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의원님, 물대포 맞을 준비 되셨습니까?

[게릴라칼럼] 물대포의 진짜 위력 검증한 <그알> '백남기 사망' 편

등록 2016.10.23 10:50수정 2016.10.23 17:09
75
원고료로 응원
a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 SBS


고통 호소가 잇달았다. 살수차 9호가 직사로 쏜 물대포를 맞고 그대로 쓰러지는 고 백남기씨의 영상은 반복될수록 보는 이로 하여금 참혹함을 배가시켰다. 그리고 분노가 이어졌다. 버젓이 증거가 있고, 관련 증언들이 속출하는데도 거짓과 면피, 유족 탄압으로 일관하는 경찰에 대한 분노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윽고 걱정이 답지됐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을 완성하고 방영까지 사수해 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물론 살수차 실험에 참여한 업체의 안위까지 걱정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았다. SNS와 시청자 게시판엔 "방송해줘서 고맙다"는 실시간 시청 소감이 넘쳐났다.

22일 오후 11시, 관심 속에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 편의 대략적인 반응들이다. 시청자들에게 고통과 분노, 걱정을 안긴 이날 방송은 검경이 해야 마땅했을 살수차 실험을 통해 경찰이 안전하다던 물대포의 진짜 위력을 검증했다. 그 와중에, 많은 이들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소환하고 있었다.  

"물대포를 사람 얼굴에 직접 맞고, 그 1차 충격으로 그 뼈가 부러지기는 어렵다."

잘 알려진 대로, 국정감사 기간 내내 "물대포를 맞고 뼈가 부러질 수 없다"고 큰소리를 쳐 온 것이 바로 김 의원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인규명에 있어 부검의 중요성과 서울대병원 백선하 주치의의 병사 판정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런 김 의원의 주장을 보란 듯이 반박했고, 이를 본 시청자들이 "김진태 의원이 직접 맞아 보시라"고 응원(?)을 보낸 이유가 뚜렷했다. 제작진은 김진태 의원은 물론 적어도, 백선하 교수, 경찰, 정부여당과 박근혜 대통령 모두에게 '빅엿'을 먹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백남기씨의 사망이 경찰과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김진태 의원, 강신명 전 경찰청장, 직접 물대포 맞아 보시겠습니까?

a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 SBS


"어우... 되게 심각하네요. 저도 현장에서 진압하면서 거의 일선에 많이 있었는데, 저렇게까지 물대포 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근거리에서 그 정도로 하면 위험하다는 거는 경찰들도 알고 있는데..."

중립적인 방송을 요구하던 한 전직 의경은 백남기씨가 쓰러지던 영상을 보더니 탄식부터 자아냈다. 직전까지도, 물대포는 필요악이고 어쩔 수 없는 사고라고 주장했던 그였다. 명백한 증거 영상 앞에서, 살수차 사용과 경찰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하던 목소리가 정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제작진은 그렇게 백남기씨가 사망하기까지와 그 후의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동시에 진실을 덮으려는 세력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반박해 나갔다. 진행자 김상중의 입을 빌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식"으로 "살수차는 적법하고 안전하게 사용 됐는지"와 "병사는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살수는 위험을 동반하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살수차를 도입해서 이때까지 10년 이상 써왔는데 그렇게 상해를 입은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 9월, 국회 안정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새빨간 거짓말에 가까워 보인다, 라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말하고 있었다.

우선 제작진은 작년 11월 민중총궐기 당시 다각도로 촬영된 백남기씨 사건 영상자료와 집회 현장 영상, 참석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다른 각도로 찍한 사건 영상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절대 한 명을 겨냥해서 쏘지는 않았습니다"라던 경찰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 갔다. 

더욱이 제보자로 나선 전직 의경은 경찰의 주장에 대해 "(물대포를) 맞아 보고서 저런 얘기를 하는 건가"라며 "일반 성인 남성도 (직사는) 버틸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안전수칙이나 안전훈련과 관련해 제작진을 만난 한 전직 경찰 역시 "살수차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는 것을 못 봤다"며 "형식적이고 시나리오 같은 훈련만 있다"고 답했다.

반면 살수차 9호를 운용했던 경찰은 청문회 당시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작진의 반박은 실증적이고 확실했다. 경찰이 안전하다던, 김진태 의원이 뼈가 부러질 수 없다던, 건국대 이용식 교수가 직접 맞아 보겠다던 그 물대포의 위력 실험이 바로 그러했다.

경찰의 '물대포 안정성 실험'은 거짓이었을까

a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 SBS


나무책상이 하릴없이 부서졌다. 상당한 무게의 돌 지지대가 그대로 무너졌다. 지지대를 고정하던 나사는 깨져 버렸다. 나무판자는 물론 철제가 휠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경찰이 안정성 실험을 했다던 유리가 깨지는 것은 기본이요, 강화유리와 벽돌까지 산산조각 났다. 백남기씨를 쓰러뜨린 14바(3000rpm) 수압의 물대포는 한 마디로 무시무시한 살인무기에 가까웠다. 마치 두 눈이 있으면 똑똑히 보란 듯 한 위력은, 끔찍했다.

살수차 업체 직원마저도 "맞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물대포의 위력. 거리, 수압, 높이 등 모든 조건은 작년 11월 백남기씨가 쓰러지던 그때 그 조건과 똑같았다. 제작진은 여기에 2008년 광우병 집회 이후 경찰이 진행했다던 '물포 안정성 실험'과 동일한 조건으로 실험을 진행하기까지 했다. 제작진은 과학적 검증을 위해 3D 입체 영상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백남기씨가 받았을 타격과 사망 원인을 유추해 냈다.

결과는? 슬픈 예감이 언제 틀린 적이 있던가. 3D 영상 분석과 물포 실험, 당시 영상 분석과 여러 상황적, 의학적 증언을 합쳐 봐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지속적인 충격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충분하고도 합리적인 가능성 말이다. 하지만 백선하 교수는 생각이 달랐던 듯하다. 사인을 병사라 기재한 백 교수의 소신과 상반된 목소리는 그래서 더 경청해야만 한다.

"고 백남기 환자분의 치료 및 진단서 작성 관련하여 어떠한 형태의 외압이 없었음을 말씀드립니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고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언은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는 저의 의료행동 윤리입니다." (백선하 교수)

"용기가 칼 들고 싸우는 게 아니고 정말 필요한 걸 끝까지 지켜내고 소신을 지켜내는 것이 용기예요. 이 소신은 합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걸 이 진단서의 어떤 어류나 이런 지적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용기가 아닌 거죠." (전북대 법의학과 이호 교수)

방송 다음날 부검영장 집행하려는 치졸한 경찰

a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 SBS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신 두 분의 명복을 빕니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치 2005년 12월의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16년의 박근혜 대통령과 공권력에게 들려주는 조언 같지 아니한가. 제작진은 그렇게 한 발짝 더 나아간다. 2005년 11월 쌀개방 반대 시위 중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2명의 농민이 사망한 사건과 이에 대해 사과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전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제보에 나선 농민사망사건 당시 의경은 "공격하라" 대신 "해산시키라"는 윗선의 지시만 있었어도 2명의 농민은 죽지 않았을 거라고 단언했다. 자신이 그 죽음에 직접 가담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는 "그분 가족들에게 사죄하고 무릎 꿇고 싶다"면서 백남기씨 역시 "그냥 살인, 공권력의 의한 살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부검에 매달리는 경찰, 소신을 저버린 의사,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 그 기본권을 무시하는 정부와 공권력. 반면 "시위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은 없다"는 유족은 올곧게 살아왔던 아버지가 아직 "편안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휴식은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영되고 채 12시간이 지나지 않은 23일 오전 10시, 경찰은 백남기씨 부검영장을 오전 10시쯤 강제집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부검 말고 특검! 지키자 백남기"를 외치며 추모대회를 벌이고 시신을 지키고 있는 시민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청와대가 방송 직후 쏟아지는 경찰과 정권에 대한 분노를 듣기라도 한 걸까. 그럴 리가. 하지만, 일말의 양심과 백남기씨와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다면, 또다른 물리적 폭력과 희생은 없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것이 거짓과 은폐로 일관하는 경찰, '특수한 권력'이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살수차와 물대포의 사용을 재고하는 것과 함께 말이다.

a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살수차 9호의 미스터리 ?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의 진실'의 한 장면.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백남기
댓글75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4,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그래서 부끄러웠습니다"... 이런 대자보가 대학가에 나붙고 있다
  3. 3 [단독] 김건희 일가 부동산 재산만 '최소' 253억4873만 원
  4. 4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5. 5 [동작을] '이재명' 옆에 선 류삼영 - '윤석열·한동훈' 가린 나경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