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전 총리 "대통령에 대한 일시적 분풀이, 마녀사냥"

개인적인 입장문 배포, "냉정 되찾아야...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인내심 필요한 때"

등록 2016.11.17 15:06수정 2016.11.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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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전 국무총리(왼쪽)와 박근혜 대통령 최장수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 출범식에 참석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기념사업 추진위의 위원장이기도 하다. ⓒ 권우성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정홍원 전 국무총리는 17일 "진실 규명도 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무한 책임을 지라는 요구와 주장, 그 또한 결코 법 앞에 평등이 아니다. 일시적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정 전 총리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개인 입장발표문을 통해 "지금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실 규명 작업이 한창인데 실체와 증거보다는 추측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진상이 드러나기도 전에 보도를 통해 모든 내용이 기정사실로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금기시하는 마녀사냥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2년 동안 총리로 재직하면서 회의나 면담 등의 기회에 대통령을 많이 만났고,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저는 대통령이 오랫동안 공부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너무 많이 알면 국정이 경직되기 쉽다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며 "'외부의 조력이 없이는 판단도 제대로 못 하는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 일부의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전 총리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대통령이 최순실과 가깝게 지냈고, 최순실이 국정에 개입해 사익을 도모했다는 정황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며 "최순실이 저지른 불법·위법 행위에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이 있다면 책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가 예정돼 있다. 진실은 가려질 수 없다"며 "진실이 규명된 후 상응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법적·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일방적으로 추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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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총리를 맡고 있던 2014년 11월 5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정 전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고 하야와 탄핵이라는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4년 차에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박근혜 정부의 초대 총리를 지낸 제가 갖는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민적 성숙함을 보여야 할 때"라며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는 인내심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런 국면에서 입을 연다는 게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의 몰매를 맞을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때 침묵하는 건 오히려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냉정을 되찾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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