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쏙 뺀 창조경제 '자화자찬', 국민 바보로 아나

[게릴라칼럼] '최순실 게이트' 또 다시 외면한 박 대통령 시정연설

등록 2016.10.24 14:30수정 2016.10.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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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연관된 '창조경제사업'이나 '문화융성'과 관련한 정책들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밝은 미래' 운운하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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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절대, '아무말 대잔치'를 벌인 것이 아니다. 누구나 '정국 돌파'용임을 짐작하지만, 그 시기 또한 절묘하다. 1972년 10월 17일 고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 선포했고, 그로부터 44년 후인 2016년 10월 24일,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은 개헌을 제안했다. 24일 오전,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서다. 

"개헌은 블랙홀"이란 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떠오르지만, 시계를 좀 더 돌려보면 더 가관이다. 지난 2007년 1월 9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국민특별담화에서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에 대해 어느 정치인이 목소리를 높인 비판을 소환해 보자. 구구절절, 마치 예언처럼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개헌 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
"민생경제를 포함, 총체적인 국정위기를 맞고 있고 선거가 일 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개헌 논의를 중단하고 끝까지 국정과 민생을 챙기고 국민과 나라를 걱정하는 책임 있는 정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개헌시기에 대해서는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이 되면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후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짐작했겠지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발언에 당일 직격탄을 날린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발언들이다. 임기 내내 "참 나쁜 대통령"이란 표현을 부메랑처럼 받아야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급기야 대선을 1년 여 앞두고 '개헌 카드'를 꺼내드는 무리수를 두며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확인시켰다. 근데, 이번 개헌 발언은 한 마디로 '악질' 수준이라 더 나쁘다. 왜 그런지, 시정연설을 들여다보자. 

"참 나쁜 대통령"의 돌려막기식 개헌 주장

시작부터 현실 무시로 일관했다. "정부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허투로 쓰지 않기 위해 막중한 책임감으로 나라살림 계획을 수립해 왔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이게 어디 할 말인가.

연설 중반까지, 문화융성과 북핵, 일자리 경제와 창조경제에 대해 '아무말 대잔치'를 벌일 때까지만 해도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수준이었다. 여전히 망가진 나라꼴을 보지 못하고 "밝은 미래" 운운하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청와대 보좌진이나 측근의 직언이 전혀 통하지 않는 대통령이란 세간의 중평을 다시금 확인시켜주는 꼴이었다. 그러던 차에, 후반부 개헌 발언이 시작됐다.


"또한,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진짜 "정치일정" 때문인지, 국면 전환용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지 않을까. 향후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결정이 날 사안이지만, 만약 4년 중임제로 개헌 시 박 대통령의 출마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미끼를 투척하는 이유가 '최순실 게이트'로 성난 민심과 달려드는 언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카드라는 것은 쉬이 짐작 가능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개헌의 필요성이 참으로 하찮고 또 반복적이다. 특별한 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일부 정책의 변화 또는 몇 개의 개혁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타파하기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또 우리 정치는 대통령선거를 치른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로 인해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고,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을 목적으로 투쟁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 단임제로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면서 지속가능한 국정과제의 추진과 결실이 어렵고 대외적으로 일관된 외교정책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크다."
"북한은 '몇 년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수십 년 동안 멈추지 않고 있고, 경제주체들은 5년 마다 바뀌는 정책들로 인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와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과연 한국사회의 적폐가 비단 대통령 단임제 때문인가. 작금의 친박·비박 논란을 필두로 극단적인 정쟁과 대결구도, 민생보다는 정권창출에 골몰하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 아니던가.

공약 이행률은 바닥은 가깝고, 외교 성적은 꼴찌에 가까운 이 정권이 단임제가 아니었다면 달라졌을까. 북핵과 별개로 개성공단 중단과 같이 대북 정책을 급속도로 냉각시킨 주체 역시 박근혜 정권이지 않나.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났듯이, 전경련과 대기업 돈을 마음대로 주무른 것도 결국 청와대이지 않은가.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 밖에 안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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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떠나는 박근혜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등과 함께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후안무치, 뻔뻔함, 유체이탈화법.

거대한 미끼인 박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두고 나온 즉각적인 반응들일 것이다. 한데, '악질'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것은 그 이전 연설 내용 때문이다. 나라를 들썩이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으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이미 연이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박 대통령은 '딴소리'를 해오지 않았나.

하지만,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직접 연관된 '창조경제사업'이나 '문화융성'과 관련한 정책들까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밝은 미래' 운운하며 청사진을 제시했다. 상식적으로, 국민들을 바보로 알거나, 여론이나 언론 보도를 제대로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나 가능한 발언들에 가까워 보인다.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주요 인프라 구축을 단계적으로 완료할 것"이라거나,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우리 산업에 문화의 옷을 입혀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야당이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선 것도 박 대통령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더구나 창조경제센터 등 창조경제사업의 예산 낭비와 허구성이 지적되고 있는 가운데, "문화융성 실현을 통해 창조경제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내년도 문화 관련 예산을 최초로 7조 원 규모로 확대 편성"했다는 박 대통령. 이와중에 "K-pop 아레나(송파)"와 "K-culture Valley(고양)" 조성이라니, 대통령의 눈엔 여전히 나라가 태평성대인 듯 보인다. 그러나, 시정연설에 쏟아지는 질타와 절망은 분명 박 대통령과의 시각차를 확실히 하고 있다.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 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 밖에 없는지? 파탄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 살리는데 열중해 주세요. 제발!"
"개헌 적기가 아니라 최순실 우병우 게이트 무마 적기로 판단한 듯. 국민은 권력구조가 아니라 불평등 부정의 척결에 더 관심 있어요."

24일 오전, 박 대통령의 시정 연설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성남시장이 SNS에 올린 반응들이다. 갑남을녀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허투로 쓰지 않고 그 혜택을 고스란히 국민들께 돌려드리기 위해 온힘을 쏟아왔습니다"라던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에 등장한 그 국민들이 돌려드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라. 개헌과 같은 더 이상의 '돌려 막기' 국정 운영은 당장 끝내시고.

"농담이 아니라 조만간 계엄령 선포할 듯" (@mi*******)
"최순실이 개헌과 맞바꿀만큼 박근혜에게 소중했구나... 박근령 박지만이 괜히 불쌍해지네." ( ‏@Ji*******)
"우리나라는 박근혜 반대로 가면 산다." (@hs*****)
#박근혜 #개헌 #최순실 #시정연설 #박근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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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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