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한테 "네가 계집애냐?"... 이건 망발이다

[공모- 나는 나대로 산다] 무엇이 우리 사회의 성차별을 지속시키는 것일까

등록 2016.11.16 16:42수정 2016.12.0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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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성차별은 절대 여성에게만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성차별로 인한 피해를 입는 대상은 여성이 될 수도 있고 남성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계속해서 성차별을 이슈화하고 언급해야 하는 이유는 성차별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닌,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지속되어 왔고 이것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 또한 계속해서 성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차별적 대우를 감내하며 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성차별은 우리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를 하던 그 날, 달리기를 하던 한 남자아이가 중간에 넘어져 버렸다. 많이 다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무릎의 살갗이 벗겨져 피가 날 정도였다. 남자아이는 곧바로 담임 선생님과 함께 양호실에 가서 치료를 받았는데 이후에 운동회가 다 끝난 후 아이들이 교실에 다 모였을 때 다른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 남자아이에게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사내자식이 뭐 그렇게 눈물이 많아? 네가 계집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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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다움'이란 허무맹랑한 소리는 대체 뭔가... ⓒ pixabay


이 한마디에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성차별의 함축적인 의미가 다 포함이 돼 있는 것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내자식이 뭐 그렇게 눈물이 많냐'라는 말을 듣지 않고 자란 한국의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남자는 감정이 없는 존재인 걸까?

물론 저 한마디엔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의식이 함께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강하고 약함의 차이를 다친 부위가 아파서 조금 흘린 눈물로 저렇게 쉽게 판단을 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아니, 애초에 왜 남자는 강해야 하는 걸까? 곧바로 뒤에 나오는 '네가 계집애냐?'라는 한마디는 우리 사회에서 인식하고 있는 여성의 대표적인 모습을 그 무엇보다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한마디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참고로 필자는 안구건조증이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거의 울지 않는 편이다. 울지 않는다고 해서 슬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다. 눈물이 많고 적고는 여성과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성향에 따른 차이일 뿐이다. 여성은 무조건 눈물이 많고 여리고 약하다는 인식은 내가 어릴 때나 성인이 된 지금도 역시 변함이 없는 듯하다.

결국, 저 남자아이는 그날 아파서 조금 울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순간에 '계집애 같은' 남자아이가 돼버렸다. 그게 필자가 처음 목격한 성차별의 현장이었다. 이후 다른 성차별의 체험들을 나열해보자면, 명절이면 그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데 '왜 항상 모든 집안일은 여자만 하는 걸까?'라고 묻는 말에 친척 중에 한 분은 이렇게 대답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럼 저걸 남자가 해? 남자와 여자는 하는 일이 따로 정해져 있는 거야. 원래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게 맞고 바깥일은 남자가 하는 게 맞아."

이 분은 요즘 한참 TV에서 유행하는 쿡방에 출연하는 남자 셰프들을 보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분명 그 친척 중에 한 분은 적어도 남자가 하는 일에 요리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성차별이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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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보며 웃다가 말 한마디를 들었다. 내 표정은 굳어버렸다. "여자애가 어찌 그리 남자애처럼 웃냐"라는 말. ⓒ pixabay


성차별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과연 어디일까? 처음엔 당연히 직장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면 성차별의 시작점이자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직장이 아닌 집이었다. 아주 사소한 성차별부터 심한 성차별까지, 모든 게 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주말 저녁에는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기 바쁘다. 이른바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예능 프로그램들 때문이다.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이 게스트로 나온다기에 그날도 역시 시간에 맞춰 채널을 틀었다. 예상외로 게스트의 활약이 대단했던지라 빵빵 웃음이 터지는 장면이 한 둘이 아니였다. 너무 웃겨서 눈물이 다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한순간 내 표정을 정색으로 바꿔버리는 단 한마디. "너는 여자애가 어쩜 그리 웃는 게 남자같이 웃냐?" 여자는 항상 입을 가리고 '호호'거리며 웃어야 하고 남자는 항상 '하하'거리며 호탕하게 웃어야 할까? 여자가 '남자처럼' 호탕하게 웃고, 남자가 '여자처럼' 입을 가리고 웃으면 세상이 거꾸로 뒤집어지기라도 하는 걸까?

이쯤에서 도대체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며칠 동안 계속해서 생각해보았다. 주변에도 역시 같은 질문을 해보았다. 정말 웃긴 건 아무도 명확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애초에 '여자다움'과 '남자다움'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니까 대답을 못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은 선뜻 답하지 못하면서 이건 '남자가 할 일', 이건 '여자가 할 일'이라고 우리 스스로 이미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하루는 집에 형광등이 나가서 새 형광등으로 교체할 일이 생겼을 때다. 필자가 직접 새 형광등으로 교체하려고 하니, "이런 건 원래 남자가 해야 하는 건데…"라고 누군가는 말했고 필자가 왜 이런 일은 남자가 해야 하냐는 물음에 "위험하잖아. 그러니깐 여자보단 남자가 해야지"라고 그 누군가는 대답했다.

이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란 말인가? 위험한 일은 남자가 하는 게 언제부터 당연시됐다는 말인가? 또,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자를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묻는 게 '남편 밥은 잘 챙겨주지? 결혼도 했는데 요리 실력이 영 늘지 않아서 어떡하니?'와 같은 말이라고 한다. 저렇게 묻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어처구니없게도 여자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분명 2016년에 살고 있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예전에 비해 훨씬 활발해진 것은 물론이며 어디에서나 '일하는 여성'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젊은 부부들은 가사를 분담해서 하는 경우가 많고 갈수록 그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그런데도 대체 왜 여성이 여성에게 '자발적 식모'를 강요하는 것일까?

2016년을 살지만... 지금은 19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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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프러제트> 중 한 장면.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이런 잘못된 의식들이 모이고 모여서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아닐까. 때때로 성차별은 감정을 상하게 할 뿐만이 아니라 개인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까지 침해하는 경우도 생긴다. 여러 경우가 있겠지만, 그중에 바로 최악은 이것. '여자가 뭐 이렇게 정치에 관심이 많아?'와 같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경우이다.

여자와 남자로 구분 짓기 이전에 한 국가에 국민으로서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 대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일까? 올해 개봉했던 영화 <서프러제트>의 첫 장면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여성은 침착하지 못해서 정치적 판단이 어렵다.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면 사회구조가 무너진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12년 런던,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20세기 초 여성참정권론자의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무려 104년 전에 있었던 일을 다루고 있는 영화인 셈이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2016년인 지금도 여전히 여성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필자는 이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의식 수준은 2016년이 아닌 1912년에 머물러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성인이 되고 나서 겪는 성차별의 가장 큰 대표적인 예로는 바로 남녀 간의 임금 격차 문제와 특정 직업군에 몰린 남녀 성비율을 들 수 있겠다. 우선 임금 격차 문제부터 놓고 보자면, 이것은 절대 한국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같은 업무, 같은 학력, 같은 노동력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이 남성보다 현저하게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만한 사실일 것이다. 기사를 통해서 보는 것보단 실제 체감하고 있는 게 훨씬 클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은 특정 직업군에 몰린 남녀 성 비율에 관련된 얘기인데 다양한 직업군들이 있겠지만, 흔히 '경리'라는 직업을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남성보단 여성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예전부터 남성에 비해 여성을 더 많이 채용하는 분위기였고 현재도 그렇다. 또 반대로 운송업에서는 예전부터 여성에 비해 남성을 더 많이 채용하는 분위기였고 현재도 마찬가지다.

서구의 경우, 유명인들이 본인의 영향력을 행사해서 남녀 간의 임금 격차 문제를 대대적으로 발언하고 이슈화하고 있다. 또, 노르웨이나 덴마크, 스웨덴이 속한 북유럽의 경우엔 남성들이 대체로 많이 종사할 거라고 생각하는 토목업에도 여성들이 남성들 못지않게 많이 종사하고 있다.

문제는... '나와 관련 없다'고 생각하는 것

우리가 사는 사회엔 성차별 외에도 다른 여러 종류의 차별들이 존재한다. 성차별은 차별이란 큰 범주 안에 속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차별을 막기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까?

필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각종 차별을 지속시키는 것은 '무관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선 직장에서까지 계속해서 각종 차별을 받아왔지만, 처음엔 '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다가도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개개인이 각자 사는 게 급급한 나머지 '차별'은 이미 '나'와 아주 동떨어진 문제라고 치부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개개인이 각자 사는 게 급급한 것 또한 또 다른 '차별'에서 비롯된 문제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각종 차별과 관련된 문제들을 끊임없이 발언하고 토론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이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겠지' 혹은 '내가 이 문제에 대해 발언한다고 해서 과연 달라지는 게 있을까?'와 같은 생각들이 많아지면 우리가 바라는 '살기 좋은 세상'은 현실이 아닌 이상에만 그치고 말 것이다.

무언가 변화시키고 싶다면 그 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정말 변화하길 바란다면 변화시키고 싶은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생각만으론 절대 변화시킬 수 없으니 말이다. 필자는 차별의 시작이 학교와 가정이라고 생각하기에 어릴 때부터 모든 차별을 항상 경계 시하고 차별에 익숙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또, 불합리한 상황에선 침묵할 것이 아니라 스스럼없이 발언할 수 있는 용기와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의 형성을 위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분명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는 완벽하지 않다. 사실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엔 너무나 다양하고 개개인의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명 두 명씩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과 불합리한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그들이 같이 참여함으로 인하여 차별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점차 조금씩 줄여나간다면 언젠가는 차별이 없고 불합리한 상황이 없는 완벽한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필자는 그 '언젠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마주하길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공모 '나는 나대로 산다' 응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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