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벌러덩 눕는 남편, 그게 저였습니다

육아휴직 중 아내와의 다툼... 연습장을 꺼내 들었다

등록 2016.12.14 13:39수정 2016.12.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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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까지 부인과 참 많이 다퉜다. 다툼의 이유는 가사노동 때문이었다. 부인은 육아휴직 중이었다. 아내는 내가 집에 돌아오면 똑같이 일을 하길 바라며 이야기했다.

"나도 낮에는 노는 게 아니야. 둘째랑 함께 있고, 집안일도 한다고."
"알았어."

나는 아내의 말이 있었떤 날부터 며칠 동안은 집안일을 공평하게 나눠서 했다. 하지만 퇴근 후 밤 9시, 10시까지 청소, 저녁 준비, 빨래 등을 번갈아가며 하다 보니 몸이 힘들어졌다. 몸이 힘들어지면서 작은 일로 서로 다투곤 했다. 보통 2~3주에 한두 번씩 다퉜다.

그러던 11월 14일, 아이들을 데리고 할머니 댁에 갔다. 아내와 말다툼을 하고 아이들만 데리고 간 터라 어머니가 여섯 살 첫째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는 어디 갔어?"
"아빠랑 싸웠어."

충격이었다. 말다툼을 하는 모습이 아이들에게 싸움으로 비쳤다. 대책이 필요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즉각적으로 화해했다.

"낮에 둘째 돌보느라 고생이 많지. 나도 몸이 힘들어서 그랬어. 미안해."

우리 둘은 늘 화해도 빠른 편이었다. 그러나 다툼과 화해의 반복이 멈춰야 했다. 대책을 강구하던 중 난 각자 한 일을 연습장에 나눠 적어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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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표 퇴근 후부터 칸을 나눠 집안일을 기록함. (2016년 11월 15일부터 시작) ⓒ 황왕용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일·가정 양립 지표'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에서 남성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2014년 40분으로 2009년보다 3분 증가했다. 중요한 것은 맞벌이 가구든 맞벌이 가구가 아니든 여성이 월등히 많은 가사노동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다. 그런데 가사를 공평히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은 53.5%로 조사됐다.

내가 부인과 다퉜던 이유는 바로 인식과 현실의 괴리였다. 나도 부인과 가사를 공평히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며칠은 그렇게 실천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주변 이야기를 듣고, 나만 너무 많이 하는 거 아닌가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퇴근 후 집에 들어가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소파에 벌러덩 누워보기도 했다. 실제로 피곤하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번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자고 해놓고서 내가 그러고 살고 있네.'

마음을 고쳐먹고 가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다, 다시 주변 현실에 동조하다가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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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인형 놀이 계란과 소면으로 얼굴을 꾸미는 놀이 ⓒ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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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경단 만들기 학교 역할 놀이 중 요리 수업 시간에 만든 고구마 경단. 이웃집과 나눠먹는 여유까지 생겼다. ⓒ 황왕용


통계청의 조사 결과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7%대에 그치고 있다. 나의 딸이 결혼해서는 가사를 정말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 후로는 지금 나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합리적인 삶,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부부의 삶을 위해서 노력하려고 한다.

퇴근 후 가사노동표에 한 일을 적다보니 뭐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저녁 준비며 설거지를 하다 보니 부인은 아이들과 즐겁게 놀 수 있기도 했다. 가끔은 해야 할 일이 빨리 끝나 온가족이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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