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절밥 먹기, 참 쉽습니다

[서평]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등록 2016.11.01 10:18수정 2016.11.0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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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김장김치를 담그는 김장철입니다. ⓒ 임윤수


바야흐로 김장김치를 담그는 김장철입니다. 그 옛날, 이맘때 담근 김장김치는 한 겨울 밥상에 차려질 반찬이었고, 북풍설한 엄동설한을 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양식이었습니다. 지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긴긴 겨울동안, 하루 세끼 차려지는 밥상에 없어서는 안되는 게 이맘때쯤 담그는 김장김치입니다. 

잘 담가진 김장김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깊은 맛으로 익어갑니다. 겨울을 지난 김장김치는 감히 한두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맛있습니다. 감히 한두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맛, 이게 바로 김장김치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자 커다란 장점입니다.


이런 김장김치를 아무렇게나 담가도 괜찮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렇기에 주부들은 김장김치를 맛나게 담그기 위해 온갖 정성을 들이고 가풍으로 물려받은 손맛을 다 쏟아 붑니다. 그러함에도 생각하는 대로 잘되지 않는 게 김장김치를 담그는 일입니다.

힘들여 절이고, 어렵게 손질까지 해 맛나게 버무린 김치 속을 쏙쏙 넣어보지만 때로는 짜고 때로는 싱겁습니다. 어떤 때는 맵고 어떤 때는 식감을 잃기 일쑤입니다. 김장김치는 한두 끼만 먹는 게 아니라 겨우내 먹고, 봄철까지 먹어야 하는 것이니 저장성 또한 좋아야 합니다.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절밥 레시피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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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 글쓴이 홍승 / 펴낸곳 담앤북스 / 2016년 10월 31일 / 값 15,000원 ⓒ 담앤북스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글쓴이 홍승, 펴낸곳 담앤북스)은 30여 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출가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은 홍승 스님이 절집에 사는 동안 절집 밥상에 차렸던 이런 차림과 저런 음식들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흔히 '절밥'이라고 하는 사찰음식을 먹어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한 마디 평가는 대부분 '맛있다'입니다. 일반 식당에서 하는 음식처럼 고기를 듬뿍 넣어하는 것도 아니고, 갖은 양념이나 조미료를 넉넉히 사용하는 것도 아닌데 다들 맛있다고 합니다.


책은 그 맛있다고 하는 사찰음식으로 30가지나 되는 상을 차릴 수 있는 토털 레시피, 사진으로 입맛 다시게 하고 내용으로 따라하게 하는 입체적 레시피입니다. 1식 3찬을 기본으로 하는 밥상을 30가지나 되게 차리려면 100가지쯤의 반찬이 필요합니다.

책에서는 100여 가지나 되는 사찰음식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쉬 따라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해주고 있습니다. 필요한 재료와 양념, 넣어야 할 부재료와 첨가제 종류는 물론 사용하는 양, 조리하는 순서까지 손맛을 대물림하듯 설명하고 있어 누구나 따라 하기만 저절로 절밥 맛을 낼 것 같은 설명입니다. 

한여름을 나는 하안거 때 차려지는 '하안거 상차림' 10가지, 한겨울을 나는 동안거 때 차려지는 '동안거 상차림' 10가지에, 손님상차림에 좋은 사찰음식 10선과 10가지나 되는 장아찌를 담그는 방법까지를 전수라도 하듯 세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김장김치 맛있게 담그는 비법

"어떻게 하면 김치가 맛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그러면 전 이렇게 답하지요. "양념을 삼분의 일로 줄여보세요. 그러면 맛있어집니다." 고춧가루를 줄이면 김치 맛이 시원해집니다. 또 늙은 호박을 달인 물에 고춧가루를 개어 넣으면 저절로 달착지근한 맛이 납니다. -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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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법, “양념을 삼분의 일로 줄여보세요. 그러면 맛있어집니다.” ⓒ 임윤수


게다가 '홍승 스님의 TIP'으로 음식을 맛나게 만들 수 있는 비법 아닌 비법을 화두를 던지듯 툭툭 설명하고 있어 읽어가며 새기는 재미가 배가 됩니다. 사진에 입맛 다시고, 만드는 방법을 따라 만들다 보면 어느 누구라도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절집 밥상이 시나브로 차려질 거라 기대됩니다.

연근우엉은 듬성듬성 어슷 썰고, 청국장찌개에 넣을 볶은 김치는 쫑쫑 썰고, 수삼 냉채에 넣을 수삼은 곱게 채 썰어야 하듯 써는 방법도 제각각입니다. 게다가 졸이고 달이고 익히는 방법 또한 제각각이니 맛도 제각각이고 식감 또한 제각각인 절집음식을 감미하는 것이야말로 음식으로 깨닫게 되는 인과의 설법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맛있다고 하는 절밥, 꼭 절엘 가야만 먹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을 따라하다 보면 어느새 절밥이 만들어지고, 어느새 스님처럼 먹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사찰 밥상을 만드는 재료는 절집 공양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냉장고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집엘 가야만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절집 음식쯤 우리 집 밥상쯤에도 뚝딱 차려질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 글쓴이 홍승 / 펴낸곳 담앤북스 / 2016년 10월 31일 / 값 15,000원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 집에서 만들어 스님처럼 먹다

홍승 스님 지음,
담앤북스, 2016


#생각보다 쉬운 사찰밥상 #홍승 #담앤북스 #절임배추 #사찰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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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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