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언한다... "집안일은 내가 할게!"

[공모 - 나는 나대로 산다] 사회적 성차별을 반대한다

등록 2016.11.30 14:31수정 2016.11.30 14:31
0
원고료로 응원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2가지 이상의 정보를 제공받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름과 성별이죠. 이름은 대개 부모님이나 가족, 친척이 지어주시지만 작명소에서 이름을 추천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름이 지어지거나 바뀌는 경우도 있지요. 게다가 이름을 여러 번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성별보다는 임의적인 성격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태어날 때 결정된 성별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바뀌지 않습니다. 바뀐다 하더라도 남자 혹은 여자로만 선택이 가능하지요. 이름처럼 다양한 경우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름처럼 임시적인 성격을 가지기보다는 확정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겠죠?

이 두 가지 정보 중에서 타인들에게 있어 가장 우선되는 정보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성별입니다. 사람들은 아이의 이름보다는 성별을 더 궁금해 하거든요. 제 주위에서도 새로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들이냐 딸이냐'를 먼저 묻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그만큼 성별이라는 정보는 중요합니다. 심지어 그 정보를 몇몇 상징물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지요.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성별이 구분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기를 출산하기 전에 남자 아이인 경우에는 파란색, 여자 아이인 경우에는 분홍색 육아용품을 구매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말이에요, 남자 아이가 분홍색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여자 아이가 파란색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왜 부모님들은 아기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렇게 구매하시는 것일까요? 심지어 '남자는 파란색, 여자는 분홍색' 공식은 수학공식처럼 전국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어요. 도대체 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태어나 성별이 구분지어지는 그 순간부터 사회적으로 성 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남자는 울면 안 돼!

저는 아직 육아 경험이 없지만, 육아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한결같이 '아기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라고 했어요. 언제 울까 노심초사하는 시한폭탄 말이에요.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 고생이 시작되는 것이죠.

한 번은 저희 어머니에게도 물어봤어요. "엄마, 아기가 울면 그렇게 힘들어?" 어머니는 질문을 잘못 이해하셨나 봐요. "어휴, 너는 초등학생이 다 되고 나서도 울었어. 무슨 남자애가 이런 이유로 울고, 저런 이유로 울고 말이야…"라면서 잔소리 공세를 펼치셨거든요.

엄마의 답변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제 기분을 좋지 않게 했어요. 성인이 되고나서도 잔소리를 들어서가 아니라 '무슨 남자애가… 울고 말이야'라는 말 때문에요. 남자는 울고 싶을 때 울면 안 되는 건가요?

"그럼 아빠는 뭐했는데?"
"뭘 하긴, 일했지." 

다음 질문에 대한 엄마의 대답은 간단했어요. 아빠는 직장에서 일을 해 돈을 벌어왔으니 자신은 육아와 집안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두 분 다 일을 하고 계시는데 집안일은 엄마가 혼자 하고 계세요. 가끔 아빠가 '도와주기는' 하세요. 그런데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것이고, 남자가 '돕는' 것인가요? 여자도 돈을 버는데 왜 집안일은 당연하다는 듯이 여자의 몫이 되는 거죠?

요리 못하면 이혼 당한다?

집안일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여동생과 여자친구 이야기를 잠시 할까 합니다.

제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제 여동생은 집안일에 능숙한데요.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가 집안일 교육을 시켰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시집가서 요리 못하면 남편한테 이혼 당한다"는 잔소리를 시작으로, 제 여동생은 항상 어머니 곁에서 일을 해야 했습니다. 뭐 싫은데 표현을 하지 않는 건지 요리나 빨래를 즐거워하는 타입인 건지는 몰라도 여동생은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놈의 "나중에 시집가서 요리 못하면 남편한테 이혼 당한다"는 말은 전국 부모님들에게 공용으로 쓰이는 말인가 봅니다. 제 여자친구는 요리를 잘하는 편이 아닌데 몇 번 그런 잔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대답했습니다.

"집안일은 내가 할 테니까 걱정 마!"

저는 자취를 할 때 요리를 해먹는 편이었고, 빨래나 청소 같은 집안일도 군대에서 다 배웠습니다. 심지어 잘합니다. 여자친구에게 도시락을 싸준 적도 있는걸요? 여자 혼자 집안일을 분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차라리 제가 다 하는 게 마음이라도 훨씬 낫지요.

그 놈의 남자는, 여자는!

집안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아직 사회적인 성 차별이 너무나도 많아요. 나이가 들수록 남자와 여자의 차이는 점점 다양해졌지요. 사춘기를 겪어 신체적인 차이가 난 것도 차이라면 차이지만 가정과 학교, 사회 등 모든 곳에서 "남자는 이래야 해" "여자는 이래야 해"라면서 과거의 사회적 역할을 현대적 사회적 규칙인 것처럼 가르쳤습니다.

"남자애들이 왜 이렇게 시끄러워?" 중학생 때 국어선생님이 했던 말이에요.
"여자애들은 저기 가서 쉬어." 고등학생 때 체육선생님이 했던 말이에요.
"남자가 왜 이리 힘을 못 써?" 대학생 때 옆 집 아저씨가 했던 말이에요.
"곧 30 되기 전에 시집이나 가야지?" 아르바이트 사장님이 동료에게 했던 말이에요.

남자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요? 왜 모든 남자는 부끄러움과 슬픔의 감정을 숨겨야 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며, 힘을 쓸 줄 알아야 하고, 바느질이나 뜨개질 같은 취미보다는 축구나 농구 같은 취미를 가져야 하는 것이죠? 남자가 집안일을 하는 것을 왜 아직도 '돕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죠?

여자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났나요? 왜 모든 여자는 담배를 피우면 이상하게 보여야 하고, 약하고 섬세한 모습만을 보여야 하며, 육아를 도맡아야 하고, 축구나 농구(혹은 경기 시청)는 여자가 하면 안 어울린다고 생각들 하는 것이죠? 여자가 꼭 아기를 낳으면 퇴직해야 하는 것인가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세상에 알 수 없는 것이 딱 둘 있는데 하나는 여자의 뇌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의 속마음이다."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정말 여자라는 존재는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는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낀답니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 스티븐 호킹도 방대한 우주에 대한 이론은 알아도 여자의 마음은 도저히 모른다는 농담도 있는걸요(진짜인지는 장담 못합니다!). 그래도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직 우리 사회가 사회적인 성 차별이 심하다는 것이에요. 솔직히 말해 가족과는 그리 친하지 않지만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사회적인 성 차별이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아 물론 저는 페미니즘을 배운 사람이 아니에요. 가끔씩 페미니스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을 때도 많고요. 단지 정말 여자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존재해왔던 직장, 가정, 사회의 성차별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뿐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뭐라 하건, 혹은 사회가 뭐라고 하건, 이제부터는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사회적인 성 차별이 사회의 당연한 약속이 된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저는 그 약속을 깨버릴 것입니다. 언젠가는 다른 사람들이 저에게 박수를 칠 거라고 생각할게요.
덧붙이는 글 <나는 나대로 산다> 응모글
#나는나대로산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3. 3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