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환 민정수석의 글, 'X맨' 의심받기 충분하다

민정수석 임명 전, 현 정권 날카롭게 비판

등록 2016.12.13 15:01수정 2016.12.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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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환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이 미르·K스포츠 재단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 밝혀졌다. 사진은 조 신임 수석의 해당 주장을 캡쳐한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캡쳐 사진. ⓒ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9일, 탄핵 가결 후 3분 후.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조대환 청와대 신임 민정수석 임명이었다. 직무 정지 후에도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통해 국정을 관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꼼수'였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국민들은 본 적 없는)'피눈물'을 흘렸다고 언론 플레이를 해도 '박근혜는 박근혜'였던 것이다.

그런데 몰락하는 박근혜호 청와대의 민정수석 자리를 덜컥 받아들인 신임 민정수석의 '순수한 마음'이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 10일,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특종'을 터트린 조 수석의 과거 SNS 글들 때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판하고, 정권의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착됐다.

"야당 성향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만했다. 12일까지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지난 10일, 조 수석은 "개인적 공간에 썼던 글을 정치적으로 보지 말아 달라"며 "사견"임을 강조했지만, 비슷한 내용의 다른 글이 줄줄이 엮여 나왔다. 12일 JTBC <뉴스룸>의 손석희 앵커는 이에 대해 이렇게 촌철살인을 날렸다.

"저 마지막 주장만 이렇게 보자면 민정수석 제의가 와도 받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상식적으로 보자면. 그래서 X맨 얘기가 나온 거군요."

조대환의 과거 글, 활용할 가치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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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에 명함 건네는 조대환 부위원장 세월호 특위 준비단 조대환 부위원장(가운데·새누리당 추천)이 2005년 1월 2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을 방문해 김무성 대표에게 명함을 건네고 있다. 오른쪽은 이석태 위원장(유가족 추천). ⓒ 남소연


그런데 말이다. 'X맨'도 'X맨' 나름 아니겠는가. 배우 문성근은 "아무렴~ 소신 지킬 사람이 박근혜 정권에 들어갔겠어?"라고 질타를 했지만, 아직 그의 진의를 다 파악한 건 아니니 그 글 만큼은 좀 더 살펴보는 게 좋지 않겠는가. 뭔가 큰 뜻을 품고 적진(?)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일 테고. 

전형적인 '곡학아세'라고 비판하긴 쉽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보라.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라는 화려한 타이틀과 공들여 쌓은 지식을 가진 그가 번역기가 필요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을 수첩에 받아 적는 데 쓰지 않았던가. 아마도 출중한 검사 출신인 조대환 수석은 뭐다 달라도 다르지 않을까.


오히려, 조대환 수석의 어록과 정부 비판 글들은 가르침(?)으로 되새겨야 마땅하다. 꽤나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글이 수두룩하다. 실생활에 활용하기에도 용이하다. 예컨대, 광장에 나온 박사모 회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현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렇게 주장했었다"며 조 수석의 글을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는가.

조 수석의 주옥같은 촌철살인은 지난 11일 금태섭 민주당 의원이 '발굴'한 '박 대통령 뇌물죄 적용' 관련 글(관련 기사 : 조대환 민정수석, 알고보니 '대통령 뇌물죄 적용' 주장) 외에도 여러 건이다.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관한 조 수석의 어록들을 포괄적으로 살펴보자.

"거짓말은 때로 작당해서 하면서 넘어가려고 하고 뉘우치지 않으면 몰매를 맞아야 된다"
"대통령의 살아 있는 유고는 그동안 작당해서 계속 거짓말한 것과 뉘우치지 않는 개인적인 품성 때문이다."
"건국절 주장자는 나라의 기초를 흔들려는 저의를 가졌다. 건국절을 만들면 건국 이전은 우리나라가 아닌 것이 된다. 체제가 바뀐다고 그때마다 나라를 세우는 것은 아니다."

조 수석이 박 대통령을 두고 적은 글이다. "몰매를 맞아야 한다"라니 과격(?)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의 거짓말의 근간을 "개인적인 품성"이라 해석했다. 일견 지적돼 왔던 논리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이 그리도 집착했던 건국절 주장에 대해 "나라의 기초를 흔들려는 저의"라고 전면적으로 비판의 날을 세웠었다. 이쯤 되면, 자신이 모실지 모를 대통령에 대해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있던 셈이다. 이러니 'X맨'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박근혜는 "몰매 맞아야 된다"던 현 청와대 민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대구경북 공화국이라는 3공화국 핵심인사였고 이를 계승한 5공화국 때도 미스터 클린이라 불리던 사람이었는데 부산경남 정권 창출을 위해 부산지역 감정을 부풀렸다. 그리고 김영삼 정권에서 승승장구했으며 현재도 국정을 쥐락펴락하는 인사들을 주무르고 있다고 하니 통합의 정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출신과 과거사까지 훑었던 조대환 민정수석. 그러면서 그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면 나라가 지역 간에 분열되고 결국 나라는 스스로 파괴되니 지역감정 조장자는 매국노"라고 김 전 실장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조 수석은 검사 선배고 전 법무부장관이고는 중요치(?) 않았던 걸까. 압권은 "김기춘 '여성대통령에게 결례라 생각, 세월호 7시간 못 물어'라는 기사를 두고 의견을 피력한 바로 이 대목이다. 그는 X맨일까, 변절자일까.

"이런! 일반 국민이라면 모두 뭔가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수십 년간 관계를 맺어 오면서 상당기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사람이 전혀 몰랐다? 뭐니 뭐니 해도 모르고 짓는 죄가 더욱 크나니... 7시간 물어보지 못했다... 7시간 그때 당신이 대통령과 같이 있었다고 가정하자. 세월호 침몰 및 구조와 관련하여 무엇이 달라졌을 것인가에 대하여 먼저 말해 보세요."

잘 알려진 대로, 조 수석은 2015년 1월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물론, 특조위 활동 기간 동안 그의 활약(?)은 악명이 높았다. 특조위 초기 예산 수정안 제출 당시 진상규명 관련 사업의 다수를 '0원'으로 책정하는 몰상식한 행위는 물론 김재원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특조위 내부 동향을 수시로 보고하며 특조위 무력화에 앞장섰다. 그런 그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운운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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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지나치는 조대환 부위원장 새누리당 추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의 조직적인 방해로 세월호 특위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2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회의실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 3차 간담회에 참석한 조대환 부위원장이 유가족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4.16 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가족들은 "조대환 특위 부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파견 공무원의 철수를 지시했다"며 "참으로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한탄했다. ⓒ 유성호


파견된 공무원들을 모두 철수시키고, 특조위의 예산안 초안보다 대폭 축소된 예산안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세월호가 침몰하게 된 원인 분석을 위한 세부 사업 예산에 대해서는 아예 책정하지도 않았다. 이뿐만 아니라 김재원 전 의원에게 특조위 내부문건을 유출하거나 특조위 내부동향을 알리기도 했다.

클라이막스는 2015년 6월 말부터 한 달여 벌인 결근 투쟁이었다. 조대환 당시 부위원장은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이 유가족과 시민단체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을 보인다는 이유로 위원장 사퇴 특조위의 활동 중단을 요구하는 결근 투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추천 부위원장의 결근 투쟁은 세월호 유족들과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다. 조 위원장은 1달여의 결근에도 불구하고 차관급 공무원 연봉(약 1억2000만 원) 기준에 준하는 월급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 수석은 그해 7월 23일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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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방송된 JTBC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 JTBC


이와 관련, 지난 11일 JTBC <스포트라이트>는 조 수석이 특조위 부위원장 시절 내부 관계자들에게 보냈던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조 수석은 "세월호는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으며, 전리품 잔치를 하는 곳", "(세월호 진상 조사)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해수부 등 공무원들이 조사대상자로 주장하는 건 명예훼손 위법행위이고, 유가족들이 명백한 조사대상자"와 같은 막말을 쏟아낸 바 있다.

박 대통령과 김기춘 전 실장에게 향했던 화살은 그에 앞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비수로 날아갔던 것이다. 특히 김기춘 전 실장에게 쏟아낸 말들만 놓고 보면, 거의 자기 분열 수준이라 할 만하다. 한편, 조 수석은 2016년 5월, 대우조선해양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업계 경력이 전무한데다 특조위 등 정치권과의 커넥션 등의 이유로 선임된 지 사흘 만에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비일비재했던 낙하산 인사 중 한명으로 의심받기 충분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조대환 인사는 국민세금을 축내는 도둑질 인사"

"황교안 대행이 국민과 야당에 협력을 요구하려면 황 대행이 먼저 신뢰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 시금석은 조대환 민정수석 인선을 무효화하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 민정수석은 직무정지 된 대통령에게도, 황 대행에게도 불필요한 인사입니다.

박근혜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청와대로 배달되는 사이 도둑인사를 감행했습니다. 결국 헌재소장과 사시 동기이고 특검보라는 전관 이력을 가진 조대환을 개인 변호인으로 쓰겠다는 말입니다. 도둑인사이자, 국민세금을 축내는 도둑질 인사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침몰시킨 세월호 진실을 시민의 힘으로 인양해내겠다는 것이 촛불 민심입니다. 세월호 특조위 파괴자로 악명 높은 조대환 임명은 민심에 역행하는 파렴치한 인사입니다. 황 대행은 조대환 임명을 즉각 무효화해야 합니다. 이런 최소한의 조치가 없다면, 황교안 체제는 스스로 국정농단 비호 체제임을 자임하는 것이며, 야당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13일 오전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심상정 상임대표가 한 모두 발언 중 일부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조 수석의 과거 발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알았다고 해도, 결국 "헌재소장과 사시 동기이고 특검보라는 전관 이력"을 높이 사고,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7시간' 의혹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카드로서 조 수석이 활용가치가 높았을 거란 중평이다. 

조대환 수석이 X맨이든 아니든, 아마도 그의 소신대로 처신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곡학아세'의 자세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 특조위에서의 활약상을 보면 쉬이 짐작된다. 하지만, 말과 글은 수명이 긴 법이다. 대우해양조선 사외이사 사퇴가 동인이 됐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비판 글을 무덤까지 그의 곁에 남을 것이다.

조 수석은 대표적인 말과 글이 다른 검사 출신 공직자이자 곡학아세의 표본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가 앞으로 청와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그의 말과 글은 신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그의 말과 글을 취사선택해 활용할 것이다. 이럴 때 쓰는 말이 자업자득이고,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조대환 #곡학아세 #세월호특조위 #민정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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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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