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노무현 참 나쁘다"더니
대선 1년 앞두고 개헌 꺼낸 박대통령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개헌 실무적 준비하겠다"... '정권 연장 논란' 예상

등록 2016.10.24 10:48수정 2016.10.24 17:30
47
원고료로 응원
a

국회 도착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기사 보강 : 24일 오전 11시 48분]

"저는 오늘부터 개헌을 주장하는 국민과 국회의 요구를 국정과제로 받아들이고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를 해 나가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을 주장했다. 앞서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부정적이던 입장을 전면적으로 바꾼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여권 유력 대선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주장해온 터라, 이러한 입장 변화가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를 앞두고 개헌을 주장한 것에 대한 논란도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은 10년 전인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평가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통령 눈에는 선거 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해 국정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또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라면서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도 덧붙였다.

즉, 차기 대선을 1년 여 앞둔 지금 개헌을 제안하면서 10년 전 본인의 평가를 그대로 돌려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셈이다.

"안보·경제 상황과 민생현안 과제 집중하려 개헌 미뤘지만..."


a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박 대통령은 24일 국회에서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고심 끝에 이제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우리가 처한 한계를 어떻게든 큰 틀에서 풀어야 하고 저의 공약사항이기도 한 개헌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먼저, 박 대통령은 그 이유로 "저는 대통령에 취임한 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4대 구조개혁으로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그 마지막 문턱을 넘기 위해 매진해 왔다"면서 "이러한 노력으로 앞서 말씀드린 성과들을 거둘 수 있었지만 임기가 3년 8개월이 지난 지금 돌이켜 보면,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라고도 짚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도 개헌의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 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동안 개헌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에 대해서는 "저 역시 지난 3년 8개월여 동안 이러한 문제를 절감해 왔지만, 엄중한 안보·경제 상황과 시급한 민생현안 과제들에 집중하기 위해 헌법 개정 논의를 미루어 왔다"면서 "국민들의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들이 더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 자체를 자제해주실 것을 부탁드렸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정치일정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개헌 적기"

a

국회 도착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특히 박 대통령은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금은 1987년 때와 같이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개헌안을 의결해야 할 국회의원 대부분이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면서 "특정 정치 세력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갈 수 없는 20대 국회의 여야 구도도 개헌을 논의하기에 좋은 토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1987년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새롭게 도약시킬 2017년 체제를 구상하고 만들어야 할 때"라고도 덧붙였다.

'개헌을 위한 실무적인 준비' 방침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헌법 개정을 완수하기 위해 정부 내에 헌법 개정을 위한 조직을 설치해서 국민의 여망을 담은 개헌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라며 "국회도 빠른 시간 안에 헌법개정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개헌의 범위와 내용을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래지향적인 2017체제 헌법을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a

'#나와라_최순실' 피켓앞 지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나와라_최순실'과 경찰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백남기 농민 사건 사죄를 촉구하는 손피켓을 든 김종훈 무소속 의원 앞을 지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개헌 #예산안 시정연설 #북한 #반기문
댓글4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2. 2 "윤 대통령, 달라지지 않을 것... 한동훈은 곧 돌아온다"
  3. 3 왜 유독 부산·경남 1위 예측 조사, 안 맞았나
  4. 4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5. 5 창녀에서 루이15세의 여자가 된 여인... 끝은 잔혹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