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대통령 보고자료 거의 매일 검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증언 "이래라, 저래라, 비선 모임에 지시"

등록 2016.10.25 22:41수정 2016.10.26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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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마장마술 경기 지켜보는 최순실과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왼쪽)씨와 전 부인 최순실씨가 2013년 7월19일 경기 과천시 주암동 서울경마공원에서 딸이 출전한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사진제공 한겨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거론되는 최순실씨가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보고자료'를 거의 매일 받아 검토했다는 추가 증언이 제기됐다. 특히 최씨는 차은택 감독 등 비선 실세들의 모임을 주도하며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였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한겨레>는 25일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cm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받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는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차은택 감독과 인연으로 미르재단에 역할을 맡았지만 이후 사업과정에서 불화가 있었고,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사퇴 압박 전화를 받고 지난 6월 사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자료는 주로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한테 보고한 것들로 거의 매일 밤 청와대의 정호성 제1부속실장이 사무실로 들고왔다"라고 말했다. 정호성 제1부속실장은 이재만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비서관 가운데 한 명이다.

이 전 사무총장은 인터뷰에서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라며 "최씨는 이런 모임을 주제별로 여러 개 운영했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선 모임'의 참석자와 관련해서는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 나도 몇 번 참여한 적이 있다"라며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고영태씨는 펜싱 선수 출신으로 최씨의 최측근으로 차은택 감독을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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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학동로 '재단법인 미르'와 강남구 언주로 'K스포츠재단'. ⓒ 권우성


이 전 사무총장은 또한 이 모임에서 "최씨가 별다른 설명 없이 이 자료를 던져주고 읽어보게 하고는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며 "최씨의 말을 듣고 우리가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올리면 그게 나중에 토씨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청와대 문건이 돼 거꾸로 우리한테 전달됐다"라고 말했다.


비선 모임의 논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한 10%는 미르, 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일이지만 나머지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게 대부분으로 최순실 씨는 이를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표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모임에서는 인사 문제도 논의됐는데 장관을 만들고 안 만들고가 결정됐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얘기는 통념을 무너뜨리는 건데, 사실 최씨가 대통령한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시키는 구조다"라며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없다. 최씨한테 다 물어보고 승인이 나야 가능한 거라고 보면 된다. 청와대의 문고리 3인방도 사실 다들 최씨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날 또 다른 보도에서 이 전 사무총장이 취재진에게 직접 들려준 최씨의 음성 내용을 보도했다. 최씨는 지난 9월18일 이 전 사무총장이 이용하던 차량에서 "사람은 의리가 필요해. 그런데 차은택은 지금 저만 살려고 하잖아. 그러면 안 되지. 내가 지금까지 언니(박근혜) 옆에서 의리를 지키고 있으니까, 내가 이만큼 받고 있잖아"라고 말했다.

최씨는 또 "차은택은 아직 갈 길이 먼데, 얘가 벌써 그러면 안 되는 거야. 애가 이상해. 우파 좌파 왔다갔다 하고 이상해. 고 대표 안 그래?"라고도 말했다. 당시 자리에는 최씨와 이 전 사무총장과 함께 고영태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는 "미르재단의 문제가 최초로 불거진 뒤인 지난 8월 최씨가 그를(고씨) 회유하려는 내용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최순실 #박근혜 #안봉근 #정호성 #미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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