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대신 카메라를 든 65세 수의사

[인터뷰] 서산촛불현장에서 기록을 남기는 김신환씨

등록 2016.12.19 11:51수정 2016.12.19 11:51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진은 역사를 기록한다. 우리 사회의 기쁜 일이나 슬픈 일들을 기록한다. 최근 검찰 조사과정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진 한장은 전 국민을 성나게 만들었다. 이번 최순실씨의 국정농단과 비선실세 의혹에 따라 벌어진 두 달여간의 촛불집회 또한 수많은 기록사진을 만들어냈다.


서산 지역 촛불집회 현장에서 비가 올 때나 눈이 올 때나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기록한 사람이 한 명 있었다. 자연스레 궁금증이 생겼다. 젊은 사람들도 들기 힘든 무거운 카메라를 짊어진 그 분은 65세였다. 17일 '8차 박근혜퇴진 서산시민 촛불집회' 현장에서 서산 시민들의 분노한 모습을 담고 있던 수의사 김신환씨를 만났다.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촛불 하나하나를 촬영하고 있던 김신환씨를 '8차 촛불집회'가 끝난 후 서산 호수공원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17일 열린 '제8차 박근혜퇴진 서산시민촛불집회'에서 촬영하고 있는 김신환씨 ⓒ 신영근


-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
"서산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다. 원래 홍성에서 동물병원을 13년 운영하다가 고향인 서산으로 88년에 이전을 했다."

- 언제부터 사진을 찍게 되었나?
"69학번인데 대학 들어가서 취미로 사진을 찍었다. 한동안 잊고 지내다 78년 병원을 운영하면서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풍경사진을 촬영하다 2000년엔 꽃 사진, 2005년부터 새 사진 등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역사적으로 기록할 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역사 기록을 하는 분들이 없어서 기록사진을 찍게 됐다.

제가 원래 서산사람이고 가로림만 입구 대사면 오지리가 고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 1학년때는 흑백사진으로 풍경사진을 많이 촬영했다. 당시에는 카메라가 흔하지 않아서 교우들 사진을 많이 찍었다. 흑백으로 인화된 사진을 교우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 2005년 이후 시민운동하면서 곳곳을 촬영하고 다니셨다는데 촬영할 때마다 느낀 점은?
"그동안 많은 사진을 촬영했다. 특히 생각나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 아직도 진실이 인양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 촛불집회, 서산에 세워진 서산 평화의 소녀상,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과 비선실세 의혹에 따른  박근혜퇴진 촛불집회, 천수만지역에서 새먹이 나눌 때 등이다.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때로는 분노가, 때로는 슬픔의 감정이 든다. 그때그때 마음이 다 다르다."

- 촬영한 사진을 전부 간직하고 있나?
"그동안 촬영한 사진을 외장하드 3TB짜리 6개에 저장을 해놓았다. 제가 또 동물병원을 하다보니 동물들과 조류사진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 관련 사진 등이 있다."

- 현장 사진을 찍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전시회를 열어본 적이 있나?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홍성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시민운동이라는 것을 접했다. 홍성군에 가톨릭 농민회원이 2명 있었다. 저는 정식회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가톨릭 농민회를 후원하다가 홍성군 농민회를 만들게 되면서 사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이게 특별한 계기가 되었다.

사진은 우리가 잊어버리기 쉬운 일들을 나중에라도 볼  수 있다.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찍는다.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을지 나만 볼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끔 지난 사진을 꺼내 보면 저의 삶을 반성하고 제가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해줘서 좋다. 전시회는 다친 새를 치료한 사진을 가지고 딱 한 번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수의사가 사진전을 하는 것이 꼭 자랑질하는 것 같아서 안하고 있다."

역사적인 현장마다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김신환씨 ⓒ 김신환씨제공


- 최근 박근혜퇴진 촛불집회를 많이 촬영했을 텐데 현 시국에 대한 생각은?
"제가 69학번이고 박근혜가 70학번이다. 새누리당도 박근혜가 그런지 몰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12년 새누리당은 박정희 향수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박근혜를 대통령 후보로 내보냈다.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보수가 정권을 잡기 위해서 박근혜 같은 사람이 없으니까 출마를 시켰다. 

새누리당이나 박근혜나 도긴개긴 똑같은 사람들이다. 지금과 같은 국정농단과 비선실세의혹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것을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정상적이지 않다. 박근혜는 빨리 사퇴해야 하고 새누리당은 빨리 없어져야 할 당이다.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국민들이 절대 이것을 잊으면 안된다. 한나라당은 과거 차때기당이다. 과거 정권의 첫 단추가 잘못 꿰져서 친일이 청산되지 않아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 그렇게 슬퍼하며 울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어떻게 찍을수 있나? 앞으로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적을 가지고 국회의원이 된다고 했을 때는 절대 찍어주지 말아야 한다. 제발  이것을 잊어버리지 말고 그들에게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 앞으로 계획은?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지만 아픈 소나 가축을 고쳐주는 수의사 일이 제일 중요하다. 8년동안 천수만 흑두루미 먹이나눠주기 행사를 하고 있다. 서산시나 여러 시민단체들이 함께 하여 천수만이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가 됐으면 한다. 힘 닿는데까지 시민운동을 하고 올곧은 길을 갔으면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다함께 더불어다' 나혼자 잘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다 공평하게 사는 것을 보고 싶다. 많은 것을 정리한다는 게 당시에는 쓸모있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더불어 사는 삶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 나 혼자만 행복하는 게 아니라, 두루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소망이다.

김 원장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활동을 하고 있다. 수의사들이 새도 치료한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게 된 계기가 2007년 태안 기름유출사건때  기름을 뒤집어 쓴 채로 죽어가는 새를 환경운동연합에서 치료했던 것이라 이야기한다.

저녁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기자가 인터뷰하는 중간에 전화로 가축진료상담을 하는 김 원장에게 젊은 사람 못지 않은 열정을 느꼈다.
#서산촛불 #서산세월호 #김신환 #수의사 #시민운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