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할 때 됐다'...야권주자들 엇갈린 개헌 셈법

문재인·박원순·이재명 "꼼수" 안철수 "선거구 개편" 안희정 "대통령 빼고 논의"

등록 2016.10.24 20:39수정 2016.10.2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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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카드', 야권 대선주자 반응의 온도차 ⓒ 소중한


야권의 대선주자 대부분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개헌 카드'를 권력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적 행위로 내다봤다. 지난 20일 "제7공화국"을 외치며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학규 전 의원을 제외하고, 야권 대선주자들은 모두 이 같이 입을 모았다. 손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이렇다할 평가를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날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발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조금씩 다른 생각의 결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은 현재는 개헌 논의를 진행하기에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개헌 논의에 대통령은 빠져야 한다는 입장이고, 김부겸 의원은 어쨌든 개헌 논의는 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개헌에 앞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이날 야권 대선주자들이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내놓은 의견을 정리했다.

[문재인·박원순·이재명] "제2의 유신헌법?", "국민이 살아야 개헌도"

문재인(24일 입장문 및 기자들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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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방문한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본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자 간담회에서 KIST 현황을 설명듣고 있다. ⓒ 권우성


- 대통령의 개헌 제안?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 참 느닷없다. 생각이 갑자기 왜 바뀌었는지 의심스럽다. '개헌은 블랙홀이고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고 하더니, 그새 경제가 좋아지기라도 했나.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 개헌은 국민들 삶을 낫게 만드는 민생개헌이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 의한, 박근혜 대통령을 위한 개헌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 정권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건가.


권력형 비리게이트와 민생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다.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든데 민생을 팽개친 채 비리게이트 위기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을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무책임의 끝을 보여주는 정략적 정치다. 대통령과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 해소와 민생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그렇다면 개헌은?
"어쨌든 개헌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제가 즉흥적으로 답변 드리는 것보다 대통령이 제안한 취지를 좀 더 살펴보고 신중하게 답하겠다."

박원순(24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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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답변하는 박원순 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11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권우성


- 대통령의 개헌 제안?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밖에 안 보이나? 재집권 생각밖에 없나? 부도덕한 정권의 비리사건부터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져라. 파탄 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겨 달라."

- 그렇다면 개헌은?
"국민이 살아야 개헌도 있고, 정치도 있다"

이재명(24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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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서하는 이재명 성남시장 이재명 성남시장이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대통령의 개헌 제안?
"개헌에 소극적이던 대통령이 개헌추진기구까지 언급하며 개헌을 들고 나왔다. 국민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전쟁위협 등으로 신고의 나날인데, 권력구조 논의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개헌을 하겠단다. 임기 말 레임덕과 최순실·우병우 등 측근비리 권력부패를 덮기 위한 정략꼼수로 보인다."

- 그렇다면 개헌은?
"장기적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 분권강화형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안희정] "개헌 논의 진행, 대통령은 빠지라"

안희정(24일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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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9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대통령의 개헌 제안?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 그렇다면 개헌은?
"임기 말의 대통령은 현 개헌 논의에서 빠져 달라. 대통령은 의회 개헌 논의에 협조자의 위치에 서 달라. 정당과 의회의 지도자들은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 현실 정파의 이해득실을 뛰어넘는 국민적 논의, 검증, 실천 과정을 분명히 하자. 졸속 개헌을 막고, 국민에 의한 국민의 헌법을 만들자. 충분한 논의 시간을 확보하고 새헌법 시행 시점을 정하자. 이에 기초해 개헌 논의기구를 발족시키자. 헌법 개정 추진 절차를 규정한 특별법을 만들자."

[안철수] "최순실·우병우 덮기? 총선 개편부터"

안철수(24일 기자들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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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체 대표연설하는 안철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대통령의 개헌 제안?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을 하겠다는 건데, 현재 최순실·우병우 등 문제를 덮으려는 의도는 아닌지 그런 우려가 든다. 아마 임기 마지막 해 여러 개헌 논의가 전개될 텐데,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국회에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

- 그렇다면 개헌은?
"개헌의 핵심 요지는 분권이다. 그런데 지금 현재 (거대)양당이 극도로 유리한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그대로 두고 개헌하자고 말하는 건 양당이 권력을 나눠먹자는 말과 같다. 저는 먼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선해 다당제 분권 협치가 가능한 형태를 먼저 만든 다음에 개헌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다.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또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다. 개인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다 열어두고 논의하겠다. 헌법 이전에 법률인 선거법 개정을 통해 튼튼한 합의 경험의 기초를 다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부겸·손학규] "어서 논의 시작", "6공화국 명운 다해"

김부겸(24일 기자들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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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식 노동개혁 제동 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이 9월 1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정책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부겸 이용득 강병원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 남소연


- 대통령의 개헌 제안?
"너무 갑작스럽게 개헌 제의가 던져졌다. 국회에서 차분하게,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며 토론하는 과정이 국민을 설득하는 데 더 낫지 않나 생각해왔다. 대통령이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한 것에 국민들이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지 않을까' 오해할 여지가 있다."

- 그렇다면 개헌은?
"오늘 대통령이 (개헌 제의를) 던졌으니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다. 앞으로 편견을 갖지 않고 국회도 어서 토론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손학규(24일 입장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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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일기' 들어보인 손학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자신의 저서 '강진일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남소연


- 대통령의 개헌 제안?
"개헌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다."

- 그렇다면 개헌은?
"명운이 다한 6공화국을 바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포함해 정치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말한 새판짜기다. 정치의 새판짜기가 선행돼야 경제 새판짜기가 가능하다."
#개헌 #문재인 #박원순 #이재명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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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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