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 혼밥 혼놀로 '내 참모습'을 깨닫는다

[시골에서 만화읽기] 신큐 치에

등록 2016.11.14 15:08수정 2016.11.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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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ak코믹스

만화가 신큐 치에 님은 <와카코와 술>이라는 만화를 꾸준히 그립니다. <와카코와 술>은 도시 한복판에서 일하는 어느 아가씨가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오늘 하루도 씩씩하게 일을 잘 한 나를 내가 기린다'는 뜻으로 혼술(혼자 술 마시기)을 즐기는 이야기를 다루는 만화입니다. 이 만화책에는 '여느 회사원 아가씨'가 나오는데, 곰곰이 헤아린다면 이 아가씨는 바로 만화가 모습이라고 할 만해요. 만화가 스스로 '내가 나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혼술을 무척 즐긴다고 하더군요.

만화책 <yeah! 혼자서 놀기>(AK 코믹스,2014)는 만화가 아가씨가 '혼술'을 넘어서 '혼놀(혼자 놀기)'을 여러모로 누리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노래방에 혼자가고, 고깃집에 혼자 갑니다. 회전초밥집에 혼자 가고, 이것저것 혼자 해 봅니다. 흔히 '여럿이 즐긴다'고 하는 놀이를 하나하나 찾아보면서 '혼자 즐기면 어떤 멋이나 기쁨'이 될까 하고 생각해 본다고 해요.


'노래하면서 다음 곡 예약! 내내 리모콘을 붙들고 있어도 뭐라 하는 사람 없음! 계속 발라드만 불러도 문제 없음!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여기는 나만의 왕국이니까!!' (12쪽/혼자서 노래방)

''왜 계속 기름진 것만 먹어'라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너무 빨리 먹는 건가? 너무 느린가? 너무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이 모든 초밥이 오직 나를 위해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26쪽/혼자서 회전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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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ak코믹스

어떤 놀이나 일을 혼자 해 본다고 할 적에는 만만하지 않을 수 있어요. 낯선 곳에서 혼자 헤맬 수 있고, 곁에서 도울 사람이 없기에 벅찰 수 있어요. 말벗이 없으니 심심하거나 외로울 수 있고, 어떤 좋은 모습을 함께 나누면서 기뻐할 벗님이 없기에 아쉬울 수 있어요.

그러나 어떤 놀이나 일을 혼자 해 보기에 한결 씩씩할 수 있습니다. 비록 혼자 낯선 곳에서 헤매더라도, 헤매고 또 헤맨 끝에 혼잣힘으로 해내며 대견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말벗이 없지만 호젓하거나 한갓진 기운을 누릴 수 있어요. 혼자이기 때문에 '혼마실(혼자 마실하기)'을 할 적에 어디로든 스스로 내키는 대로 가 볼 수 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은 이미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양은 적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추려낸다!' (56쪽/혼자서 고깃집)


'이거였어! 내가 원하던 스타일! 가게를 고를 땐, 자기 취향에 맞는(당연하지만) 곳을 고르는 게 중요하구나.' (82쪽/혼자서 술 마시기)

일본이나 한국뿐 아니라 꽤 많은 나라에서는 '가시내 혼자 여행'을 한다고 할 적에 위험하다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밤길을 혼자 걷다가 큰일을 치를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가시내 혼자 여행을 나서는 발길은 꾸준히 늘어납니다. 영어를 썩 잘 하지 않더라도 혼자 씩씩하게 비행기를 타고, 혼자 다부지게 배낭을 짊어지고 뚜벅뚜벅 걸으며 여행을 하지요. 혼자 밥집을 찾아가서 말없이 한 끼니를 잇습니다. 혼자 여행을 누리다가 목이 좋은 곳이 있으면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뒤 햇살을 받거나 나무 그늘을 누리며 책을 읽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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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그림 ⓒ ak코믹스

'어른 혼자서 큰 소리로 참가 신청을 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긴 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119쪽/혼자서 여행)

<yeah! 혼자서 놀기>는 혼자 누리는 수수한 기쁨을 넌지시 보여준다고 할 만합니다. 다른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서, 혼자 생각을 짜내고 힘을 기울여서 차근차근 한 가지씩 이루는 아기자기한 삶을 보여주어요. 혼자 길을 거닐면서 내 마음에서 울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주어요. 혼자 골목을 누비고 혼자 밥을 짓고 혼자 노래를 부르고 혼자 춤을 추는 동안 여태껏 깨닫지 못한 '홀가분함'이랑 '홀로서기'를 새삼스레 되새기는 살림을 보여줍니다.

여럿이 있기에 즐겁다면 혼자 있기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혼자 누리면서 즐겁다면 여럿이 누리기에 즐거울 수도 있어요. 때로는 떠들썩하게 삶을 누리고, 때로는 조용하게 삶을 누립니다. 때때로 왁자지껄하게 살림을 짓는다면, 때때로 차분하면서 고요하게 살림을 짓습니다.
덧붙이는 글 (신큐 치에 글·그림 / 문기업 옮김 / AK 코믹스 펴냄 / 2014.11.25. / 9000원)

Yeah! 혼자서 놀기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14


#YEAH! 혼자서 놀기 #신큐 치에 #만화책 #혼술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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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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