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방위산업체 '도덕적 해이' 도를 넘어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 직원 상습절도·납품 비리 의혹 제기돼

등록 2016.10.31 13:58수정 2016.10.3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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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청리뷰


북한군 개인화기에 '뚫리는 방탄복'을 납품한 혐의로 기소된 방위산업체(이하 방산업체) 대표에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일 사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방탄복 제조업체 삼양컴텍 대표 K씨(63)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혐의점은 삼양컴텍이 2010년 10월 방위사업청의 방탄복 적격심사와 생산능력 확인 실사 과정에서 납품 실적을 허위로 꾸며 심사에서 통과했다는 것. 하지만 재판부는 "삼양컴텍이 실적증명원과 함께 방사청에 제출한 다른 서류들에 '경찰관용 방탄복'이라고 기재돼 있어 허위서류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판결을 한 것.

육군에 납품할 방탄복을 '경찰관용 방탄복'으로 서류제출했다면 그것 자체가 상식밖의 일이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로 판단했다. 이런 상식밖의 일을 저지른 삼양컴텍은 삼양화학공업, 삼양세락텍, 제오빌더 등과 같이 삼양화학그룹 계열사다.

영동 매곡면에는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을 두고 있다. 영동공장은 '탄약 비군사화시설'로 유효기간이 지난 폐탄약을 군사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소각이나 분해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영동공장의 운영전반에 대한 비리 의혹이 본사에 제보됐다.

지난 20일 육군본부와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측에 공식적인 취재요청 및 질의서를 보냈으나 육군본부는 국방부로 이관한채 25일 현재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영동공장측은 "현재 내부 절도사건에 대해 우리가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수사중이기 때문에 언론 취재에 답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산업체의 특성상 해당 인물의 이니셜을 통해 의혹사안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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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동군 매곡면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은 부대내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 충청리뷰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은 지난 99년 노후 탄약 처리를 위한 한·미간 합의각서를 통해 잉태됐다. 당초 폐화학탄 위탁처리만 맡았다가 2004년 대규모 탄약비군사화시설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매곡면 반대대책위를 시작으로 지역 11개 단체가 연대해 '범 군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반대운동을 펼쳤다.

당시 주민들은 시간당 166㎏의 화약을 녹이는 용융시설과 1966㎏ 용량의 소각시설 2기 건설로 인한 장기적인 환경 피해를 우려했다. 범군민대책위는 청주지법에 영동군이 수리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신고서 취소소송까지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결국 2012년 10월 매곡면 수원리 육군 탄약비군사화시설 준공식이 열렸다. 국방부 차관과 미8군 사령관 등 한미 관련 인사 120여명이 참석했다.


삼양화학공업은 준공직후부터 수의계약으로 위탁운영을 해오다 올해 2017~2021년까지 5년간 입찰계약에 재선정됐다. 하지만 수의계약 기간동안 벌어진 갖가지 범법행위와 안전소홀 사건 등을 감안한다면 재선정 계약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비절도, 자체 처리 시도해

삼양화학공업 영동공장의 고질적인 비리는 내부 재물을 빼돌리는 군용물 상습절도행위다. 올해는 사측에서 장비 절도혐의로 직원을 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S사는 지난 7월 실험실 재물조사 결과 직원 Q씨가 고가 장비를 빼돌려 외부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

자체 확인된 바로는 대기측정 장치(3000만원 상당) 흑연 블록 전처리 장치(1200만원 상당) 가열조절기(110만원 상당)등 3가지 장비를 700여만원을 받고 팔았다는 것. 이밖에 분실된 장비 등을 포함하면 현품 미보유에 따른 총 피해액이 1억원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로부터 탄약비군사화시설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S사는 모든 장비도 국가 및 미군으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따라서 Q씨의 절도행위는 국가재산을 무단반출해 판매한 심각한 범법행위다.

1억원에 달하는 장비가 사라진 S사는 Q씨의 범법행위를 확인하고도 자체적인 원상복구를 이유로 3개월이 지나서야 수사기관에 고발조치했다. 당초 내부 임직원들로부터 돈을 거둬 밀반출된 장비를 구입하려다 본사 방침에 따라 중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Q씨의 실험실 장비 절도사건 이외에도 탄약 해체시 나오는 고철이나 건설자재 등을 빼돌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R부장의 경우 2년전 작업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철을 외부반출해 판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실제로 수회에 걸친 상습범죄였으나 당시 공장장이 본사에 1회 판매·판매수입은 회식비 지출로 축소보고했다는 것. 결국 1개월 정직이라는 가벼운 징계로 마무리했다.

T부장은 시설공사 과정에서 수백만원 상당의 가로등 2개를 밀반출했다가 적발돼 다시 원상복구 조치시켰으나 현장에는 없는 상태라는 것. 또한 적벽돌 2~3파레트도 싣고나가 자신의 집 마당에 쌓아둔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공연하게 알고 있다고.

물품구매도 회사 비용이 아닌 국방부 예산지원이다보니 '뻥튀기' 구매가 벌어진다는 것. 2년전 청소차에 장착하는 천만원대 암롤박스를 구입할 때 Y부장은 시중가보다 비싼 제품을 계약했다.

심지어 이전에는 암롤박스 6개를 구매하면서 공장도 없는 업체와 계약을 하기도 했다는 것. 결국 국방부가 상근 감독자로 파견한 U군무원(주무관)이 가격에 이의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담당부장이 해당 회사와 다시 접촉해 수백만원을 깎았으나 오히려 사측에서 제동을 걸었다는 것.

영동공장 관계자는 "오히려 회사 상무가 암롤박스 구매회사에 전화를 걸어 당초 계약가보다 400만~500만 원 올려서 계약서를 끊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위탁계약 자체가 사후정산이다보니 비싸게 구매를 해서 회사가 부당한 이윤을 챙기겠다는 의도 아니겠는가? 이런 사실을 U군무원도 알게됐지만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장비나 자재 밀반출 사건도 군무원들이 파악하고 있는데 묵인해 주는 건 결국 공무원의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제설차량 고액 구매 의혹과 상근 군무원들이 사용하는 비군사지원반의 리모델링 공사도 예산낭비 사례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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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영동군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탄약처리시설 증설에 집단반발했다. ⓒ 충청리뷰


'방탄복 비리' 삼양화학그룹은 어떤 회사인가
'최루탄 갑부' 한영자 회장, 87년 소득세 28억원 개인납세 1위 기록


삼양화학공업그룹은 80년대 최루탄 사업으로 성장한 후 최루탄 제조를 중단한 90년대부터는 사업구조를 개편해 사업영역을 확장해 갔다. 현재 12개의 자회사를 보유한 삼양화학그룹으로 성장했다. 삼양화학그룹은 화학 이외에도 유통, 철강, IT 등에 진출했다. 또 탄약, 방탄조끼 등을 제조해 여전히 방위산업체로의 면모도 과시하고 있다.

삼양화학그룹의 모태는 1975년 설립된 삼양화학공업으로 1979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최루탄을 단독생산해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이 회사 한영자 회장은 1987년 삼성·현대그룹 총수 등을 모두 제치고 개인 납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한 회장이 낸 소득세는 28억원으로 여성으로서 개인납세 1위는 아직도 깨지지 않은 기록이다.

1989년 국정감사에서 한 회장이 '최루탄 제조 중단' 선언을 하면서 삼양화학그룹의 주축 산업이 한 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사업 구조 개편을 단행해 위기를 극복했다. 당시 삼양화학그룹은 모기업인 삼양화학공업을 비롯해 제오빌더, 삼양화학실업, 삼양화학산업 등의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제오라이트, 제오카본 등의 신소재를 개발하는 한편 부동액, 워셔액 등의 생산라인을 가동했다.

삼양화학공업의 군사정권과의 '커넥션'은 1996년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건 조사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1987년 대선 직전 한 회장의 비자금 100억원이 전두환 대통령 쪽으로 건너갔다. 1993년 '율곡비리' 사건 때도 한 회장은 이종구 전 국방장관에게 6억원 뇌물 수수 의혹을 받았다. 이때 한 회장은 외국으로 한동안 도피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방산비리 #방위산업체 #영동군 #충청리뷰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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