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장애인복지 예산 축소, 장애인단체 반발

12일 기자회견 갖고 권영진 대구시장 면담 요구하며 시청 안에서 농성

등록 2016.12.12 15:00수정 2016.12.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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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장애인단체들이 1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17년 장애인복지예산 동결에 대해 규탄했다. ⓒ 조정훈


대구시가 2017년 예산을 수립하면서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자립생활주택과 중증장애인들의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을 삭감하거나 자연증가분만을 반영해 장애인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취임한 지난 2014년부터 '시설거주 장애인 탈시설 자립지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온 대구시는 자립생활주택을 2017년 당초 34개 운영 목표에서 27개로 축소했다.

또한 중중장애인들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예산에 대해서도 지난 2015년 36억3600만 원을 책정한 후 올해에는 동결했고, 내년 예산에서는 물가상승 등 자연증가분만 반영해 36억5600만 원을 책정했다.

최근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침해 논란 등으로 천주교재단으로부터 운영권을 회수하기로 한 대구시가 장애인들의 복지예산을 축소하거나 동결하기로 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은 대구시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애인지역공동체와 함께하는 장애인부모회 등 30여개 단체로 구성된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구시청 1층을 점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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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2017년 예산을 책정하면서 장애인 복지예산을 동결하거나 축소한 데 대해 장애인단체가 1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 조정훈


이들은 권영진 시장이 '탈시설-자립생활 추진' 협약과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에 근거해 2015년 시설거주 장애인 1575명 중 20%에 해당하는 300명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2018년까지 100명으로 목표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나와 생활할 수 있는 임시적 주거공간과 자립교육, 서비스연계 프로그램인 자립생활주택은 당초 2017년에 34개소가 운영되어야 하지만 실제 예산은 27개소만 운영이 가능하도록 축소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증장애인들의 활동지원서비스를 24시간 보장해 달라며 지난 8월부터 1인 시위를 벌이는 등의 요구에 대해 대구시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실상 동결해 장애인들의 복지가 후퇴하고 있다는 게 이들 단체들의 주장이다.

420장애인연대는 "지난 8일 대구시의회를 통과한 2017년도 장애인 예산은 대구시가 생각하는 탈시설-자립생활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권영진 시장은 진정 장애인 복지기조를 변화시킬 생각이 없느냐"고 되물었다.

이들은 장애인 예산을 삭감한 반면 발달장애인을 위한 탈시설 연구용역 사업을 반영하지 않고 탈시설-자립생활 추진을 위한 전담부서와 전담기구의 설치예산 또한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명애 420장애인연대 상임대표는 "성보재활원과 청암재단, 대구시립희망원 등 연이어 벌이지고 있는 수용시설의 인권유린과 비리의 현실을 보면서도 권영진 시장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없다"며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권리를 유폐시키는 대구시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부회장은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대구시장은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며 "우리는 시장의 얼굴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라 공약을 보고 뽑았다,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전 부회장은 또 "우리는 왜 보편적 복지를 요구하면서 모숨을 걸어야 하느냐"며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장애인들과 그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 달라"고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도 "지방정부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최우선적으로 해 예산을 편성해야 함에도 대구시는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한국의 인권수준과 복지수준을 봤을 때 복지예산은 복지폭탄 수준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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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들이 12일 오전 대구시청 앞에서 장애인복지예산 축소에 항의하며 대구시청에 들어가려다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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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단체들이 12일 오전 대구시의 장애인복지 예산 삭감에 항의하며 대구시청 1층에서 농성을 벌였다. ⓒ 조정훈


이들은 장애인 예산 확대와 권영진 시장의 면담을 요구하며 대구시청 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공무원 및 청원경찰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대구시와 420장애인연대는 오는 23일 오후 권영진 시장과 면담을 갖기로 하고 농성을 해제했다.

하지만 대구시가 여러 차례 장애인 예산 증액과 복지에 대해 약속을 하고서도 현실적인 예산 부족을 들어 약속을 파기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내년도 예산을 책정하면서 장애인단체 등과의 충분한 논의과정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복지 #대구시 #장애인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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