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물든 남도의 가을은 하얗다

하얀 들국화, 가을꽃 구절초 활짝 핀 전라남도 곡성 충의공원

등록 2016.10.13 16:57수정 2016.10.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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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들국화 구절초. 팔각전망대와 어우러진 하얀 꽃물결이 파란 가을하늘 아래서 일렁이고 있다. ⓒ 이돈삼


가을의 상징은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하나가 국화다. 가을을 국화의 계절이라고 할 정도다. 국화는 피는 시기, 크기, 생김새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 가을에 피는 국화 중에서 산과 들에서 만나는 게 들국화다. 하나 같이 아담하면서도 앙증맞은 꽃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남도의 들녘과 야산 여기저기에 구절초가 피어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구절초와 비슷한 꽃이 많은 게 사실이다. 개미취,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흡사하다. 언뜻 구별하기도 힘들다.


다만, 꽃 색깔이 연보라색이면 쑥부쟁이나 개미취일 가능성이 높다. 산길에 무리지어 흐드러져 있으면 쑥부쟁이, 깊은 산에서 큰 키로 자란다면 개미취, 도심에서 만나면 벌개미취일 확률이 크다. 구절초는 대부분 흰색의 꽃을 피운다. 간혹 흰색에 가까운 연분홍꽃도 있다. 모두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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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피는 들국화 가운데 하나인 구절초. 꽃이 하얗게 핀다. 간혹 연분홍 빛깔도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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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피어있는 구절초 무리. 소나무 숲에 흡사 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하얗게 뒤덮여 있다. ⓒ 이돈삼


구절초는 아홉 번 죽었다가 다시 피어도, 그 모습 그대로라고 해서 이름 붙었다. 줄기가 매달 한 마디씩 늘어 5월 단오에 다섯 마디가 됐던 게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아홉 마디가 되고, 꽃망울도 터뜨린다고 구절초라는 얘기도 있다.

9월 9일에 핀다고 구일초, 꽃이 고상하고 고귀해 신선의 어머니 같다고 선모초라 불리기도 한다. 순수, 어머니의 사랑을 꽃말로 지니고 있다.

구절초는 약재로 쓰인다. 국화과 식물이 그렇듯이, 꽃이나 잎이 순한 게 특징이다. 감기, 폐렴 등 기관지염과 부인병, 위장병, 고혈압에 특효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봄에 새로 나오는 부드러운 구절초 싹을 나물로 무쳐 먹었다. 가을엔 뿌리까지 채취해 그늘에서 열흘 남짓 말린 다음 여성의 산후 질환이나 생리통 등 부인병을 완화시켜주는 약재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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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하얗게 피어난 구절초 군락. 누렇게 물든 가을 들녘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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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에 활짝 핀 구절초 군락. 꽃이 소나무 숲 아래를 온통 하얗게 뒤덮고 있다. ⓒ 이돈삼


꽃을 따서 말린 것을 차를 끓여 마시면 감기에 좋다고 즐겨 마시기도 했다. 말린 꽃에 술을 부어서 구절초주로 담가서 마시기도 했다. 자양강장제로 좋단다. 두통과 탈모, 새치 예방을 위해 베개 속에 넣고 자기도 했다. 신경을 많이 써서 머리가 무거울 때나 스트레스로 혈압이 오를 때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긴장성 두통으로 고생하는 수험생들한테도 좋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입 냄새를 없애준다는 얘기도 있다. 구절초차의 첫맛은 조금 쌉쌀하다. 뒷맛은 향긋하고 개운하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맛으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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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편으로 기우는 해에 역광으로 비친 구절초군락. 꽃밭에 들어앉은 팔각정은 물론 폐가까지도 아름답게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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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충의공원의 사당. 전몰 군경과 호국 영령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곡성군 곡성읍에 있다. ⓒ 이돈삼


구절초 군락을 전라남도 곡성에서 만난다. 지난 10월 9일 곡성군 곡성읍 묘천리 야산에 있는 충의공원에서다. 충의공원은 전몰 군경과 호국 영령이 잠들어 있는 공간이다. 여기 4.2㏊ 1만 2000평의 공원에 60만 본이 넘는 구절초가 무리를 이뤄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충의공원이지만, 지금은 구절초공원이라 해도 무리가 없다. 이 곳의 구절초는 지난 9월말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금 초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 공원의 구절초는 재작년부터 심어졌다. 학교산으로 불리던 조그마한 야산이었다. 곡성군이 여기에 산림공원을 조성하면서 구절초를 심기 시작했다. 첫 해에 18만 본을 심었고, 지난해에 30만 본을 심었다. 올해 13만 본을 더 심었다. 모두 61만 5000본이 심어졌다.

구절초가 한 그루에서 여러 송이의 꽃을 피운다. 구절초 꽃이 100만 송이, 200만 송이가 훨씬 넘는다. 수백 만 송이의 구절초 하얀 꽃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솔숲 사이에 마치 하얀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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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가 활짝 핀 충의공원에는 산책길도 단아하게 나 있다. 그 길을 따라 구절초 군락을 돌아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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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 군락을 따라 난 산책길. 소나무와 어우러진 꽃밭이 걷는 이들의 마음속까지 황홀하게 만들어준다. ⓒ 이돈삼


구절초 군락 사이로 꽃길도 나 있다. 산책로가 1㎞ 남짓 된다. 그 길을 따라서 구절초 꽃무더기를 감상할 수 있다. 구절초의 맑고 그윽한 꽃향기와 잎향기를 맡다보면 구절초의 향이 금세 온몸에 밴다. 일상의 시름은 벌써 저만치 날아가고, 마음의 힐링과 함께 활력을 가져다 준다.

구절초의 향연에 걷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다. 구절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충의공원은 곡성읍내에 있다. 곡성기차마을 전통시장 뒤편이다. 시장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자동차로 2∼3분 들어가면 바로 충의공원과 만난다. 하얀 구절초 군락이 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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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기차마을에 놓인 러브 트레인. 밤에 더 아름답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좋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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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터 성지'로 불리는 천주교 곡성성당 전경. 1827년(순조 27년) 일어난 정해박해의 진원지에 들어서 있다. ⓒ 이돈삼


충의공원에서 섬진강 기차마을이 지척이다. 강변을 따라 달리는 증기기관열차와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는 곳이다. 곡성군청 옆에 천주교 곡성성당의 역사도 깊다. 1827년(순조 27년) 정해박해의 진원지다. 정해박해는 1815년 을해박해를 피해 숨어든 천주교 신도들을 다시 한 번 핍박한 사건이다.

옹기를 빚으며 모여 살던 교인촌에서 일어난 사소한 다툼을 빌미로, 천주교인에 대한 박해가 다시 시작됐다. 곡성에서 시작된 천주교인 검거 선풍이 전라도 전역으로 확대되고, 경상도 충청도와 서울까지 파급됐던 사건이다. 당시 천주교인들을 가뒀던 감옥 자리에 성당이 세워졌다. 옥터 성지로 불리는 이유다. 성당에 곡성객사의 감옥과 형틀이 복원돼 있다. 성당 뒷마당에 서 있는 석탑 한 기도 눈길을 끈다.

곡성성당 옆 곡성군청은 1597년 이순신이 조선수군을 재건하는 당시, 곡성현청이 있던 자리다. 구례, 압록을 거쳐 이곳에 들른 이순신은 곡성현청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옥과로 향한다. 고목이 된 노거수가 묵묵히 그날의 현장을 증거하고 있다. 군청 앞에 남도 이순신길 조선수군재건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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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3년(중종 38년) 당대의 문사 심광형이 세운 누정 함허정 풍경. 섬진강변 전망 좋은 곳에 군지촌정사와 나란히 서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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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가을 분위기를 선사해주는 곡성 겸면의 목화밭. 기억 저편에 저장돼 있던 옛 추억까지 끄집어내주는 밭이다. ⓒ 이돈삼


곡성읍내에서 가까운 청계동계곡은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 참가했던 양대박 장군이 의병을 양성하고 활동했던 곳이다. 청계동계곡에서 가까운 입면 제월리에 함허정과 군지촌정사도 있다. 함허정은 1543년(중종 38년) 당대의 문사 심광형이 세운 누정이다. 군지촌정사는 심광형이 1535년(중종 30년) 후학을 위해 세운 교육공간이다. 정사는 주택을 교육용으로 이용한 개인의 서재나 사숙을 일컫는 말이다.

곡성군 겸면에 있는 목화공원에 들러도 좋다. 우리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한 목화꽃과 다래를 볼 수 있다. 이파리가 불그스레 물들기 시작하면서 목화솜도 방글방글 피어나고 있다. 남도의 가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기억 저편에 잠자고 있던 옛 추억도 끄집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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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렇게 물든 곡성 들녘. 구절초 활짝 핀 충의공원에서 본 들녘과 오곡면이다. ⓒ 이돈삼


#구절초 #들국화 #충의공원 #구절초공원 #곡성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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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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