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국정교과서 10월 항쟁 왜곡에 유족들 반발

유족과 시민단체 "민중 저항운동을 용공으로 몰아, 가만 있지 않을 것"

등록 2016.11.29 18:05수정 2016.11.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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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고등학교 국정 한국사 교과서248쪽 내용. ⓒ 조정훈


교육부가 지난 28일 공개한 국정 교과서 현장검토본이 근현대사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구 '10월 항쟁'에 대해서도 왜곡된 사실이 확인돼 유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가 공개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248쪽에는 10월 항쟁에 대해 "신탁통치 문제로 인한 대립이 심화되는 가운데 조선 공산당은 1946년 9월 총파업과 10월 대구, 영남의 유혈 충돌 사건 등을 일으키며 미군정에 대한 물리적 투쟁을 전개했다"고 서술돼 있다.

교과서의 논리대로라면 10월 항쟁은 조선 공산당이 미군정에 대항해 물리적 충돌을 일으킨 사건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은 10월 항쟁을 '국가에 의해 발생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어 교과서 내용과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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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지난 28일 발표한 고등학교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10월 항쟁을 공산당이 미군에 저항한 사건으로 기술해 놓았다. ⓒ 조정훈


10월 항쟁은 1946년 9월 전국에서 총파업이 진행된 가운데, 10월 1일 대구에서 군중과 경찰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한 사건이다. 시민들은 다음날 경찰서를 포위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후 대구 전역에서 시민들이 경찰과 충돌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대거 발생했다.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5년 10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10.1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국가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밝혔다. 당시 미군정이 남한의 치안과 행정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군정의 책임도 있었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10년 발간한 조사보고서에서 "이 사건(10월 항쟁)의 일차적 채임은 민간인을 법적 절차 없이 임의로 살해한 현지 경찰에게 있다"며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 미군정기에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에는 미군정이 남한의 치안과 행정을 담당했으므로 (중략) 미군정도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대구시도 지난 8월 조례를 제정하고 10월 항쟁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사업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혜정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는 "대구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시기에 무고하게 희생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함으로써 지역에서 발생하였던 민족의 아픔을 치유하고 인권증진 및 평화에 기여함"을 제정 이유로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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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0월 1일 오후 대구2.28기념공원에서 열린 10월항쟁 68주기 희생자 추모제에서 유족들과 행사 참가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조정훈


10월항쟁유족회와 시민단체들은 교과서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은 "대구시의 조례안이 통과되고 유가족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은 판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채 회장은 "10월 항쟁은 민중항쟁이었지 조선공산당이 주도한 것처럼 표현된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동학운동이나 3.1만세운동에 버금가는 민중항쟁인데 북한과 관련된 것으로 오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함종호 10월항쟁유족회 자문위원은 "미군정의 잘못된 식량정책과 친일경찰을 미군정의 치안으로 사용한 데 따른 대중적인 불만 등이 합쳐져 일어난 것이 10월 항쟁"이라며 "민중들의 저항운동을 용공으로 몰아가는 왜곡된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고희림 시인(10월항쟁문학회)은 "당시 미군정의 양곡 배급 정책의 실패에 맞서 대구에서 일어난 순수 민중항쟁"이라며 "식량이 없어 풀뿌리를 먹을 만큼 힘들었던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족문제연구소와 전교조 대구지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국정 역사교과서의 심각한 왜곡 등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사 국정교과서 #10월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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