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7공화국' 성공할까

'대권도전'보다 개헌 매개로 정치 세력 규합... 민주당 일부 의원 탈당 고민

등록 2016.10.20 19:58수정 2016.10.2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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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일기' 들어보인 손학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자신의 저서 '강진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남소연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택은 결국 '탈당'이었다. 이와 함께 '대권 도전'보다 '개헌'에 비중을 둔 메시지를 던졌다. 야권 유력주자들 사이에서 경쟁하기보다는 판을 흔들어 새로운 국면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손 전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해, 꺼져버린 경제성장의 엔진을 갈아 다시 시동을 걸기 위해, 대한민국의 미래만 보고,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겠다"라며 "6공화국 체제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더 이상 나라를 끌고 갈 수가 없다.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와 경제의 새판짜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 이 일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라며 "내가 무엇이 되겠다는, 꼭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다.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한테는 아무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가 말한 제7공화국은 곧 개헌을 의미한다. 지난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으로 성립된 6공화국을 넘어선 새로운 헌법체제의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개헌을 매개로 이에 동의하는 다양한 정치세력들을 움직여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2년 동안의 칩거로 정치적 입지가 축소된 상태에서 손 전 대표가 던진 승부수인 것이다.

손 전 대표는 앞서 두 차례 대권 도전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한나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돼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오른 손 전 대표는 2007년 3월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그러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패했다. 이어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이번엔 문재인 후보에게 밀렸다.

손 전 대표가 현재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적을 유지하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을 경우 문재인 전 대표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다른 유력 주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국민의당에도 안철수라는 큰 벽이 존재한다. 결국 손 전 대표는 이미 깔려있는 판이 아닌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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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유력 대권주자들과 공감대 이뤄야


이 같은 판단에는 현재 일부 대선주자와 정치세력들이 개헌을 거론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남경필 경기지사 등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를 중심으로 개헌을 주장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국회 밖에서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등이 개헌을 위한 정치세력 구성에 몰두하고 있다. 손 전 대표가 정치적으로 중도 노선을 걸어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을 비롯한 이들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손 전 대표의 앞날은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투표로 결정되는 개헌은 국민적 지지 여론이 필수적이다. 일방의 주장으로 달성되기 어려운 주제인 만큼 유력 대권 주자들이 공감대를 이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위해 손 전 대표는 정계 복귀 선언과 동시에 과감한 정치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끼면서도 "앞으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수차례 반복해 말했다.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만큼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당장 손 전 대표의 정계 복귀와 탈당으로 야권 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 시절 정치에 입문시킨 야권 인사들의 동반 탈당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찬열 민주당 의원의 경우 사실상 탈당을 결심했고, 일부 의원들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민의당으로 향한 일부 인사들 역시 동참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손 전 대표는 회견에 앞서 양승조, 전혜숙, 이찬열, 정춘숙, 오제세, 강창일, 김병욱, 이종걸, 고용진, 강훈식, 조정식 의원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손 전 대표가 가는 길에 함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탈당 여부는 의원 개인들이 판단할 문제다. 당에 남아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손학규 #개헌 #문재인 #안철수 #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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