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원으로 결혼, 세 가지를 없앴다

예물과 예단, 폐백은 빼고 '스드메'는 무조건 최소화

등록 2016.11.25 12:16수정 2016.11.2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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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예물과 예단 그리고 폐백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른들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신랑이 몇 시간에 걸쳐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이불 한 채만 보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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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을 가지고 결혼준비를 했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다고 했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은 그런 모습이었다. 왜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은 이랬다.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300만 원도 큰 돈이라고 생각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반대나 만류는 예상치 못하고 그렇게 내 뜻을 밀고 나가기 시작했다.

3無(무)를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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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는 원래 가지고 있던 커플링을 나누어 꼈다. ⓒ 최하나


예물과 예단 그리고 폐백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어른들 생각은 달랐다. 그래서 신랑이 몇 시간에 걸쳐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한 끝에 이불 한 채만 보내드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물론 결혼식 전에 시댁에서는 현금으로 전부 돌려주셨다). 어찌되었든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36만4천 원짜리 '스드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앞글자)도 그랬다. 무조건 최소화하기로 해서 스튜디오 촬영은 휴가 때 삼각대와 셀카봉으로 직접 찍었다. 메이크업도 저렴하면서도 괜찮은 수준의 샵으로 골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레스를 고르는 문제로 어른들과 꽤 오랜 줄다리기를 해야 했다.

사실 나는 드레스를 입고 싶지 않았다. 그 날은 신부님이 가장 예뻐야 한다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겸손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모습이길 원했다. 내 나름대로는 타협을 한다고 해서 셀프웨딩원피스를 구입을 했는데 그걸 보고 기겁을 하셨다.

결국 이 부분은 온라인 셀프웨딩드레스 샵에서 저렴하게 대여를 하는 조건으로 변경하였다(물론 이 부분은 어머니가 부담을 하시고 협찬해주셨다). 그래도 결혼식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축가는 셀프

주례는 없고 사회는 남편의 친한 친구가 봐주기로 했다. 사진은 3년가량 알고 지내온 사진기자분이 도와주기로 했다. 웨딩드레스가 그렇게까지 치렁치렁하지는 않기 때문에 헬퍼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남은 건 축하무대였다.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 확실한 그림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결혼식 또한 어떻게 보면 많은 사람들 앞에 설 수 있는 무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혼식 날, 신부는 직접 축가를 부르고 신랑은 축무를 추었다.

슈퍼 허니문

신혼여행을 두고 처음으로 나와 남편의 의견이 엇갈렸다. 여름휴가를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또 해외에 나가고 싶지 않다는 나와 단 한 번뿐이니 신혼여행을 가야 한다는 남편의 주장이 팽팽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신혼여행을 국내로 가면 될 일이었다.

"국내일주를 하자."

그때부터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여행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우선 각자 가고 싶은 도시를 골랐다. 나는 전주와 순천 그리고 여수를 남편은 전주와 경주 그리고 태백을 원했다. 공통적으로 고른 전주를 빼고 나머지 여행지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가능한 여러 곳을 둘러보고 싶지만 이동거리가 너무 멀어도 안 되었다. 여유로운 여행을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반쪽짜리 국내일주를 하기로 했다. 전주-순천-여수-남해-대전을 거쳐 올라오기로. 그렇게 우리는 신혼여행을 떠났다.

국내로 신혼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약간 안쓰럽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직장인에게 일주일이라는 휴가는 자주 주어지는 게 아니니까. 이때가 아니면 해외에 가기 힘든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카드를 다음 휴가 때로 미루기로 했다. 그래서 신혼여행은 어땠냐고? 결과만 말하자면 정말 좋았다. 남해의 바다는 정말 웅장했고 여수의 야경은 아름다웠으며 전주에 뜬 달은 말 그대로 허니문이 되어주었으니까.

완벽할 수는 없다

결혼을 앞두고 많은 예비신부들이 예민해진다. 나는 절대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감정이 널을 뛰었다. 짜놓은 스케줄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울화통이 터졌고 계약서와 달라지는 내용이 있으면 화부터 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모두에게 결혼은 처음이며 그렇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그렇다고 해서 불합리한 일들을 그저 웃으며 넘겼다는 것은 아니다. 짚고 넘어갈 건 짚고 넘어갔다). 최악의 상황에 대해 현실적인 대비책을 적어놓고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결혼식은 조금의 실수와 어설픔이 있었지만 만족스럽게 마무리 지어졌다.

결혼준비를 하면서 나는 자괴감에 시달렸다. 내게는 300만 원도 제법 큰돈이라고 생각되는데 그게 부족하다고 그 정도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어쩌면 나는 특이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남들에게 이해받기 힘든 생각을 하는 유별난 사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결혼의 원래 의미에 집중하려 했던 것일 뿐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 함께 하게 되었는데 무엇을 더 바랄까. 아무튼 결혼식은 끝이 났고 우리는 이제 함께다.
덧붙이는 글 <나는 나대로 산다> 응모글
#결혼식 #스드메 #드레스 #신혼여행 #결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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