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질문과 우리 민주주의

교단의 정치적 중립과 민주주의

등록 2016.11.17 17:16수정 2016.11.1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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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받는다. 강의 내용과 직결되는 질문이 대부분이지만,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이처럼 강사의 설명과 학생의 질문이 섞여 강의 분위기는 고조된다.

하루는 필자의 강의를 수강하던 한 여고생이 불만어린 표정으로 손을 들어 질문을 했다. 자신이 재학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촛불집회 등 집회 및 시위에 참여할 경우 교칙에 의해 징계를 받으며, 교내 방송 원고는 사전에 교감 선생님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정치와 관련한 사안은 방송이 불허된다고 했다. 격양된 학생은 이 모든 행태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후자의 질문이다.

놀라웠다. 수많은 시민이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를 갈구하며 구체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지금, 지역의 학교에서는 전혀 새로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교과서에 쓰인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없으니 우리 제자들에게 민주주의는 어쩌면 진화론과 같이 하나의 추상적 용어일 뿐이다. 결국 한국인에게도, 우리 학생들에게도 민주주의는 하나의 이상향일 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은 민주화일 수밖에 없다.

교단(敎壇)에 서는 이들에게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중립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그들의 의무가 때로는 불의에 대한 순응과 협조로 이어진 경우도 지난 한국현대사 속에서는 비일비재하다. 아직도 교육의 목적을 사회화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기존 질서에 동화하다는 의미의 사회화는 절대 교육의 목적이 될 수 없다. 오늘을 정확하게 알고 이를 통해 새로운 내일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목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은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무기력을 낳았다. 그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정치적인 중립은 바로 학생의 질문에 대해 정치적인 구애됨이나 편향 없이 객관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결국 필자는 질문한 학생의 문제 제기가 타당하다고 대답했다. 또한 지난 11월 5일과 12일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촛불집회를 근거로 제시했다. 기존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 정치적 중립일 수 없다. 학생이 배우는 교과서의 내용이 바로 그 증거이다.
#학생 #민주주의 #학원강사 #정치적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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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학원장의 눈으로 보는 대한민국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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