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박 대통령 탄핵, 어려울 거 하나도 없다

국민이 더 이상 대통령 신뢰할 수 없는 상태라면 탄핵 가능

등록 2016.11.18 16:11수정 2016.11.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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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 한눈에

  • 1. 탄핵은 형사재판이 아니다.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탄핵이 가능하다.
  • 2. 특검 수사가 종결돼야 하는 것 역시 아니다. '특검 180일+헌재 180일+대통령 선거 60일'이라는 계산은 하지 않아도 된다.
  • 3. 탄핵의 요건 : ① 직무와 관련해 ②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고 ③ 그 위반이 헌정질서나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신임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와야 한다.
  • 여기서 '중대한'은 법 위반의 결과이지 법 위반의 내용이 아니다. → '밑줄 쫙'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가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100만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은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동시에 '대통령 탄핵'에 대한 여론도 들끓고 있습니다. 탄핵에 대한 이해를 돕고, 혹시나 있을 오해를 풀어보기 위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동의를 얻어 한 교수의 페이스북 글을 옮겨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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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원고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많은 분들이 탄핵 제도에 대해 조금 오해(?)하고 계신 부분이 있는 듯하다.

탄핵은 범죄행위에 대해 처벌을 하는 형사재판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것은 징계를 하는 것과 유사한 성격을 가진다. 탄핵대상자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자를 공직에서 파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탄핵대상자가 굳이 범죄행위를 저지르지 않아도 탄핵이 가능하다. 마치 공무원이 음주가무를 즐기다가(이는 범죄는 아니다)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한 경우에 징계를 받는 것과 동일하다.

"180일+180일+60일, 한 해가 다 가잖아"... 그거 아닙니다

따라서 탄핵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특검에 의한 수사가 종결돼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그렇게 범죄혐의가 제대로 밝혀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국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하거나(국정조사나 혹은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법사위에 회부해 법사위로 하여금 조사하게 할 수도 있다), 그것도 귀찮으면 지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그냥 이런 저런 사실들을 엮어서 탄핵소추해도 된다. 어차피 헌법재판소에 가면 다시 사실조사를 하게 되니까.

실제 일본에선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거나 검찰에서 불기소처분을 받은 사람(판사)들까지도 탄핵한 적도 있다.

그러니 대통령을 탄핵하게 되면 특검수사 180일에다 헌재 심판 180일을 더하고, 또 대통령 선거기간 60일을 더하면 한해가 그냥 훌떡 넘어간다는 안타까움은 가지지 않아도 된다. 정말 급하면 이번 주말에 정리해서 그 다음 주 월요일에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를 의결할 수도 있다(물론 이런 식으로 했다가는 큰일 나겠지만...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의 요건을 살펴보자... 핵심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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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민심'이 서울 도심 광화문 광장에서 표출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하야, 탄핵 여론이 거세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2016년 11월 15일 저녁 적막한 청와대 모습. ⓒ 연합뉴스


탄핵을 하려면 아주 중대한 (헌)법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하지만 사소한 법 위반이 있어도 그 결과가 '중대'하다면 탄핵이 가능하다.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의하면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① 직무와 관련해 ②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하고 ③ 그 위반이 헌정질서나 국민의 대통령에 대한 신임에 중대한 손상을 가져와야 한다. 이때 "중대한"이라는 말은 법 위반의 결과이지 법 위반의 내용이 아니다.

예컨대, 대통령이 직무시간에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다시보기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비서관이 뭔가를 보고를 하기는 했는데, 하필 그 순간이 그 유명한 거품키스 장면이어서 정신이 팔려 그 보고를 제대로 못 듣고 그냥 얼버무렸다 치자. 그러고는 '이 회차만 보고 직무에 전념해야지' 하다가 모든 드라마가 다 그렇듯 그 다음편도 보고 또 보고…, 그러다 7시간이 지났다고 치자.

통상의 상태라면, 이렇게 보낸 7시간은 직무태만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집무실에서 일하는 폼은 잡고 있었다. 따라서 형사처벌도 할 수 없고 나아가 대통령을 탄핵할 정도도 못 된다. 별일이 없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만약 그때 하필이면 그 보고내용이 '적이 쳐들어와서 막 교전을 하는' 순간이고 급하게 대통령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통령이 보고받을 때는 정신없이 '멍 때리고' 있다가 나중에야 나타나서 '군인들이 방탄복을 입고 있다던데 그렇게 (적을) 막기가 힘들어요?'라고 봉창 두드렸다면 이건 정말 탄핵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무리 사소한 (헌)법위반 행위라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 헌법 질서의 근간인 민주적 기본질서를 흔들어놨다거나, 혹은 뇌물을 받거나, 다른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자기 권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그래서 국민들의 심각하게 실망시켜 더 이상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버린 때에는 탄핵사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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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사진은 지난 2014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새누리당 최고대표위원을 선출하는 제3차 전당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이희훈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한상희님은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입니다.
#박근혜 #탄핵 #최순실 #7시간 #시크릿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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