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변호사' 박준영, 그가 영등포에 뜹니다

하나도 거룩하지 않는 파산 변호사, 17일 서울 콘서트 개최

등록 2016.12.13 21:02수정 2016.12.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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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후원자들에게 보답하고자 지난 11월 12일부터 시작된 '파산 콘서트'가 이번 주 토요일인 17일 서울에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어느덧 2016년 한 해도 사실상 거의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참 수고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1년간 나라 안팎으로 적지 않은 사건과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또 생각해 보니, 떠오르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2016년에 잊을 수 없는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 100만 국민이 연일 시위 참여 기록을 갱신해 나가던 그 뜨거운 열기. 마침내 지난 12월 3일에는 전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232만 명의 촛불 함성이 함께 했으니 그야말로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흔적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많고 많은 일 중에 2016년을 달궜던 핫 이슈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2016년 8월 11일 시작하여 지난 11월 11일에 막을 내린 스토리펀딩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와 관련한 후원 신드롬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죄도 없이 감옥에 가야 했던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공정한 재판을 다시 받도록 만들어준 박준영 변호사의 열정 앞에서 많은 이들이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무료 변론 과정에서 경제적 파산을 맞이한 그의 호소에 화답해 준 1만8000여명의 후원은 2016년에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감동 기억'입니다.

'나는 한 일이 하나도 없다'는 겸손한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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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변호사의 열정에 감동한 18000여명의 후원은 2016년에 잊을 수 없는 또다른 기억이다. ⓒ 다음화면 캡처


생각해보면 박준영이라는 사람이 변호사로 일해 온 경력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 2002년에 사법고시 합격 후 변호사 업무를 시작한 때가 2006년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법조 11년차 변호사입니다. 그런 11년차 변호사가 지금 대한민국 사법 민주주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것입니다.

경력은 짧지만 그 공적은 뚜렷합니다. 누구도 하지 못할, 아니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사건을 스스로 찾아 다니며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주장해 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실제로 성과도 냈습니다. 그러면서도 박준영 변호사는 늘 겸손합니다. 함께 마주한 지 3년째가 되지만 공석이든 사석이든 늘 한결 같습니다.


특히 많은 이들에게 관심이 집중되었던 '삼례 3인조 나라 슈퍼 사건'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자신의 죄를 스스로 인정하며 진범이 존재함에도 당시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은 이미 자신들이 범인이라며 잡아 가둔 삼례 3인조에게 범죄를 뒤집어 씌웠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안녕을 위해' 눈감고 귀막은 것입니다.

그런 사건의 진실을 사건발생 17년 만에 바로 잡은 박준영 변호사. 하지만 그는 삼례 3인조 사건에 대한 재심 공판 무죄 선고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소회를 남겼습니다.

"삼례 3인조 나라 슈퍼 사건은 제가 진행하고 있는 여러 재심 사례 중 가장 한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박준영 변호사는 이 모든 공적을 다른 이들에게 돌리며 그들의 이름을 하나 하나 언급했습니다. 삼례 3인조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교화 위원, 그리고 사건 직후 경찰의 현장 검증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보관해 두었던 유족, 심지어 스스로 진범임을 밝힌 그 분을 "이 사건 해결에 공이 있다"며 고마워하기도 했습니다.

말이 쉽지 이게 쉬운 일일까요? 박준영 변호사는 이 분들의 노력과 정의로운 행동 덕분에 자신은 그저 대수롭지 않은 일을 한 것이라고 겸손해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박준영 변호사의 말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떠오른 그 인물, 바로 아메리카 신대륙을 찾아낸 탐험가 '콜럼버스'였습니다.

탐험가 콜럼버스가 자신을 시기하는 사람과 맞선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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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험가 콜럼버스가 그를 시기하던 사람들과 한 달걀 세우기 내기. 콜럼버스와 다른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 pixabay


탐험가 콜럼버스가 신대륙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돌아온 후,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해 왕이 파티를 열어 줬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이 술에 취하여 파티 도중 콜럼버스에서 시비를 걸어왔다고 합니다.

"야. 콜럼버스. 대단한 척 하지 마. 누구든 배를 타고 무조건 앞으로만 가면 나타나는 대륙을 발견해 놓고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하는 거야?"

사실 콜럼버스도 사람들의 시기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유명한 콜럼버스와 계란에 얽힌 일화입니다. 콜럼버스가 연회장에 놓인 계란을 손으로 들고 한 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중 이 계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러자 술에 취한 이들이 너도 나도 나서서 끝이 뾰족한 부분으로 계란이 서도록 도전에 나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당연히 도전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제야 이 일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지 깨달은 이들이 콜럼버스에게 말했습니다.

"이건 불가능한 일이요. 만약 이게 가능하다면 당신이 한번 해 보시오."

그러자 콜럼버스는 씩 웃으며 그들이 건넨 계란을 받았습니다. 그리곤 이내 그 계란의 끝을 탁자에 쿡 찍었습니다. 끝이 깨진 계란은 탁자에 그대로 섰습니다. 그러자 또 사람들이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누가 할 수 없을까? 콜럼버스가 우리를 속인 것이다."

하지만 콜럼버스가 말했습니다.

"그게 당신과 나의 차이요. 나는 시도한 것이고 당신은 그런 시도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고...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따라 하는 것은 쉬우나 그런 생각을 처음 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

'11년차 변호사'의 새로운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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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으로 죽은 할머니의 막내 사위 박성우(57)씨와 이 사건으로 누명을 쓴 최대열(36)씨가 지난 7월 11일 오전 진정서를 들고 대검찰청으로 향하고 있다. ⓒ 선대식


언젠가 박준영 변호사와 가진 술 자리에서 제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삼례 3인조 사건과 처음 인연을 맺게된 경위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듣게 된 일화가 콜럼버스의 계란을 연상케 했습니다.

2012년 어느 날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익산 약촌5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재심 준비로 이미 방송된 모 방국사 시사프로를 입수하여 시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방송 말미에 약촌5거리 사건처럼 억울한 사건이 또 있다며 소개한 사건이 있는데 바로 '삼례 3인조 사건'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사건을 보는 순간 박준영 변호사는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미 스스로를 진범이라며 자백한 사람도 있는데 왜 여전히 저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는지 변호사로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이들 피해자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먼저 이들 피해자들의 거주지를 파악하기 위해 박준영 변호사는 이 사건을 처음 취재했던 방송사 피디와 작가를 수소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입수한 취재 기록를 바탕으로 삼례 3인조 누명 피해자를 찾기 위해 들인 시간만 무려 2년여.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당사자를 찾아냈으나 어이없는 일은 삼례 3인조 피해 당사자들의 반응이었다고 합니다. 누명을 벗겨 주겠다며 변호사가 찾아왔으니 응당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더라는 것. 수원에서 전주까지 여러 차례 찾아갔으나 만남을 회피하기도 했고 심지어 전화로 재심을 설득하고자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아무 반응도 없더라는 것. 알고 보니 통화 도중 이들 피해자가 그냥 전화를 끊은 경우도 왕왕 있었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억울한 사건에 연루되어 감옥까지 다녀온 피해자들은 이후 누구도 쉽게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을 돕겠다며 처음 찾아온 박준영 변호사를 경찰인 줄 알았고, 그런 경찰이 자신들을 떠 보기 위해 돕겠다며 나타난 것으로 오해한 것입니다.

그랬습니다. 바로 이런 조건에서도 박준영 변호사는 포기하지 않고 이 사건 해결을 위해 매달렸습니다. 왜 아무도 저 억울한 이들을 돕지 않는지 변호사로서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누구도 못한 일을 17년 만에 무죄로 만들어낸 박준영 변호사. 이런 기적을 만들어낸 그가 왜 스스로 '아무 한 일도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대장정의 끝, 12월 17일 개최 '서울 파산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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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콘서트 웹 포스터 ⓒ 다산인권센터


삼례 3인조 사건을 무죄로 확인한 박준영 변호사의 힘을 저는 또 다른 '콜럼버스의 계란'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계란의 뾰족한 끝을 깬 후 바로 세우는 행위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를 누가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박준영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봐도 이 사건의 피해자들이 무죄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은 그냥 그렇게만 생각하고 말았으나 박준영 변호사는 달랐습니다. 사건을 알고 난 후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 들었고 3년을 매달려 무죄를 받아낸 것입니다. 과연 누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런 박준영 변호사를 다시 또 법조 현장에서 뛸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분이 스토리펀딩에 화답해준 1만8000여명의 후원인입니다. 그리고 그 후원자들에게 보답하고자 지난 11월 12일부터 시작된 '파산 콘서트'가 이번 주 토요일인 17일 서울에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오는 12월 17일 토요일 오후 6시, '영등포 아트홀'에서 열리는 서울 파산 콘서트. 변영주 영화감독 등이 게스트로 출연하는 이날 행사에서는 그동안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를 진행해온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가 함께 등장하여 후원자 분들에게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가야할 길, 억울한 이들이 다시 한 번 재판받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그간 진행되어온 파산 콘서트에서 숱한 화제가 되었던 박상규 기자의 입담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재미를 서울 파산 콘서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답니다.

이 모든 기적, 바로 여러분들이 주인공입니다. 12월 17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 영등포 아트홀에서 뵙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서울 파산 콘서트 공연장 찾아오는 길 / 영등포 아트홀 / 주소: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 596 / 지하철 5호선 영등포 구청역 4번 출구 도보 5분 거리
#박준영 변호사 #하나도 거룩하지 않은 파산 변호사 #박상규 기자 #파산변호사 #파산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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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운동가, 재야인사 장준하 선생 의문사 및 친일 반민족행위자의 재산을 조사하는 조사관 역임, 98년 판문점 김훈 중위 의문사 등 군 사망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오마이북),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돌베개), 다시 사람이다(책담) 외 다수. 오마이뉴스 '올해의 뉴스게릴라' 등 다수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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