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도깨비 마을'로 가는 기차여행

[그림과 아이와 함께 여행]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등록 2016.10.13 16:14수정 2016.10.13 16:14
0
원고료로 응원
a

그림-먹구름이 뒤덮은 곡성역 ⓒ 권순지


주말 전부터 중부권 이남까지 폭우가 내릴 거라는 기상청의 소식을 접한 직후, 여행을 위해 아이들 우비를 다시 장만해 주어야 하나 무진장 고민을 했었다. 기상청 예보는 가끔 '믿거나 말거나' 일 때가 많다. '설마 비가 그렇게 많이 오겠어.' 긍정의 신호를 가슴에 장착하고 떠난 여행의 날씨는, 다행히 후덥지근한 날씨가 주는 불쾌감은 있어도 비는 없었다.

두 시간 가까이 쉼 없이 달려 도착한 주말의 섬진강 기차마을(구곡성역)은 인파로 북적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은 곡성 관광에 나선 것 아닌가 착각이 들만큼 자동차와 사람의 물결로 강을 이룬 듯했다.


기차 관광체험을 할 곡성역에 도착하여 바라 본 하늘은 그 지붕을 다 집어 삼킬 것 같은 자태로 우릴 맞이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구름이 화는 내고 있었어도 겁낼 것 없었다. 아이들과 드높이 검게 떠오른 구름을 보며 맞이한 남도여행의 시작이 설레지 않았다면 아마 진즉 겁부터 났을 것이다.

미리 예약한 증기기관차 왕복 행 기차표를 발권한 뒤, 승하차 지점에 위치한 철로 위의 나무의자에 앉아 출발시각을 고대하고 있으니 아이들은 더욱더 흥분 상태가 되었다.

"우리 여기서 정말 기차 타는 거야?"
"기차가 어떻게 출발할까?"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타요?"

쉴 새 없는 질문은 꼬마 손님들의 설렘과 흥분을 해소하기 위해 자꾸만 쏟아졌다.

오후 1시 30분, 기차마을에서 출발하여 가정역까지 가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남편과 아이 한 명씩 안고 투박한 승하차 계단을 올랐다. 섬진강을 바라보는 쪽에 나란히 일렬로 앉는 형태의 좌석들 중 두 자리가 우리 가족의 차지였다. 아이들만 비좁게 앉히려다가 각자 한 명씩 안고 자리를 잡았다.


문명과 일상의 빠른 속도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나보다. 불안한 듯 덜컹거리며 출발한 열차의 정확한 운행 속도가 30~40km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이 아니라 꿈속에서 기차를 탄 듯, 기차의 속도는 느릿하게 흘러가는 풍경을 다 그려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만까지 일 정도였다. 좋아했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독립열사들이 달리는 열차에서 눈 딱 감고 뛰어 내리는 장면. 영화에서처럼 실제로도 그들이 크게 다치지 않았을 거라 여겨질 만한 속도를 자랑하는 섬진강의 증기기관차였다.

a

그림-굽이 돌며 흐르는 아름다운 섬진강 ⓒ 권순지


급할 것 없이 걷는 듯 달리는 기차의 창 너머 섬진강은 잊을 수 없는 자태로 나를 지나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5대 강 중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은 강이 바로 섬진강이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들어버린 강들의 아픔은 선명하게 가슴을 찌르지만, 그래도 아직 건강하게 흐르고 있는 섬진강이 목전에 있었다. 애틋한 감정마저 강 물결처럼 일었다.

흐르는 강을 바라보고 지나며 한참 있으니 '도깨비 마을'이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게 휙 나타났다가 다음 풍경에 밀려 사라졌다. 내 품에 안겨 자리하고 있던 큰 아이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서 호들갑을 떨었다.

"섬진강엔 도깨비 마을이 있대!"

그 말에 왕방울만하게 커진 눈이 된 아이가 내게 물었다.

"도깨비 마을은 어디야? 어떻게 가는 거야?

궁금해 죽겠다는 아이의 애타는 눈을 보며 떠올린, 달리는 기차 안에서 당장 도깨비 마을을 갈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엄마도 잘은 모르겠어. 그런데 왠지 저 강을 헤엄쳐 건너가면 재밌고도 으스스한 도깨비마을이 있을 것 같아."

그러자 아이의 다음 계획이 술술 터져 나왔다. 얼렁뚱땅 엄마에 비하면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나 담에 크면 수영 배워서 저기 건너가볼까?"

분명 내게 같이 가자는 말인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벌써 꼭 지켜야 할 약속을 한 것처럼 마음에 딱 새끼손가락 만큼의 자물쇠가 채워진 것 같았다. 아직 수영을 못하는 엄마는 아마 수영하여 강을 건너지 않고도 도깨비 마을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며 황급히 이야기를 끝냈다.

아이는 땀내 나는 기차 안에서 엄마 품에 꼭 붙어 섬진강을 보며 도깨비마을에 언제고 꼭 가볼 수 있으리라 꿈꿔보았을 것이다. 그야말로 꿈속을 달리는 시간 여행이 따로 없었다.

※섬진강 도깨비 마을에 관련한 아이와의 대화는 모두 상상력에 기반한 내용이다.

■ 섬진강 기차마을(홈페이지 http://www.gstrain.co.kr 참조)
- 증기기관차는 외형은 옛날 모습 그대로이지만 디젤 엔진으로 제작되어 이용되고 있음
- 운행구간 : 편도 10km(왕복 20km)
(하행)섬진강기차마을(구곡성역)→가정역
(상행)가정역/30분 정차→섬진강기차마을(구곡성역)
- 운행횟수: 평일 주말 공휴일/ 5회 (연중무휴) / 사정에 따라 결형 및 증편 운행 가능
- 소요시간 : 1회 운행시 80분
-요금 : 대인(왕복 7000원 / 편도 4500원)
     소인/만 4세 이상-만 12세 이하(왕복 6500원 / 편도 4000원)

■ 섬진강 도깨비 마을(홈페이지 http://www.dokaebi.co.kr 참조)
- 도깨비 마을은 사회, 문화, 예술 기업으로 우리나라 도깨비를 문화예술, 산업, 교육, 관광 등으로 콘텐츠화 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인형극뿐만 아니라 동요를 짓고 부르는 체험학습과 강의지원을 한다.
- 주소 : 전라남도 곡성군 고달면 호곡도깨비길 119-97
- 연락처 : 061-362-2954
덧붙이는 글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rnjstnswl3 중복게재
#곡성여행 #섬진강기차마을 #도깨비마을 #아이와 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생애, 문화, 다양한 사회현상에 관해 공부하고 씁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