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소전략' 또 꺼낸 새누리, 그러나...

"용서할 때까지 계속 사죄"라면서 국정농단 아닌 '최순실 비리의혹'으로 표현

등록 2016.11.04 17:43수정 2016.11.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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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숙인 새누리당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앞 계단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과 관련,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 남소연


"도와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믿어주십시오."

새누리당이 또 다시 '읍소 전략'을 꺼내들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도 같은 전략을 폈다. '세월호 참사'와 '공천 파동'이란 악재를 맞았을 때 썼던 극약 처방을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다시 쓴 셈이다.

새누리당은 4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 계단에 모여 "작금의 모든 사태에 대해 저희 새누리당 129명 국회의원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면서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했다. 최근 당직을 사퇴한 김현아 전 대변인이 의원 자격으로 사죄문을 낭독하는 동안 이정현 당대표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다.  

이들은 "새누리당 의원들은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을 참담한 심정으로 들었다. 듣고 있는 우리 새누리당 의원 모두가 역사와 국민 앞의 죄인임을 절감했다"라면서 "이 모든 사태는 모두 대통령의 책임이다. 그리고 새누리당의 책임이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까지 망가질 동안 새누리당이 뭐 했나 탄식이 나온다. 이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국민 앞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는 자책도 덧붙었다.

이들은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용서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고 기다리겠다"라면서 "우리 새누리당, 죽어야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사즉생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국정공백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은 반복됐다. 이들은 "국정이 사실상 마비 상태다. 나라가 혼란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장 힘 없는 국민들"이라며 "일단은 국민부터 챙겨야 하겠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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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의 이정현 대표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무엇보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혼란을 수습해 나가겠다. 독단적이지 않게 야당과 또 국민과 소통하면서 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은 사죄문 자체의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이정현 당대표 등 친박 주류에서 지난 2일 국회와 협의 없이 발표된 개각에 반발하는 야권을 향해 '여야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이(김병준 새 국무총리 내정자)를 총리로 추천했으니 수용하라'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이날 대국민 사죄를 발표할 때 든 현수막 내용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순실 비리의혹,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번 사태가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가 국정 전반에 개입한 '국정농단' 파문임을 외면한 채 개인 비리 의혹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앞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내용과도 같은 맥락이다.

지도부 사퇴 논의할 의총, 시작부터 고성 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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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장으로 향하는 김무성-유승민 새누리당 김무성 유승민 김학용 주호영 등 비박계 의원들이 4일 오후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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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공개로 합시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공개로 진행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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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대질 하는 김성태 의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할 것을 제안하자, 김성태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개를 주장하며 삿대질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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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진 "공개 비공개 여부로 싸울겁니까" 새누리당 조원진 최고위원이 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공개하자고 주장하는 비박계 의원들과 언쟁을 벌이고 있다. ⓒ 남소연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대국민 사죄문 발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공개·비공개 여부를 두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면서 친박·비박 계파 갈등을 여실히 드러내기도 했다.

비주류(비박) 의원들은 의총을 공개로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정진석 원내대표는 "질서 있게 하자. 우리가 비공개로 (의총) 많이 해왔다"라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은 상황이 이례적이다", "의총은 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면서 계속 공개 주장이 쏟아지자 "아니, 그럼 저를 탄핵하고 하라. 원내지도부가 (공개 여부를) 정해오지 않았나"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은 "지금 의원들한테 협박하는 것이냐"고 맞섰다.

결국 의총은 다수결에 의해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성태 의원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의총은 지도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사전에 준비된 각본대로, 흔히 말하는 친박 세력들이 또 이정현 체제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를 옹호하고 비호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할 뿐"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새누리당 #최순실 #박근혜 #친박 #의원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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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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