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주인공'은 이재용? 다른 총수들은 왜 불렀나

이재용 부회장에게 쏟아진 질의... '뻔한 질문' 받은 다른 총수들은 안도?

등록 2016.12.06 15:04수정 2016.12.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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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선서하는 재벌총수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재벌총수들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었다. 이러려면 다른 재벌 총수들은 국회에 왜 불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위' 1차 청문회,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이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등 세 분은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한다"고 김성태 위원장에게 보낸 쪽지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대차그룹은 청문회 때문에 경영전략회의를 다음으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전에 진행된 청문회 과정에서 정몽구 회장이 질문을 받은 것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그것도 원론적인 수준의 질문과 답변이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예행 연습을 했던 재벌 총수들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긴장을 풀만 한 상황이었다.

'회장님'들은 이러려고 청문회 준비 열심히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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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 대표이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 SK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출연했다. 그 후 80억 원 출연을 요구받은 적 있나?
"그렇다, 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관여된 것이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없다."

최교일 의원(새누리당)의 질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 입장에서는 전혀 날카롭지 않았다.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의 질문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대가성 출연 아니냐. 자발적으로 문화예술체육인들의 삶과 복지를 위해 출연한 것이냐"는 질문에 최 회장은 다시 "그런 바 전혀 없다. 내 결정도 아니었다"거나 "당시 결정은 그룹 사회공헌위원회에서 한 것"이란 답으로 가볍게 넘어갔다. 최 회장이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그룹에 복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질문은 이를 감안해 훨씬 더 예리했어야 했다.


최 회장처럼 '내가 결정한 것은 아니다'는 식의 답변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롯데그룹이 70억 원을 별도로 제공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최교일 의원 질문에 신 회장은 "그 당시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인원 부회장을 비롯한 해당 부서에서 결정했다"고 답했다. 지난 8월 이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롯데 총수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청문회라더니... 확인 차원 질문, 답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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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청문회장서 위원장에 건네진 '쪽지'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태 위원장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에게 건네받은 쪽지를 읽고 있다. 이날 이 의원은 '정몽구, 손경식, 김승연 세분은 건강진단서 고령 병력으로 오래 계시기에 매우 힘들다고 사전 의견서를 보내왔고 지금 앉아 계시는 분 모습을 보니 매우 걱정됩니다. 오후 첫 질의에서 의원님들이 세분 회장 증인에게 질문하실분 먼저하고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합니다'라고 적은 메모를 건넸다. 이번 청문회는 대기업 총수 9명이 동시에 청문회 출석하는 유례없는 상황이라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유성호


이제까지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알려진 사실 확인 차원의 질의·응답도 되풀이됐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손경식 CJ그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경 부회장을 퇴진시키라고 압박했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알려진 '레퍼토리'였다. 이를 반복하다 김경진 의원(국민의당)이 선택한 질문은 결국 손 회장의 개인적 소견이었다.

- 손 회장은 재계에서 30년 이상 있었다. 대통령이 경제수석을 통해서 회사 그룹 부회장이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상황을 자주 겪어봤나.
"내가 직접 겪어보진 못했다."

- 대통령이 특정 기업의 간부 직원으로 하여금 손을 떼고 물러나라고 하는 건, 헌법상 자유민주적 시장 경제 질서에 반하는 아주 중대한 행위다. 그런 대통령이 공직 수행할 자격이 있다고 보나.
"글쎄, 그건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과거 군부정권 때나 그럴 때는 그런 경우도 좀 있었다는 말씀드린다."(약간의 미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청문 역시 비슷하게 진행됐다. 전날 "대통령 7시간 놀아도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정유섭 의원(새누리당), 그가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직 사퇴와 관련해 조 회장과 주고받은 질문과 대답은 이것이 거의 전부였다.

-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이 물러나라고 했다고 했다. 그 전에 최순실 봤나.
"만난 적 없다."

- 제보에 따르면 최씨 두 번 만났다고 하는데, 삼청동 이태리 식당에서.
"전혀 없다."

- 장관이 물러나라고 하니까 순순히? 기부금을 덜 냈다거나 해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다. 임명권자의 뜻으로 생각하고 물러났다.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서) 지쳐 있었다."

왜 돈을 냈느냐고? 뻔한 질문, 뻔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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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재벌 아니잖아" 머쓱해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회장들이 있느냐'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었다. 안 의원이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요'라고 하자, 이 부회장은 손을 내렸고 옆에 있던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웃음을 짓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뻔한 질문과 뻔한 답변이 오가는 상황도 있었다. 많은 국민이 바라보는 앞에서, '왜 돈을 냈느냐'는 질문에 '뭘 바라고 냈다'고 답할 재벌 총수는 없다.

정유섭 의원(새누리당)은 "공소장에 의하면 미르나 K스포츠에 출연한 대기업들을 피해자로 적시했지만, 뇌물 흔적이 보이는데 LG만 그런 것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왜 돈을 냈나"란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대답은 뻔했다. 구 회장은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대통령이) 말씀하셔서, 민간 차원의 협조를 바란 게 아닌가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GS그룹 회장)에게 전경련 해체의 필요성을 물었으나 "불미스러운 일에 개입돼 있다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론적 '반성'을 앞세우고 "해체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여기서 말하기 곤란하다"고 답하면 그만이었다.

6일 1차 청문회는 밤 10시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간에 청와대 200m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을 시민들을 생각한다면, 국회의원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정조사 #정몽구 #최태원 #신동빈 #손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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