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수상택시 타보니 시간은 자동차의 절반, 하지만...

접근성 나빠, 출퇴근용이 되려면 연계성 강화 필요

등록 2016.11.09 16:12수정 2016.11.0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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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다시금 한강수상택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요금은 종전과 같은 5000원, 더욱이 해운업체 대신 특수임무유공자회가 운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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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서래나루에 수상택시가 정박해있다. ⓒ 박장식


한강을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미에서 야심차게 나왔던 계획은 지금까지 두 가지가 있다. 첫째가 한강 르네상스 계획과 함께 나온 한강 수상택시, 그리고 둘째는 공공용도로 사용하던 관공선을 개조해 잠실과 뚝섬을 잇는 페리로 만든 관공선 셔틀페리다. 하지만 전자는 2014년 4월 세월호 선사였던 청해진해운이 철수하면서 2년간 운행 중단되었고, 작년 10월 야심차게 '런칭'한 관공선 셔틀페리는 승객이 적어 어느새 운행을 중단했다.

다시금 한강수상택시가 부활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요금은 종전과 같은 5000원, 더욱이 해운업체 대신 특수임무유공자회가 운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반포에는 세빛섬 100m 거리에 꽤 큰 규모의 수상택시 전용 선착장인 '서래나루'가 생겨 수상택시가 10여대가 정박한다고 하니, 꽤나 화려한 부활인 셈이다.

지난 10월 24일부터 운항을 다시 시작한 한강 수상택시. 25일 퇴근시간에 운항횟수가 가장 많은(4회) 여의도-반포-뚝섬-잠실 완행구간을 직접 탑승해봤다. 탑승 후기와 더불어  단순히 관광수단이 아닌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본편에 앞서 수상택시 등 수상출퇴근수단을 '대중교통의 일종'으로 가정했음을 양해 바란다.

강변북로 차들보다 서너 배 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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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상택시의 '차고지'이자, 수상택시 운행의 중심이 될 반포 서래나루. ⓒ 박장식


여의나루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여의도 수상택시 승강장에 수상택시 한 대가 정박했다. 오후 6시 50분 출발해 반포도선장, 뚝섬유원지 승강장, 잠실 승강장을 거쳐 반포도선장으로 돌아오는 코스이다. 잠실까지 가던, 뚝섬까지 가던 요금은 균일가 5천 원. 실제 택시보다는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택시보다는 확연히 저렴한 요금이다.

오후 6시 50분 출발한 수상택시는 미끄러지듯 한강 위를 달렸다. 물결 탓에 중간중간 과속방지턱에 걸리듯이 덜컹거리는 느낌이 나긴 하지만, 마을버스로 주로 사용되는 버스 '카운티'와 소음과 충격이 비슷했기 때문에 부담이 크진 않았다. 여의도를 빠져나가 한강대교 인근을 지나자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가 눈에 띈다. 두 도로 모두 동쪽으로 가는 차로 꽉 찬 상태.


수상택시는 눈에 바로 띄는 강변북로 위 차량보다 서너배 이상 빠른 속도로 반포대교로 향했다. 반포대교 남단에 위치한 서래나루 반포도선장에 도착했다. 소요시간은 9분 정도. 정박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 총 9분이었다. 이날 여의나루역에서 올림픽대로 반포대교 남단IC까지는 차로 17분이 걸렸기 때문에, 실제 소요시간은 절반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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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수상택시의 내부. ⓒ 박장식


이윽고 오후 7시 5분 빠른 속도로 잠수교를 건넌 수상택시는 뚝섬유원지 승강장으로 향했다. 뚝섬유원지역과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실제로 이용객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승강장이다. 한 승객이 뚝섬 유원지에서 내리고, 시간표보다 조금 이른 7시 20분께 잠실 승강장으로 출발했다. 반포대교 남단IC에서 청담대교 북단IC까지 차량으로 27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뚝섬유원지에서 잠실 승강장까지는 5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차량으로 11분이 걸리는 것에 비하면 시간은 절반 정도 걸린 셈이다. 잠실 승강장에서 내리니 앞에 휑하니 아무것도 없다. 관공선 셔틀페리가 운항했던 2015년에는 잠실역까지 백업노선인 8331번이 운행됐는데 관공선 셔틀페리의 운항 중단과 함께 폐선되었다고 한다. 걸어서 신천역까지 걸어가니 15분 남짓 걸렸다.

총 소요시간은 30분 정도. 시간표의 표준 소요시간이 40분인 것에 비하면 꽤나 일찍 도착한 셈이다. 다만 퇴근시간에 여의나루역에서 잠실 도선장까지 강변북로로 50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요시간 절감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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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역에서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여의도 수상택시 승강장. ⓒ 박장식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 한 번 타고 출근하려다 '한강 미아' 되겠소

수상택시의 가장 큰 문제는 접근성이다. 여의나루역에서 잰걸음으로 3분 정도가 걸리는 여의나루 승강장, 뚝섬유원지역이 바로 앞에 있는 뚝섬유원지 승강장을 제외하면 꽤나 접근성이 나쁜 위치에 수상택시 승강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접근성이 나쁜 승강장은 종점인 잠실승강장.

앞서 말했듯 잠실승강장에는 그 어떤 연계교통도 존재하지 않는다. 공원을 가로질러 굴다리를 지나 신천역까지 가는 데는 15분. 버스정류소 역시 신천역까지 가야만 나온다. 더욱이 수상택시에서 내린 승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바쁜 출퇴근시간동안 15분을 걸어가며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더욱이 역 또는 큰 길로 가는 방향 표시를 찾는 게 어려워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반포도선장은 애매하다. 버스정류장과 거리가 생각보다 멀기 때문이다. 잠수교 상의 정류장인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는 서울의 부도심과 도심을 잇는 740번과 405번이 정차한다. 다만 정류장과의 거리가 500m 정도 걸려, 접근성이 떨어진다. 물론 도선장 인근에 세빛섬 셔틀버스가 정차하지만 퇴근시간에만 이용할 수 있다.

뚝섬유원지 승강장과 여의나루 승강장의 교통접근성은 매우 좋다는 것이 위안삼을 만한 점이다. 각각 뚝섬유원지역과 여의나루역이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작역, 당산역, 한남역 등 한강에 인접한 전철역 인근, 이촌동이나 마포와 같이 한강에 인접한 주거지구에 출퇴근 수상택시 정류소를 설치하면 이용객 역시 자연스럽게 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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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나루에서 500m 거리에 위치한 세빛섬 정류소. ⓒ 박장식


8331번 두 번 망한 것 보고도 연계 교통으로 마을버스 개통이라니... 배운 것 없나

서울특별시는 시티투어버스를 수상택시 승강장으로 끌고오고, 출퇴근 승객을 위해 수상택시 승강장까지 운행하는 마을버스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관공선 셔틀페리가 운행했을 때, 그리고 한강수상택시가 첫 운행을 했을 때도 한강 수요 백업을 위해 8331번 맞춤버스가 운행됐던 전력이 있다. 가장 접근성이 떨어졌던 잠실한강공원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이다.

8331번은 한강수상택시 첫 운행때 한 번, 그리고 관공선 셔틀페리 운항 때 한 번, 총 두 번을 같은 노선으로 개통했던 전력이 있다. 문제는 한강공원에 산책 가기 위해 잠실역에서 굳이 버스를 갈아타는 사람도, 버스를 타고 잠실역에 내려 또 버스를 갈아타고 목적지로 가려는 귀찮은 출근길을 사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자연히 수요부족으로 인한 폐선사례 중 하나로 당당히 기록된다.

이미 8331번, 8340번, 8401번(반포한강공원) 등 한강과 연계, 주말 나들이 장소와 단순 연계한 맞춤버스가 수요 부족으로 폐선된 사례가 있다. 더욱이 '시티투어버스'는 출퇴근용이 아니다. '트롤리버스' 내지 2층버스를 타고 관광하는 기분을 내면서 출퇴근하기에는 시티투어버스는 너무 비싸다.

마을버스 신설은 맞춤버스라는 실패한 선례가 있다. '셔틀버스'는 운영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시티투어버스를 끌고 오기에는 출퇴근에 적합하지 않다. 물론 서울특별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있지만, 바쁜 출퇴근 시간에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한강 수상택시가 관광수단에 과도한 방점을 두고 있다보니 이런 '무리수'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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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택시가 종착지인 잠실 도선장에 도착했다. ⓒ 박장식


수상택시 활성화 대안은 '연계성 강화'

지금처럼 맞춤버스를 만드는 식의 교통정책이 한강공원의 접근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요처와 적절한 연계가 어렵기 때문. 더욱이 맞춤버스의 경우 출퇴근시간이나 공휴일 등 제한된 일시에만 다니기 때문에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수상택시 승강장을 옮기거나, 버스정류장을 수상택시 승강장 옆으로 옮기는 등의 움직임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

양화대교, 잠실대교 등 서울을 지나는 대부분의 대교에는 시내버스가 지나고, 그 중 한강대교 노들섬을 비롯하여 동작대교, 한남대교 등에는 시내버스가 정차하는 정류소가 있다. 바로 '전망카페 정류소'이다. 전망카페 정류소에는 한강공원과 바로 연계되는 엘리베이터나 계단이 설치되어있다. 출퇴근 수상택시가 시민들에게 외면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대중교통과의 접근성 때문이니만큼, 전망카페 정류소 인근으로 수상택시 승강장을 옮길 필요성도 보인다.

또 다른 방안은 기존에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 경유케 하는 것이다. 잠실역에서 회차하는 기존 간선/지선버스를 한강공원으로 연장하거나, 한강다리를 지나는 버스가 한강다리 위 버스정류장에 정차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수상택시 승강장으로 이동하게끔 하는 등의 대안이다. 실제로 740번은 기존 반포대교를 경유하던 노선에서 반포한강공원을 경유하도록 노선을 변경함으로서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수요를 흡수했다.

한남역, 동작역, 옥수역 등 한강변에 위치한 도시철도역과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실제로 뚝섬유원지역과 연계되는 뚝섬유원지 승강장과, 여의나루역과 연계되는 여의나루 승강장에서 대부분의 이용객이 나온다. 더욱이 대중교통에 수상택시를 편입시켜 환승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안내 역시 충실하게 하면 지하철과는 방향이 다른 쾌속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승객 수 저조한 수상택시, 관광수단에서 수상 대중교통으로 방향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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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택시에 비치된 카드 단말기 ⓒ 박장식


그간 수상택시는 관광수단과 대중교통수단의 아슬아슬한 계면에 서 있어왔다. 관광으로서는 유람선에 비해 경로 자유도가 높으나 가격이 비싸고 불편하여 한강 요트관광에 비해 매리트가 적다. 출퇴근용으로는 접근성이 낮고 운행횟수가 한정된 데다가, 환승이 불가능하다는 문제점으로 인해 어정쩡한 위치에 서 있다.

지난 청해진해운이 운행했을 때의 실패에 미루어볼 때, 한강 수상택시는 이름에 걸맞게 관광수단보다는 교통수단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 개통 첫 주 수상택시 이용객이 47명, 관광 목적으로 이용한 승객이 57명인 것을 감안하면 관광도, 대중교통도 모두 잡지 못하는, 다시 말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두 마리 토끼 모두 손에서 놓친 격이다.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그리고 9호선과 경의중앙선 등 한강 주변을 오가는 교통로의 포화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폭 1km에 육박하는 넓은 한강을 무한정한 교통로로써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미 뉴욕, 브리즈번을 비롯한 많은 도시에서는 페리, 수상버스와 수상택시를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노선이 정착만 잘 된다면 무리하게 관광용과 출퇴근용을 분리할 필요도 없다. 한강을 '수백차선 고속도로'로 만들 수도, 아니면 '방해가 되는 물'로 그대로 현상유지할 수도 있다. 이는 한강 수상택시의 운행 거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대중교통 #수상교통 #한강 #수상택시 #한강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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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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