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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프리칸 이민 가족의 유쾌통쾌 프랑스 정착기

[한뼘리뷰] '말리-고몽'에 정착한 콩고 출신 의사의 실화 <아프리칸 닥터>

16.10.27 17:43최종업데이트17.02.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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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칸 닥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무거운 주제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 M&M인터네셔널


프랑스 유학 끝에 의사 면허를 취득한 콩고 출신 세욜로. 그는 고국에 돌아가는 대신 프랑스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 '말리 고몽'에서 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부패가 만연한 콩고를 떠나 프랑스 시민권을 따내 가족들과 함께 정착하려는 것. 아내와 두 아이를 데려와 살림을 차린 세욜로는 주민들 사이에서 마을 유일의 의사가 되지만, 생전 흑인을 본 적 없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파리 날리는 보건소를 견디다 못한 그는 직접 마을 곳곳을 찾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이 과정에서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된다.

영화 <아프리칸 닥터>는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해 평생을 의사로 살아온 세욜로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프랑스의 유명 가수이자 개그맨인 그의 아들 카미니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쓴 곡 '말리-고몽'(Marly-Gomont)의 노랫말이 모티브가 됐다.

인종 차별을 중심에 두고도 내내 이를 무겁지 않게 풀어내는 영화의 서사 방식은 특히 인상적이다. 병원을 찾은 뒤 세욜로를 보고 깜짝 놀라 "이제 아프지 않다"며 급히 병원을 나서는 여성 환자. 그리고 장을 보러 나선 세욜로의 아내 앤(에이사 마이가 분)에게 채소들의 이름을 일일이 설명하는 상인의 태도는 흑인을 향한 맹목적 비하라기보단 차라리 무지에서 온 '귀여운 무례'에 가깝게 느껴진다.


더불어 이방인으로서 마을 주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세욜로의 노력 또한 영화에서 굵직한 줄기를 담당한다. 왕진에 나선 자신을 향해 돌연 총질을 해대는 노인을 두고도 화내거나 절망하는 대신 그저 웃어넘기거나, 응급 상황의 산모에게 "나를 싫어하는 마음으로 배에 힘을 주라"며 출산을 돕는 식이다. 그렇게 세욜로의 긍정적인 태도와 유쾌한 에피소드들은 서로 맞물리며 영화 특유의 온기를 형성한다.

내내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도 <아프리칸 닥터>는 일정부분 시사점을 남기는 데에 성공한다. 특히 자신을 마을 의사로 데려온 시장과 차기 시장 자리를 노리는 시의원 사이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세욜로의 입장이 그렇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전까지 의사로서 인정받아야 하는 세욜로가 시의원의 농간으로 마을을 떠날 위기에 처하는 전개. 그리고 이를 역으로 이용해 대중의 신뢰를 얻는 영화 후반부 장면들은 잔잔한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극 중 세욜로를 연기한 배우 마크 진가와 앤 역의 에이사 마이가를 비롯한 출연진의 매력 또한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요소다. 실제로 각각 어린 시절 콩고와 세네갈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두 배우는 링갈라어(콩고 어)와 프랑스를 구사하며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의 모습을 손색없이 연기한다. 여기에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구김 없는 세욜로의 어린 두 자녀 또한 그 천진난만함 덕에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남다른 축구 실력으로 학교에서 인정받고 외톨이로 지내던 백인 여자아이와 친구가 되는 전개는 퍽 사랑스럽게 다가온다.

말리 고몽을 찾은 세욜로의 친척들이 교회에서 특유의 '소울'을 담아 찬송가를 합창하거나 마을 사람들과 춤을 추며 어울리는 에피소드들 또한 영화에 유쾌함을 더한다. 이들의 이러한 태도는 세욜로의 '겸손한 적응'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흑인 문화를 프랑스 외딴 마을에 스며들게 한다.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한 '아프리칸' 가족의 정착기가 오늘날 '제3국' 이민자를 대하는 원주민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다. 오는 11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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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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