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바꾸는 것, 의외로 가까이 있다

[2016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11] <조선상고사> 읽기 네 번째 시간

등록 2016.12.16 18:26수정 2016.12.1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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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생명울배움터는 '생명을 살리는 교육'을 고민하며 2014년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습니다. 2015년에는 생명의 교육을 일구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 '나' 자신부터 교육하고자 '공적 글쓰기'를 주제로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열었습니다. 올해는 '역사'를 공부합니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이 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다시 한 번 수렴과 응집의 점을 찍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떤 걸음을 걸어왔는지, 지난 과거를 다시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시 가늠하려 합니다. [2016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생명의 교육, 역사 위에 서다] '역사-과거 현재 미래'는 9월 24일부터 2017년 1월 21일까지 총 19회 진행합니다. - 필자 주

나는 역사 선생님이다. 나는 안양 비산동 관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초중고 통합 대안학교인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에서 한국사를 가르친다. 매주 수업을 할 때마다 몹시 부끄럽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입이 턱 막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아이들이 살아갈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타인을 밟고 일어서야만 할 것 같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역사 이야기에서나 나올 법한 부당한 권력자의 불의한 행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부당한 역사적 토대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삶을 계승하고 어떤 문화와 시대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까.

한 개인의 거짓과 속임이 한 나라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는다

지난 11월 4일 열린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조선상고사> 책 토론 첫 시간 (관련 기사 : 우리는 박근혜와 최순실을 사랑할 수 있을까')에 새들생명울배움터 최봉실 대표는 "철저한 거짓과 속임이 한 나라 전체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한 개인의 거짓과 무책임함이 국가를 분열시키고 나라를 파탄낼 수 있음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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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경당 학생들이 중국 수나라 양제가 고구려를 침범했다가 패배한 후 신하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박근혜 대통령은 18년 동안 정치를 해오면서 국가만을 사랑했고 다른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국가는 사랑하고 백남기 농민은, 세월호에 갇혀 수장된 아이들은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국가 대표자의 텅 빈 사랑은 그토록 무수히 많은 국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 갔다.


역사 속에는 불의한 왕, 불의한 권력자의 행각이 너무도 많다. 악한 지도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 선덕정치를 하다가도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끝끝내 악덕정치로 돌아서는 왕도 있었다. 신라 말기에는 가렴주구가 일상이 되고 왕뿐 아니라 권력을 지녔던 모든 귀족과 관리들이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더욱 가혹한 세금을 거뒀다. 급기야 백성들은  더 이상 바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중간에서 귀족들이 세금을 가로채니 국고는 텅텅 비게 되었다. 나라도 백성도 가난했다. 권력자들은 그렇게 얻은 부로 호의호식하며 사치가 가득한 인생을 보냈다.

수업 시간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내 아이들의 입에서 탄식이 터진다.

"와~ 선생님! 진짜 이건 아닌 거 같아요."

"권력자들이 정말 나쁜 사람인 것 같아요."

아찔해지는 정신을 가다듬고 떨리는 몸을 추스린다. 저 역사 이야기가 그냥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거의 부도덕함이 지금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실과 다르지 않다.

역사를 공부할수록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는 것이 만연한 현실을 우리 아이들에게 도저히 물려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하면 힘 있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약자를 유린하는 역사를 막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힘 있는 사람들이 힘없는 이들을 배려하고 위하는 역사로 변혁할 수 있을까.

11월 25일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열 번째 세미나가 열렸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꼼꼼히 읽고 나서 든 생각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역사 선생님으로서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그야말로 사점에서 활로를 찾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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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님이 이번 세미나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 나누고 있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책, <조선상고사>는 상고적 고대사부터 삼국이 통일되는 시기까지를 다룬다. 기존에 배운 역사와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4주 동안 이 책을 읽었는데 대략 1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매주 꼼꼼히 읽어 와서 토론한다는 것은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열과 성을 다하여 읽어 왔고 또 읽은 내용을 토대로 토론하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참가자 모두가 시대의 아픔과 좌절을 극복하고 싶은 간절함에서는 한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우연은 역사적 사건과 만나 태동한다

참가자들은 많은 이야기 중 고구려 안장왕과 한주를 둘러싼 연애전쟁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 이야기는 <해상잡록>과 <삼국사기지리지> 등에 나온다.

안장왕이 태자 시절 백제 개백현을 정탐하는 중에 '한' 씨 성을 가진 '주'라는 여인을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다. 반드시 개백현을 점령한 뒤 '주'를 맞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왕위에 오른 뒤 수차례의 전쟁에도 그 땅을 점령하지 못한다. 그때 '주'의 미모에 대한 소문을 들은 그곳의 태수가 한주를 차지하려고 권력으로 협박했다. 한주는 굴하지 않고 태수를 거절했다. 결국 태수는 한주를 옥에 가둬 죽이고자 한다. 이때 한주가 절개를 다짐하며 읊었던 시가 바로 우리가 잘 아는 '단심가'이다. 훗날 정몽주가 이 단심가를 읊었던 것이다.

이 소문을 듣고 마음이 초조해진 안장왕은 장군들을 불러 개백현을 회복하고 한주를 구하는 사람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다고 했지만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을밀이 나섰다. 을밀은 안장왕의 여동생 안학과 서로 사랑했지만 을밀의 집안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허락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을밀은 다른 포상은 필요 없고 안학과 결혼하게 해 주면 된다며 개백현으로 달려갔다. 을밀은 전쟁에서 승리했고, 한주는 안장왕과 만났고, 을밀은 안학과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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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글 학생은 안장왕이 사랑하는 여인 때문에 백성들을 전쟁으로 내모는 것이 합당한지 의문을 던졌다 ⓒ 새들생명울배움터


구한글 학생은 사랑이라는 것 때문에 백성들을 전쟁에 나서게 한 것이 한 지도자로서 과연 마땅한 일인가 의문을 던졌다. 최봉실 대표는 조금 다른 각도로 이 사연을 해석했다. 만약 한주가 안장왕을 만나지 못했다면? 태수의 악행은 한주에게 계속되었을 것이다. 혹 한주만이 아니라 다른 여인도 태수에 의해서 인생이 짓밟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안장왕과 한주의 우연한 사랑이 태수라는 불의한 지도자가 평범하고 힘없는 백성을 유린하는 악행을 막는 사건으로 이어진 것이다. 안장왕과 한주의 사랑은  또 신분의 벽이라는 가치관으로 인해 맺어질 수 없었던 안학과 을밀의 사랑이 맺어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안장왕이 다른 영향까지 미리 가늠해 한주를 사랑한 것은 아니지만 한 사건은 서로 다른 사건에 이토록 절묘하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리움, 역사를 변혁케 하다

최봉실 대표는 한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역사의 복잡성을 지적하며 역사를 만들어가는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있어야 하는지를 시사했다. 한 사람의 선택이나 어떤 걸음은 미처 다 알지 못하는 무수한 영향 속에 있다. 그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인생은 보다 선한 것을 향한, 더욱 본질적인 것을 향한 그리움으로 실존적, 역사적 선택을 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움이 역사를 변혁케 하고 새롭게 쇄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봉실 대표는 이 그리움을 남녀간의 그리움으로 한정하지 않고 아득히 보이지 않는 초월적 섭리를 향한 갈급함, 의미 있는 삶에 대한 그리움, 이 모든 역사의 첫 시작이 되었던 태고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했다. 이 그리움이 우리 삶을 채우는 추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울 연(戀)' 자는 '마음 심(心)' 위에 '실 사(糸)'를 둘러싸고 있는 '말씀 언(言)'으로 이루어진 글자입니다. 이 '언' 자는 '매울 신(辛)'과 '입 구(口)'가 합해져 만들어진 글자인데 '매울 신'은 이마에 인을 치는 것을 상형화한 문자입니다. 언약을 하거나 목숨을 내어놓고 신 앞에 맹세를 하는 의미로 말 자체에 신 앞에 서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걸 토대로 '그리울 연' 자를 보면 초월적인 것 혹은 영속적인 것이 실로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인간은 근원적인 무언가를 그리워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그리움이 향해 있는 곳으로 가야만 근원적인 것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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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울 연 자를 설명하고 있는 최봉실 새들생명울배움터 대표 ⓒ 새들생명울배움터


11월 18일 <조선상고사> 세 번째 시간 (관련 기사 : '열세 뒤집은 최초의 사건,'학반령 전투'를 아시나요')에서 최봉실 대표는 부름(召)을 향해 달려가는 것(走)이 초월의 '초(超)'를 의미한다고 했다. 최대표는 부름에 따라 가는 그길을 그리움으로 가득 채워야만 의미 있는 길이 가능하며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나요? 이 땅의 역사가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나요? 우리 개개인의 그리움이 모여 역사의 그리움이 됩니다. 그 그리움은 안장왕의 사랑과 같은 사건으로 구체화됩니다.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이 서로 중첩되어 서로 영향을 미치고, 헤아릴 수 없이 길게 이어질 파장들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간절하고 애닳은 그리움이 나 개인뿐 아니라 역사를 변혁하는 강한 추동력이 됩니다."

우리나라 고대사를 살펴보면 그것이 외세의 침입이 되었든지 내분에 의한 전쟁이 되었든지, 피로 물든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쟁이 많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권력자가 내세우는 전쟁의 명분 아래 역사의 저편으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라졌다.

피로 얼룩진 역사, 권력자의 악행 속에서도 백성의 안녕을 향한 그리움으로 빛나게 한 사람이 있다. 나의 이득을 위하지 않고 너를 위하는 마음으로 생각하는 역사적 사례가 있다. 바로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다. 우리는 광개토대왕을 전쟁의 영웅, 혹은 넓고 광활한 영토를 차지하여 넓힌 존재로만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의 진가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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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 이름을 설명하고 있는 조우영 님 ⓒ 새들생명울배움터


"광개토대왕의 본래 이름을 살펴보면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인데 이 말은 '국강상 지역 무덤에 계시는, 넓은 영토를 개척하시고 나라를 평안하게 하셨던 사랑스런 큰 임금님'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고구려 사람들이 그가 죽은 후 그를 부른 정식 명칭입니다. 호태왕은 왕중의 왕이라는 말입니다. 광개토대왕은 단순히 전쟁을 잘했던 왕이 아니라 백성들을 평안하게 한 정치를 실천했던 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우영 님, 36세)

여민동락. 백성과 함께 삶을 같이 하고 즐거움을 같이 하는 왕. 백성들이 그를 부른 호칭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왕중의 왕이었다. 광개토대왕릉비에는 그 은혜와 혜택이 하늘에까지 이르고... 백성의 생업을 편안케 하였으므로 나라는 부유하고 백성은 넉넉하고 오곡이 풍요하게 무르익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보통 많은 전쟁을 치르면 승패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백성의 삶은 피폐해진다. 그러나 비문을 통해 광개토대왕이 치른 무수히 많은 전쟁은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는 전쟁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다. 진정으로 백성의 안녕을 위한 전쟁, 외부에서 침입해 오는 적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광개토대왕의 마음이고 바로 올바른 지도자의 마음일 것이다.

또 비문에는 광개토대왕이 배반하여 반란을 일으켰다가 다시 포로로 잡힌 사람들을 풀어주고 고구려에서 살게 해주었다는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자신의 묘를 지키고 청소하는 백성들이 너무 많은 품이 들까봐 한족과 예족에게 나눠서 하라는 유언을 남긴 이야기도 있다. 백성들을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는 왕이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래서 그런지 광개토대왕의 은덕을 사모하여 스스로 자원하여 왕의 군대에 입대하는 자들이 생겼다고 한다.

이렇듯 왕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력을 뒤로하고 고구려의 기상과 품격을 드높이면서도 백성들의 평안을 잊지 않았던 광개토경평안호태왕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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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의 용맹과 사랑을 설명하고 있는 김주열 님 ⓒ 새들생명울배움터


"사랑이 없는 전쟁, 사랑이 없는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고통받는 백성, 신음하는 백성을 위한 싸움이라야 그 역사가 옳게 쓰여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동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녔기에 광개토대왕은 더욱 의미 있는 싸움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김주열님, 38세)

이런 역사적 사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된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는 일반 시민에 비해 받는 유혹이 훨씬 크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권력을 많이 가질 수록 자기의 욕망을 추구하려는 마음도 더 강해진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은 이에 지배받지 않고 백성을 평안하게 하는 삶을 꿈꾸고 살았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광개토경평안호태왕은 백성이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그날을 그리워했던 것이 아닐까. 그는 채 마흔이 되지 못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자기에게 허락된 생의 날 동안 최선을 다해 백성을 사랑하고 백성의 안녕을 그리워했기 때문에 17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길지 않은 해를 보낸 광개토경평안호태왕의 이름을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의 역사, 올바른 역사가 세워지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이 깊은 사랑과 간절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을 때 올바른 역사가 세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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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뒤 느낀 점을 설명이나 노래 연극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하는 학생들 ⓒ 새들생명울배움터


"광개토대왕을 보면 백성을 가장 사랑했던 왕의 시절에 우리나라의 영토가 가장 넓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 추상적인 것을 현실로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주는 것 같습니다."

양권진 학생(18세)은 사랑의 힘이 역사를 변혁하고 새롭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의 변혁은 사랑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 완성이 된다. 사랑이 사랑으로 온전해질 때 우리는 추상을 현실화할 수 있다. 또 그 현실은 역사의 변혁을 가지고 온다. 지금 우리의 사랑이 좀 더 온전해질 수 있다면 안장왕이 한주를 사랑함으로 여러 굴곡진 역사를 극복했던 그 역사처럼 지금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를 사랑한다는 추상적 개념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구체적인 사랑을 행했다면 어땠을까? 자신 옆에 죽어가고 있는 백남기 농민을 사랑했더라면! 7시간 자리를 비울 동안 죽어 갔던 아이들을 사랑했다면! 아니, 더는 그만두고 본인이 국가 책임자로서 머리 조아려 미안하다고 깊이 사죄할 수만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아주 진실한 작은 사랑이 개백현 태수의 불의함을 물리치고 시대의 그릇된 질서를 새롭게 변혁하는 사건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개개인이 가진 사랑의 역량이 성장할 때 역사는 진보한다

역사적인 모든 혁명이 그러했다. 동학농민운동이 그러했으며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이 그러했고 87년 민주화항쟁이 그러했다. 깨어 있는 시민의 사랑과 그리운 마음의 성장이 역사를 변혁했다. 그들의 마음은 불의로 인해 죽은 '너'에 대한 애환으로 가득했고, 무지했던 '나'의 삶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것으로 변화하려는 힘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가슴 깊숙한 곳에 영속적인 것에 대한 근원적인 그리움이 있었다. 그것이 국가적인 때와 함께 맞부딪혀 역사적인 변혁을 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은 나에게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참가자들에게 커다란 성장의 과제를 요구했다. 또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의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넘어 온 대한민국 주권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한층 더 성장한 역량을 요청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역사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배움을 줄 때는 단순히 역사적 지식을 전달해 주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왜곡된 역사로 점철된 지금의 시대에서, 진실되게 책임지는 모습으로 가르쳐야 한다. 학생들을 인격적인 존재로 만나고 더 깊이 사랑해야 한다. 그런 삶의 역량을 보여주고 계승해야 한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결국 선생님인 내가 그 삶을 실제로 살 수 있어야만 살아 있는 가르침이 된다.

깨어서 생각하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옳은 일을 분별하는 사람으로, 건설적인 대안과 방안을 몸소 실천하며 내 안의 부족한 점을 근원적 그리움으로 채워 간다면, 나는 지금보다 떳떳하게 아이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거대 담론은 결국 다시 내 작은 일상 속으로 들어와 타오르게 된다. 나의 작은 일상을 꾸려감으로 역사의 거대한 책임을 지는 역량을 길러갈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삶을 살아감으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사랑하는 삶을 살도록 이끌 수 있다.

후세대에게 좀 더 나은 시대 정신을 계승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좀 더 나은 시대, 올바른 문화, 온전한 삶을 그리워하며 지금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역사가 변혁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우리 후세에게 아름다운 조국 강산을 물려줄 수 있도록, 부끄럽지 않은 문화를 계승할 수 있도록 지금 현실에서 깊은 간절함과 사랑으로 살아 가련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카페로 오시면 교육문화연구학교를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의 소감을 더 보실 수 있습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경당 바로가기(http://cafe.daum.net/kyungdang/coIz/213)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도 기고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새들생명울배움터 #광개토대왕 #새들교육문화연구학교 #역사 #과거현재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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