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백남기에 대한 국가의 과잉진압, 사과해야"

[현장] 부산대 찾은 유승민, 헌법 가치 기반 둔 새로운 보수 강조

등록 2016.10.06 18:03수정 2016.10.07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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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6일 부산대학교를 찾아 '왜 보수혁명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 정민규


[기사 보강 : 오후 6시 19분]

"지난번 총선 때 보니 부산에서부터 19~35세 사이 젊은 분들이 투표를 엄청해서 새누리당 참패에 기여를 하셨는데..."

6일 오후 부산대학교를 찾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입을 열자 학생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258명이 앉을 수 있는 좌석이 가득 차 바닥까지 앉은 학생들 앞에서 유 의원이 '왜 보수혁명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오늘 보수혁명이 왜 대안인지 정확히 듣고 나면 새누리당 안 찍으신 분들도 찍어주실 거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먼저 '보수의 실패'부터 인정했다. 유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제외하고는 58년을 집권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누적된 문제는 보수의 책임"이라면서 "김대중·노무현에 정권 넘겨주고, 진보 정권이 10년을 했을 때 그때를 탓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2100년까지의 한국 경제 성장률 예측을 들어가며 그는 "경제 성장을 보수가 내세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 성장에 대해 보수가 별로 자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보수로 시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학생들에게 되물었다.

또한 그는 보수 혁명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유 의원은 "보수주의자라고 해도 역사적 진보를 가져오는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과거 미국·영국·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보수주의자들이 오히려 변화를 끌어냈다는 이유에서였다.

"헌법의 가치 골고루 지키는 보수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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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6일 부산대학교를 찾아 '왜 보수혁명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 정민규


선진국의 사례를 열거하던 유 의원은 "대한민국 보수도 혁명을 할 때가 왔다"면서 "혁명을 하지 않으면 보수는 자연스레 소멸하거나 도태할 거라는 위기의식을 보수당에서 정책하는 사람으로서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는 "물리적인 힘을 동원한 그런 혁명은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혁명이 "조용하지만 보수 자신을 완전히 개선하는 걸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헌법 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보수"였다.

그는 "그동안 보수들은 자유, 시장경제, 성장만 보고 진보는 평등, 국가의 개입과 규제만 이야기했는데 진보도 새로운 진보로 바뀌어야 하지만, 제가 몸담는 보수 정치가 헌법 있는 그대로를 읽고 헌법의 가치를 골고루 지키는 보수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진보의 생각도 수용하는 보수를 꿈꾼다고 했다. 그는 "진보가 이야기하는 중에 국가 발전에 지혜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합리적 진보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때는 합리적으로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공권력 과잉대응,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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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6일 부산대학교를 찾아 '왜 보수혁명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 정민규


대학 강연을 통해 대선 정책을 밝혀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의원은 이날도 정책 사례라는 이름을 붙여 정책적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원전이 전국에서 가장 밀집된 부산을 찾은 만큼 원전 정책에 대한 생각을 쏟아내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유 의원은 신고리 5·6호기의 원점 재검토, 기존 원전의 내진 강화, 노후 원전의 폐기를 고려한 대안 마련 등을 말하며 "새누리당이 갖던 사고만으로는 원자력 발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들이 관심을 두는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에 대해서는 정책 접근법의 변화를 주장했다. 이어 지방대 학생들을 위한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등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에 주안점을 둬 정책들을 설명해 나갔다.

강연의 끝자락, 유 의원은 작심한 듯 고 백남기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헌법 10조 첫 항에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나온다"면서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에 대해서 더민주는 특검을 하자 그러고, 새누리당은 부검을 하자고 하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저는 보수 정치가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백남기 농민의 사건은 공권력이 과잉진압해서 한 시민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보수가 진영 논리를 떠나서 이 죽음에 대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생각한다면 보수와 국가가 과잉진압에 대한 문제에 사과하고,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듭 "인간에 대한 배려도 다 헌법 가치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연을 마친 유 의원에게 학생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개헌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유 의원은 "개헌을 꼭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4년 중임제를 가장 적합한 모델로 제시했다. 

보수개혁을 외친 그였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개성공단 철수에 대한 질문에는 절차적·시기적 아쉬움을 인정하면서도 잘한 결정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유 의원은 2시간의 예정 시간을 넘겨 30분가량 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날 강연 일정을 마쳤다.
#유승민 #백남기 농민 #과잉진압 #부산 원전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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