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고장' 인천지하철 2호선, 총체적 부실 드러나

인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 시공·점검·승인 과정에서 부실 지적돼

등록 2016.11.23 14:14수정 2016.11.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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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인천교통공사 운연차량기지에서 출입문 고장을 일으킨 인천지하철 2호선 전동차가 점검받고 있다. 이 전동차는 이날 오전 5시 55분께 인천시청역에 도착했지만 출입문 6개가 모두 열리지 않는 고장을 일으켜 약 8분간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는 원인이 됐다. ⓒ 연합뉴스


인천도시철도 2호선(아래 인천2호선) 부실 개통이 인천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아래 행감)에서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시의회가 18일 인천교통공사(아래 공사)와 22일 인천도시철도건설본부(아래 도시철도본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감에서 인천2호선 개통에 숱한 부실이 드러났다.

시의원들은 개통 전 부실했던 승인절차와 부실시공, 부실한 개통점검, 부족한 차량납품, 지속되는 타임아웃(=열차와 관제소 간 통신 두절) 문제를 지적하며 공사와 도시철도본부를 질타했다.

"감사원의 '차량 부족' 지적 피하려 무리한 운행"

이한구(무소속·계양4) 의원은 지난 2013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토대로 인천2호선 차량이 부족해 개통부터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2호선 열차는 74량(2량 34편성)이다. 감사원은 2013년에 "현대로템이 차량 구매 등을 위해 산출한 추정가격 차량 수(84량)와 계약한 차량 수(74량) 간 차이에 해당하는 496억여 원의 특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84량을 74량으로 줄였다는 감사 결과다.

그러나 이미 인천시는 현대로템과 74량으로 열차 일주시간 99분을 맞추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막상 개통하니 74량(2량 1편성)으로는 일주시간 99분을 맞출 수 없었다.

즉, 부족한 차량으로 입찰 계약조건을 맞추려다보니 배차간격을 줄이고, 급가속과 급감속을 동반한 고속주행으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8일 "지난 3개월간 인천2호선 차량 전체 브레이크패드 500여 개 중 무려 40%에 달하는 230여 개가 교체됐다. 이는 최고속도가 시속 90㎞인 신분당선의 1년 교체율 2.3%의 20배에 가깝다. 이는 현대로템이 차량납품을 축소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급가속하고, 급감속하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중호 공사 사장은 "도시철도본부가 현대로템에 전동차 6대 증차를 요구했다. 2호선을 운행하는 공사 입장에서는 6대보다 더 많은 차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전동차 부족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같이 했다.

임정빈(새누리당·남구3) 의원 또한 지난 22일, 도시철도본부에 브레이크패드의 높은 교체율을 지적했다. 도시철도본부 또한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신분당선과 비교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고,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오호균 도시철도본부장은 이날 "인천2호선 역사는 27개이고, 신분당선은 12개다. 곡선에서 브레이크를 밟는데, 인천2호선 곡선은 27개이고, 신분당선은 없다. 인천2호선은 구배(=수평을 기준으로 한 경사도)가 50%인 언덕도 5개나 된다"며 "적절하지 않은 비교"라고 했다. 다만, "교체율이 높아 조사 중"이라고 했다.

'전동차 증차' 감사원 지적대로 '상사분쟁' 발생

인천2호선은 84량으로 개통할 수 있었지만, 차량 구매 과정에서 가격 상정 문제로 현대로템으로부터 10량을 받지 못한 채 74량으로 개통했다.

감사원은 "차량운행시스템 공급자인 현대로템이 임의로 산출해 제안한 소요 차량 수(74량)로 계약을 체결할 경우, 추후 차량 수 증감으로 인한 계약 당사자 간에 부당한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도시철도본부는 지난 9월 "인천2호선 개통 후 준공 검수과정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차량 일주시간을 약 5분 9초 맞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차량 일주시간 단축을 위해 현대로템에 차량 6대를 추가 납품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거부하고 있다.

홍정화(더불어민주당·계양1) 의원은 지난 22일 도시철도본부에 현대로템의 계약조건(=일주시간 준수) 불이행에 따른 '전동차 증차'를 강조한 뒤, 차량 부족에 따른 과부하를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본부는 "12월 중 대한상사중재원 중재로 이어질 전망이다. 양쪽 모두 중재에 대비해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서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릴 예정이다"라며 "현재 하루 평균 11만 명 이용에, 32편성을 운행하고 있다. 과부하 우려는 없다. 수요가 많아 열차를 더 투입해야한다면 소송하겠지만, 그럴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개통 승인 요청도 부실 드러나

인천2호선의 개통 절차 또한 허술하게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승인을 위한 최종 점검 때 점검 담당기관인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연구원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현대로템과 도시철도본부가 '문제없다'고 제출한 서류에 근거해 국토부에 개통 승인 요청이 이뤄진 것이다.

공사와 도시철도본부는 개통 승인을 위해 국토부에 제출한 '종합시험운행 결과보고서'에 시설물 검증시험 항목 28개와 영업시운전 항목 40개를 모두 '적합'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열차 운행 중단이 지속되자 공사는 지난 8월 8일부터 11일까지 '외부 전문가 합동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는데, 모두 29건에 달하는 문제점을 안고 개통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이중호 공사 사장은 "교통안전연구원은 당시 인력 부족을 이유로 다른 현장에 참석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시가 개통을 무리하게 서둘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타임아웃'은 승객이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때문?

개통 후 인천2호선에서 지속되고 있는 사고는 '타임아웃(열차와 관제소 간 통신 두절)'이다. 인천2호선은 최첨단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시스템인 'RF-CBTC(Radio Frequency Communication Based Train Control)' 무선시스템으로 무인 운행한다. 그러나 타임아웃으로 열차가 멈추고 수동으로 운전하는 일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철도본부는 'RF-CTBC' 방식을 선정한 이상 초기에 타임아웃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개통 전 '승객이 와이파이(=무선통신)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시운전을 한 게 아니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오호균 도시철도본부장은 "시운전 과정 때 승객이 와이파이를 켠 상황에서 테스트한 게 아니었다. (타임아웃 발생 후)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지난 13일 세 번째 업그레이드를 했다"며 "타 시·도와 외국에서도 타임아웃이 초기에 발생할 수 있다. 개통 후 1년에서 1년 6개월 정도 업그레이드에 따른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도시철도본부, 전차선 부실시공 지적에 "공사 책임"

이한구 의원은 22일 "도시철도본부의 부실시공 때문에 각종 운행 장애와 사고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운행 중단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도시철도본부의 부실시공을 지적했다. 부실시공에 따른 운행 중단은 지난 7일 발생한 사고다.

공사는 감전 사고를 막기 위해 '유니목' 차량을 투입해 서구 오류동 주박기지부터 전차선(=750볼트 전력공급선) 덮개공사를 진행했다. 인천2호선은 인천1호선이나 경인선과 달리 전력공급선이 선로 옆에 설치돼 있다.

도시철도본부가 개통 전에 덮개공사를 완료하지 않고 공사에 넘겼기 때문에, 공사는 개통 후 덮개 보강에 나섰다. 그런데 지난 7일 새벽에 공사하던 중 유니목 차량에서 펑크가 나, 이날 첫차부터 운행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었다. 이는 도시철도본부의 부실시공 책임이 크나, 도시철도본부는 공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게다가 전차선 보호덮개는 지난 3월 종합시험운행 사전점검 때 지적됐던 사항이다. 또한 국토부의 도시철도시설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은 '전기설비는 충전 부분이 노출되지 않게 해야 하며 다만, 충전 부분이 불가피하게 노출되는 전기설비는 사람이 접촉할 수 없게 방호설비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공사는 지난 4월 보호덮개가 설치되지 않은 전 구간에 대한 보완을 도시철도본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도시철도본부는 보호덮개를 설치하지 않은 구간 38㎞ 중 10.8㎞만 보완하고, 나머지는 "공사가 알아서 규정에 맞게 처리하라"고 회신했다.

오호균 도시철도본부장은 "설계상 전차선 덮개는 17.047km만 하게 돼있는데, 도시철도본부가 추가로 10km를 더 공사했다. 남은 구간은 공사가 발주해 공사하다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도시철도본부의 책임은 없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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