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인권결의안, 북에 물어보고 기권" 파문

노무현 정부 당시 외교부 장관 회고록서 밝혀... 새누리당 "국기 문란 사건" 주장

등록 2016.10.14 16:17수정 2016.10.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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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 유성호


2007년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한 뒤 투표에 기권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송민순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최근 발간한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비핵화와 통일외교의 현장'에서, "(2004년부터) 4년 사이에 한국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불참-기권-찬성-기권으로 가는 지그재그 행보를 걸었다"며 노무현 정부가 2007년에 기권 결정을 내린 과정을 소개했다.

이 회고록에 따르면, 2007년 11월 18일 당시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주재하고 송 장관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김만복 국정원장,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참석한 안보정책 조정회의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찬성 의견인 송 장관과 기권 의견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이 논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남북 채널을 통해서 북한의 의견을 직접 확인해보자는 제안을 내놨다.

송 전 장관은 "나올 답이 뻔하다"고 반대했으나, 다른 참석자들은 찬성했고, 문재인 실장이 일단 남북 경로로 확인해보자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에 앞서 11월 15일과 16일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10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어렵게 물꼬를 튼 남북관계발전에 지장을 초래한다며 기권해야 한다는 다수론에 자신이 맞서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송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호소문을 보냈고, 이에 따라 재논의해보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월 18일 회의가 열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11월 20일 "역사적 북남 수뇌회담을 한 후에 반공화국 세력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남측의 태도를 주시하겠다"는 취지의 반응을 보내왔고,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찬성투표하고 송 장관한테는 바로 사표를 받을까 하는 생각도 얼핏 들었는데..."라면서도 "이렇게 물어봤으니 그냥 기권으로 갑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 사안을 갖고 공세를 시작했다. 14일 통일부에 대한 국외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간사인 윤영석 의원은 "북한 주민들이 압제와 인권탄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북한 정권의 의견을 묻고 우리가 거기에 좌지우지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북한 정권 눈치 보기가 극에 달한 사례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 차원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서청원 의원은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 "당시 (안보조정회의 회의록) 문서를 열람하고 조사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양석, 김도읍, 원유철 의원 등 다른 새누리당 의원들도 대부분 이 문제를 거론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박근혜 정권은 북한의 잘못한 행동에 대해 눈치 보기 하지 않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재인 측 "북한 인권 개선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

이에 대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측의 김경수 의원은 "(2007년) 유엔 인권결의안과 관련해서는 당시 안보관계 회의를 통해 관련 내용을 다루면서, '북한 인권 문제도 남북 간 직접 대화를 통해, 북의 인권을 개선하도록 권고하고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역사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키고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공동번영을 이루기 위한 여러 채널의 대화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던 시점에서 논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문 전 대표 측이 '북한의 의견을 확인한 뒤 기권했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데 비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북한의 반응이 어떨 것인지 너무 뻔한데, 물어볼 필요도 없는 것이고 물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현 경기도 교육감)도 "11월 18일 회의에서 그런 결정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송민순 #문재인 #북한인권결의안 #노무현 대통령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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