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획으로 그린 '그림'과 '글자'의 경계

골목길 '미룸갤러리'의 두 번째 초대전 '박방영 전'

등록 2016.10.07 20:31수정 2016.10.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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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2일, 문학과 미술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는 포부로 대흥동 골목길(대흥동 326-24번지)에 문을 연 미룸갤러리의 대표 김희정 시인이 두 번째로 초대한 전시는 '박방영 展'이다.

박방영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전국학생서예대회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서예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진학한 곳은 미대 서양학과였다.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설치미술도 했지만, 그는 다시 동양적인 매력 때문에 동양화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번에 미룸갤러리에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그림과 글씨의 경계를 오고간 일명 '상형글자 그림'이다.


10월 7일 미룸갤러리를 찾아가 김희정 대표와 박방영 작가를 만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을 압축한 것이 글자, 그림은 살에 가깝고 글자는 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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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이 전시된 '미룸갤러리'를 찾은 박방영 작가. 작가의 뒤편에 보이는 그림은 '산에 누워'(201×68 2013, 한지 위 혼합 재료). ⓒ 임재근


"그림을 압축한 것이 글자입니다. 사실 그림과 글자는 같은 것이죠. 인체에 비유하자면 그림은 좀 더 살에 가깝고, 글자는 뼈에 가깝습니다. 제 작품들을 보다보면 '이것도 글자인가?'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림을 압축해서 글자처럼 보이게 한 것입니다."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박 작가의 말이다. 박 작가의 작품을 보면 몇몇 작품들은 분명 그림으로 보이지만, 어떤 작품들은 '글자'와 '그림'의 경계에 있다.

"그림은 사실적으로 모양이 나오는데, 그 모양을 좀 기호화시키고 단순화시킨 것이 글자죠. 그러면 '산에 누워'는 그림일까요? 글자일까요? 그림이라고 봐야겠지만, '산'이라는 부분의 글자와 산을 베고 누워있는 사람의 그림, 글자와 그림이 합쳐져 있다고 봐야겠죠. 여기서 산이라고 하는 것은 편안함, 자연, 내가 쓸 수 있는 공간 내지는 정신적인 산을 의미하면서도, 획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글자그림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작품을 처음 보는 순간 '산을 베고 누워있는 사람 그림'으로 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갤러리의 김희정 대표는 "이것을 그림으로 보지 말고, '행복'이라는 뜻을 가진 7획짜리 글자로 보면 어떠냐"고 반문한다. 언어라는 것은 약속이기 때문에 불가능해보이겠지만, 예술작품 속에서는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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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이 전시된 '미룸갤러리'를 찾은 박방영 작가. 작가가 바라보는 그림은 '신통변화'(203×145 2016, 한지 위 혼합 재료). 뒤편의 그림은 '탈춤'(135×68 2014, 한지 위 혼합 재료).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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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영 작가의 작품, '대어 낚아'(53×45 2012, 한지 위 혼합 재료). ⓒ 임재근


김희정 대표는 갤러리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박방영 작가의 작품을 4단계로 소개하고 있다. '신통변화'와 같은 작품은 누가 봐도 글자이다. 그리고 '탈춤'의 경우에는 글자이지만, 탈을 입혀 글자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동성을 더 크게 강조했다.

이렇게 1, 2차적 작품들은 크게 이견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김 대표가 3차적 작품이라고 소개하는 '산에 누워'는 앞에서 말한 대로 '글자냐? 그림이냐'의 경계 속에 있다. 마지막으로 '대어 낚아'와 같은 작품은 분명 '그림'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그림 같아 보이지만, 모두 획으로 그렸다"며, 기본 붓의 획과 호흡에 의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그림에 가까운 글씨'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 의도가 있고, 큐레이터의 전시 의도가 있겠지만, 해석의 몫은 역시 '관람자'의 몫이다.

박방영 작가의 요즘 화두는 '획(劃)'이다.

"붓이란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는 도구입니다. 동양은 붓의 획(劃)을 중요시합니다. 그림과 글씨가 획에서 출발하죠. 붓의 획은 내 삶의 화두입니다. 나를 찾아가는 표식을 찾는 눈과 같습니다. 요즈음 획에 주목하는 나를 보고 있고, 내가 표현해낸 획은 바로 나인 것입니다. 그걸 통해 또 다른 나와 소통하는 것입니다."

박방영 작가는 붓의 획을 통해 '미(美)'를 추구하고 있다. 외형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신적인 아름다움이자 깨달음이다.

"아름다움은 누군가를 가르치고 하는 게 아니라, 돌아다니며 알리지 않아도 사람들이 향기를 맡고 난을 찾아가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풍기는 것이다."

박방영 작가는 작품들이 향기를 피워서 사람들이 그 향기를 찾아오고, 작품들을 본 사람들이 아름다운 생각을 품고, 깨닫고 가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가 골목 갤러리 '미룸갤러리'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9월 23일부터 전시가 시작된 '박방영 展'은 10월 22일까지 진행된다. 현재는 '산에 누워', '화이도' 등 12점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고, 11일부터는 '쑥', '북촌인상', '인사동기행기' 등 17점의 다른 그림들로 교체된다. 미룸 갤러리는 매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저녁 6시에 문을 닫는다. 월요일은 휴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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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방영 展’이 진행되고 있는 ‘미룸갤러리’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가 전시회 안내문을 보고 있다. ⓒ 임재근


◇박방영(朴芳永)

1957년 전북 부안 출생
홍익대 미대졸업 및 동대학원 서양화과졸
Art student league of New York 수학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 박사과정수료

주요 개인전

2015 신지구인의 휴식법(갤러리한옥 서울)
2014 박방영의 '모검'(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2013 '너와 들길을 걷다'(학아제 갤러리,서울)
2013 '나의 길위에 너는 항상 있다'(동숭192 갤러리,서울)
2011 갤러리 이노 초대전(서울)
2010 "박방영의 함께 놀자"(갤러리샤뽀개관초대전,전주)
2009 박방영 초대전 (빛갤러리,서울)
2008 박방영의 "향기 흩날리고"(초대개인전 안단태갤러리,서울)
박방영 초대 개인전 (국민일보갤러리,서울)
2007 ARCHES gallery기획초대전(캘리포니아, 미국))
일본미술세계화랑(긴자,일본)
2004 제비울 미술관 지원 초대작가전(과천)
에스파스 다빈치 갤러리 선정 초대작가전(서울)
2003 갤러리 편도나무(서울)
2002 문예진흥원 미술관(서울)
인사아트센터(서울)
1995 박방영전(Space Gold, 오사카, 일본)

단체전

2016 예술이 꽃피는 해안선 화첩전(행촌미술관 해남)외 수십 회

작품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인천아트플랫폼, 청주박물관,
국립극장, 두바이대사관, 제주현대미술관,
동아제약연구소 ,반계유형원유적지, 인천의료원 등

기타 활동

인천아트플랫폼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개막퍼포먼스
G20정상회의 갈라쇼 퍼포먼스,(하얏트호텔,서울)
GPC AWARD드로잉퍼포먼스
경기도 제2청사개관기념 드로잉퍼포먼스
세계생명문화포럼 국제회의드로잉퍼포먼스, 킨텍스
고구려고분벽화전 아트디렉션, 코엑스
레지던시; 2012;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인천 레지던시 프로그램3기
2015-6 임하도레지던시 프로그램 2기 입주중

#박방영 #미룸갤러리 #박방영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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