으로 감사하고 미안하다. 이야기를 다시 '선녀와 나무꾼'으로 돌려본다. 하늘로 올라간 선녀는 시나브로 폐인이 되어가는 남편을 하늘나라로 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옥황상제께 읍소한다.

이에 옥황상제는 보름달이 뜰 때 두레박을 내려 보내게 허락하고 그 두레박을 타고 올라온 나무꾼은 선녀를 다시 만난다. 그런 것처럼 나에게도 이젠 달아나기만 했던 풍요의 두레박이 도래하길 소망한다.

그러면 그동안 죽어라 고생만 해 온 아내와 제주도 가고 해외에 가는 건 일도 아닐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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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청보 [이츠대전] 명예기자 / 월간 <오늘의 한국> 취재본부장 / 월간 <청풍> 편집위원 / 저서 [경비원 홍키호테] & [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 & [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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