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으세요" 설교하는 목사, 왜?

<조용한 김목사의 우당탕탕 독서운동기>를 읽고

등록 2016.11.09 08:32수정 2016.11.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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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제목이 <조용한 김목사의 우당탕탕 독서운동기>(도서출판 유심)다. 이 제목을 출판사에서 지어줬는지 아니면 본인이 지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만난 김동명 목사라면 본인이 지은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지은 듯하다. 자기를 들어 '작은 사람 김동명'이라 말하는 김목사는, 제목대로 조용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목사의 단 한 줄 약력 소개 "난 독서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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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김목사의 우당탕당 독서운동기>, 도서출판 유심, 2016년 10월 31일 ⓒ 도서출판 유심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올해 8월, 인터뷰(관련기사 : 예배보다 독서모임 우선, 이런 교회 처음이야) 때문에 만났다. 그가 운영하는 수원열린교회는 기존상가교회 예배당과 달랐다. 교회당입구 간판엔 '수원열린교회 도서관'이라 써있고, 그곳은 예배당이라기보다 '북카페'가 딱 어울렸다. 처음엔 그가 단순히 '좀 유별난 형태의 목회'를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책을 보면 그의 꿈과 소신은 분명해 보인다. 저자를 소개하는 약력에도 단 한 가지로 자기를 소개하고 있다. 바로 '독서운동가'다. 이 책을 낸 목적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운동에 동참할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서다"라고 책에서 밝혔다. 그렇다. 이 책은 그가 그동안 해온 독서운동을 바탕으로, '책읽기 운동본부'의 저변 확대를 위해 세상에 나왔다.

사람들은 "당신은 목사가 되어서 전도는 안 하고 웬 독서운동이냐"는 핀잔을 주곤 했다. 실제로 그는 만나는 사람마다 "교회 나오세요. 예수 믿으세요"가 아니라 "책 좀 읽으세요"라고 권유한다.

급기야 "나는 기독교로 입문하면서 거듭났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또 다시 거듭났다"라고 저자 서문에서 고백한다. 기독교에서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중생(거듭남)'이, '예수를 통하여'를 넘어서 '책을 통하여'라고 고백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증하는 사람들(김목사의 독서운동에 함께 한 4명) 또한 "책을 만나 변화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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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당 입구 김동명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수원열린교회 교회당 입구 간판엔 <수원열린교회 도서관>이라고 되어 있다 ⓒ 송상호


주님이 아닌 책을 통해 거듭났다는 목사, 어떻게?


서문에서 "이전의 나는 전형적인 한국 목회자였다. 입만 열면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쳐대던 목사였다. 그래서 교인들은 그런대로 인정하지만, 불신자나 타 종교인들에게는 기피대상이 됐다"던 그가 "그러나 지금은 불신자들과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타종교인들과도 불편하지 않다"며, 책을 통한 자신의 변화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 신앙을 버린 것도 아니다.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다"며 변화의 핵심을 드러냈다.

이 변화는 자신만 감지한 게 아니었다. 저자의 아내 윤금주씨가 "내 남편은 달라졌다"고 인정하는 글을 이 책에 쓰고 있으니, 두말할 것도 없다. 배우자가 "내 남편은 달라졌다"고 말하는 것만큼 확실한 보증이 또 있을까.

그는 1년에 500권 정도의 책을 가리지 않고 읽어 왔다. 하루 12~15시간 독서를 하고, 하루 1~2권 정도의 독서를 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올해도 500권을 목표로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그의 꿈은 '독서운동을 하는 작은 도서관 건립'이란다.

지금도 독서는 그의 삶을 바꿔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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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내부 교회당이라기보다 조그만 북카페라고 표현해야 맞을 듯하다. ⓒ 송상호


무엇이 이토록 그를 변화하게 했을까. 그렇다. 바로 독서다. 그가 독서를 접한 것은 신학교 졸업 후 계속되는 교회 목회에 지쳐있을 무렵, 안식년을 가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어디 가기도 그래서 책이나 읽자고 덤벼들었다가, 책을 통해 자신이 깨진 거다.

처음엔 다량의 독서로 인해 "눈물이 질질 나고, 어깨가 뻐근"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적당한 운동을 겸해서 독서를 하면서, 독서생활화를 몸에 익혔다. 그가 이렇게 독서생활화를 고집한 것은, 무슨 사명감이나 목회욕심 때문이 아니었다. 책에서 밝힌 대로 "책 읽는 것이 즐거웠다"는 것. '책 읽는 즐거움'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자의 아내 윤금주씨가 진행하던 '독서소모임'을 진행하게 되었다. 소모임 회원들과 김목사의 궁합이 잘 들어맞았는지 하다 보니 이게 자신의 천직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소모임을 활성화하여, 교회당이 곧 도서관이 되고, 교인들뿐만 아니라 비교인들까지도 독서모임을 같이 하는 '독서운동가'가 되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경험담을 담언 독서 조언

그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잘하지 않는 이유로 4가지를 꼽고 있다. "1 시간이 없다. 2 독서가 재미없다. 3 책 읽는 방법을 몰라서 힘들다 4 독서자체가 어렵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해법도 제시한다.

이어서 그는 독서를 위한 큰소리(내가 보기엔 '독서를 위한 십계명')를 10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아래는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한 '십계명'이며, 순전히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1. 취미독서를 하지 말고 생존독서를 하라.
2. 독서로 무지에서 탈출하라.
3. 호기심에 머물지 말고 지적 생활로 나아가라.
4. 성공 독서를 하지 말고 성찰독서를 하라.
5. 독서로 포스트모던 엑소더스를 감행하라
6. 시도 때도 없이 독서하는 습관을 만들어라.
7. 빨리 읽으려고 하지 말고 슬로 리딩하라.
8. 치우치지 않는 균형독서를 하라.
9. 독서를 하려면 독서문화를 만들어라.
10. 자녀들과 함께 독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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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목사 <조용한 김목사의 우당탕당 독서운동기>의 저자 김동명 목사는 하루에 1~2권, 1년에 약 500권의 책을 읽는다고 했다. ⓒ 송상호


'글쓰기와 책쓰기', 책부터 읽어라

요즘 서점에선 '글쓰기와 책쓰기'에 관한 책이 인기다. "글과 책을 쓰려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한다. 사실 그건 다 '뻘짓'이다. 난 한 마디로 말하고 싶다. 글과 책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입력한 게 없는데 출력할 게 나올 리가 만무하다. 김 목사도 책을 많이 읽다보니, 세상에 책을 내게 된 경우다.

그는 이 책에서 "천기누설에 가까운 이야기인 나의 영업비밀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우리나라가 '책 공화국'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영업비밀이란 이 책 말미에 나오는 '독서코칭 4단계'다. 그가 그동안 해온 '독서소모임 노하우'다.

그는 마치 "독서에 실패한 자들은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독서의 길로 인도하리라"고 말하는, '독서전도사'처럼 보인다. 그가 바라는 대로 우리나라가 '책 공화국'이 되는 그날까지 아래의 복음은 계속되어야 하리라.

"화있을진저 독서하지 않는 사람들이여. 너희가 TV와 스마트폰과 세일 전단은 잘도 보면서, 좋아도 너무 좋은 책은 보지 않는 도다. 그러나 이것도 행하고 저것도 버리지 말아야 할지니라. - 맛탕복음 23장 23절(이 책 54쪽)"

우당탕탕 독서운동기 - 조용한 김 목사의

김동명 지음,
유심(USIM), 2016


#김동명목사 #독서운동 #수원열린교회 #독서 #유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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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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