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진가 새삼스럽다"
이 시국에 손석희가 추천한 책

[시민기자와 함께 인터뷰] <지금 다시, 헌법> 공저자 윤재왕 교수

등록 2016.12.21 12:09수정 2017.02.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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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를 표방하는 <오마이뉴스>에서 '모든 시민은 서평가'이기도 합니다. 쏟아지는 신간을 지면에 감당할 수 없는 종이신문과 달리 <오마이뉴스> 책동네는 매일매일 따끈한 서평을 발행합니다. 그 가운데 주목할 만한 책 저자를 시민기자와 함께 인터뷰 해 싣습니다. [편집자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알려진 이후 이토록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나 자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문구를 들어본 적 있나 싶다. 단언컨대 없다. 지난 촛불시위 현장에서 무료로 '손바닥 헌법책'이 배포되는가 하면 방송인 김제동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유로 그가 어긴 헌법 조항을 줄줄 읊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11월 초 발간되어 일주일 판에 초판 5000부가 다 팔린 책도 나왔다. 바로 <지금 다시, 헌법>(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공저, 로고폴리스)이다. 7년 전 나온 <안녕, 헌법>의 개정판인 이 책은 헌법 열풍과 맞물려 출간 한 달 만에 8쇄까지 찍었다고. 이 책의 추천사를 쓴 JTBC <뉴스룸> 손석희조차 "지금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헌법을 시민을 위한 교양 필수라고까지 치켜세웠다.

이 책의 공저자인 윤재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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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정미


- <지금 다시, 헌법>이 지난 11월 초 발간 일주일 만에 5천 부가 팔리는 등 헌법에 대한 국민들 관심이 높아졌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책에도 설명이 나와 있지만 '헌법'은 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표현합니다. '헌법'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체질' 또는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뜻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개인의 건강상태에 적신호가 올 때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역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과연 우리는 어떠한 사회에 살고 있고 어떠한 사회에서 살기를 원하는가? 이런 식의 질문을 제기할 기회는 많지 않고, 또한 많아서도 안 됩니다. 이 질문의 계기는 당연히 '헌법파괴', '헌정질서문란' 등과 같은 헌법을 부정하고 헌법을 묵살하는 정치 현실입니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 되었다'라는 의식이 곧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에 대한 의식을 일깨우는 셈입니다.


역사적으로도 '헌법'이라는 단어보다 '헌법에 반하는'이라는 단어가 먼저 정착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헌법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눈앞에 펼쳐지는 극도의 비정상 때문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정상적인 상태인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관심에서 일어난 매우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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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헌법> 표지 ⓒ 로고폴리스

- 물론 이 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예상하고 기획된 것은 아닌 듯한데... 7년 전 낸 책 <안녕 헌법>을 절판하고 이 책을 새로 내게 된 이유가 있나.
"간혹 절판된 <안녕 헌법>을 찾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뿐, 제게 <안녕 헌법>은 연구실 책장 어느 구석에 딱 한 권 남아 있는 책일 뿐입니다. 아마 작년 말경에 차병직 변호사로부터 비슷한 형식의 책을 출간하고자 하는 출판사가 있어 기존의 책을 수정해서 내는 방법을 제안했다는 얘기를 들은 걸로 기억합니다. 그 후 올해 여름에 개정 작업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책을 새로 내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출판사의 기획 때문입니다. 물론 '시민에게 다가가는 헌법해설서'라는 원래의 의도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습니다."        

- 어떤 점을 보강하는 데 주력했나.
"개정판을 낼 때 하게 되는 통상의 작업에 덧붙여 크게 두 가지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안녕 헌법>에 비해 더 많이 소개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난 7년 동안 여론이 주목했던 사건들 가운데 헌법과 직결되는 사건들을 해당 조문의 설명에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더 많이 소개한 이유라도?
"헌법 텍스트는 다른 어떤 법보다 추상적이어서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많은 법입니다. 그 때문에 헌법에 대한 최종적 해석권한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보면 우리 사회의 헌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3명이 공저를 했는데, 각각 어떤 역할을 했다고 보면 되나.
"처음에는 각자 맡은 조문의 초고를 작성하고, 초고를 다시 서로 돌려 읽으면서 내용을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러다보니 누가 어느 부분을 썼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고의 내용이 달라졌습니다. 다만 초고를 쓴 양으로 보면 차병직 변호사가 맡은 부분이 가장 많고, 책 전체의 형식에 대해서도 차 변호사가 담당한 역할이 가장 큽니다. 표지에 지은이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배열하지 않고, 차 변호사가 맨 앞에 등장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 서문에 '감정과 이성의 헌법'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왜 헌법에 '감정'이란 타이틀을 붙인 건가.
"다시 역사적으로 말하자면, '헌법'이라는 근대의 발명품은 두 개의 혁명을 통해 성립했고, 혁명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성적인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의 소산입니다. 감정에 깃들어 있는 열정을 간직하면서도 냉철한 이성으로 미래를 기획한다는 의미에서 헌법은 그 자체로 '감정과 이성이 적절한 균형상태'에 놓이도록 만들려는 끝없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또 책에서 '한 사회가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기획하는 방법이 개헌'이라고 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직전 개헌을 언급했고, 아직 그 불씨가 남았다고 보는데... 이를 어떻게 보나.
"우리 사회에서 '개헌'은 거의 언제나 내각제/대통령제의 프레임 속에서만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이 국민주권의 표현이고, 주권을 위임받은 정치권력에 대한 제한장치라는 원래의 의미를 충실히 받아들인다면 '권력구조의 변화에만 집중된 개헌논의'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책에서 밝힌 것처럼 기본권과 관련된 내용과 같이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국민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헌이 이루어질 필요는 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장기간의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제기한 개헌논의는 정치적 기회주의의 표현일 뿐, 헌법에 대한 진지하고 진정성 있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른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개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표현을 쓰는데, 다른 나라 헌법과 비교해 볼 때도 우리나라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 '제왕적'이라고 볼 여지는 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헌법을 무시하고 헌법 바깥에서 권력을 남용한 것일 뿐입니다. 다시 말해 헌법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초헌법적·탈헌법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것이 문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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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 연합뉴스


- 책 내용을 보면 실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부분들이 있다.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몇 가지를 든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헌법의 조문을 더 가다듬었으면 합니다. 책의 여러 곳에서 지적했지만 이른바 '최고의 법'에 걸맞지 않은 비문이나 어색한 문장들은 더 유려하고 이해하기 쉽게 바꾸었으면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기본권 관련 조항들, 특히 사회의 양극화라는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헌법적 의지가 표출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라고 표현되는 내용도 더 명확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 하나는 헌법재판소의 위상과 관련된 것인데, 적어도 이 제도 자체의 존재 의의를 인정하는 한, 헌법재판소(제6장)를 법원(제5장) 다음에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은 체계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1960년 제3차 개헌에서 헌법재판소가 신설되었으나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폐지가 되고 맙니다. 이어 1987년 제 9차 개헌에서 일종의 정치적 타협으로 한법재판소가 부활하는데요. 민주주의에 기여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기대에 힘입는 제도이긴 하지만 이 제도의 역사적 연원을 따져볼 때 헌법재판소에 '최고법원'의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연히 재판관의 구성이나 임명 절차 역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 헌법재판소에 '최고법원'의 지위를 부여하자는 주장인가. 지금과 어떤 게 달라지는 건지 궁금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국민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지 않고, 그 때문에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헌법재판소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다든가 역시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에 대해 심판을 합니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헌법재판제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를 처음으로 만든 오스트리아나 이 제도를 가장 섬세하게 발전시킨 독일에서도 같은 의문이 제기되곤 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일단 헌법재판제도를 운영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이 제도의 역사적 동기나 제도적 취지에 맞게 '최고법원'의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입니다. 아주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정부나 대법원이 헌법재판소를 '한 수 아래'로 여기는 것은 이 제도의 의미와 기능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 책으로 다시 읽는 헌법은 굉장히 새로웠다.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으며 고용임금 및 근로조건에 있어서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사회적으로 남녀 임금 격차는 물론 남녀 차별을 넘은 사회적 문제들이 너무나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세월호 사건에서도 알 수 있는 국가가 당연히 해야하는 역학들에 대해 그동안 너무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도 싶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하다.
"약간 찬물을 끼얹는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 모든 것들이 헌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고 해서 실제로 현실이 헌법에 쓰인 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헌법은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들 가운데 거의 대부분은 이 헌법이 제정/개정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헌법이 우리의 삶에 의미를 갖는 이유는 우리의 삶이 최소한 헌법에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는 확신과 이 확신을 현실로 옮기는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실천 과정은 수없이 많은 조건들이 충족될 것을 전제합니다. 예를 들어 정치적으로 늘 깨어 있는 시민, 적절한 경제적 부의 축적 등등. 그 때문에 헌법과 헌법 현실이 일치하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국가들은 역사적 우연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적어도 이 점에서는 헌법은 시민에게도 상당히 많은 부담을 주는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치권력에 대한 통제와 제한이라는 헌법 본연의 기능과 의미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이 모든 과정의 선행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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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헌법> 책 가운데 헌법 65조 [탄핵소추권과 그 결정의 효력]에 대해. 사전적 의미로 탄핵은 잘못을 조사하여 책임을 묻는 일이지만, 헌법적 의미의 탄핵이란 '공직으로부터의 추방'을 말한다고 풀이해 놓았다. ⓒ 최은경


- 서문에서 이 책이 '시민의 교과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잘 활용했으면 좋겠나. 이 책의 뽕(?)을 뽑는 법 5가지 이런 게 있다면 알려 달라.
"책은 저자의 손을 떠나면 그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전적으로 독자들의 몫입니다. 저는 저자보다는 독자가 훨씬 더 현명하고 이성적이라고 믿습니다. 이 점에서 제가 이 책의 활용법을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 책이 '주석서'(원전이 되는 책의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한 내용을 담은 책)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가지 말씀을 드릴 수는 있습니다.

법률가들에게 주석서는 첫 페이지에서 시작해서 끝까지 읽는 책이 아니라, 필요한 조문에 대한 주석을 찾아보기 위한 책이고, 다른 문헌들을 찾아보기 위한 출발점이 되는 책입니다. 많은 독자들이 그러시겠지만 구체적 상황의 필요에 따라 예컨대 '대통령에 대한 형사소추' 또는 '탄핵' 등에 관련된 조문을 먼저 읽어보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주석서 활용법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헌법의 가치'에 대한 소견을 듣고 싶다.
"'헌법'이라는 짧은 단어에서 가장 거슬리는 단어는 '법'입니다. 우리가 번역해서 사용하고 있는 이 단어의 서양언어에는 원래 '법'이라는 의미가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한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상태를 뜻하기도 하고, 추상적 차원에서는 틀, 구조를 뜻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의미는 '만들다/구성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헌법은 단순히 하얀 종이 위의 검은 글씨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서 하나의 구조로 정착시킬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어떠한 실천이 뒤따라야 하는지를 깊이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이 헌법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가치입니다.

조금 과장하자면 '헌법을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한 실천 역시 헌법이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헌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상태는 우리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 궁극적 조건은 아닙니다. 어쩌면 헌법에 대해 별로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가장 헌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하는 데에도 상당히 많은 피와 땀을 바쳐야 했고 지금도 바치고 있는 것이 인류의 과거이자 현재입니다."   

[시민기자가 묻는다]

[서평] 김제동이 줄줄 외는 헌법, 어렵지 않습니다 쓴 노지현 시민기자

- 현재 헌법이 유린당한 상황 속에서 많은 정치인이 '헌법과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자신의 의견을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헌법과 법치주의란 무엇일까요?
"'헌법'과 '법치주의'라는 단어가 정착한 시기는 국민이 국가와 정치의 영역에서 전면에 등장한 때입니다. '국민주권'이라는 단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단어들 모두 정부의 권력을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의 표현이었습니다.

따라서 헌법이 됐든 법치주의가 됐든 법을 지켜야 할 주체는 정치권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법치주의'라는 표현을 쓸 때, 정부가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위협하는 데 자주 써먹지만, 역사적으로도 그렇고 오늘날의 의미에서도 그렇고 법치주의는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정치권력이 헌법을 포함한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법이 왜 있는가?"라고 물으면 - 적어도 근대 이후의 세계에서는 - 1차적으로 '권력을 행사할 과제를 담당하는 자들이 법에 따르도록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라고 답해야 맞습니다. 헌법 역시 법치주의의 의미와 일치합니다. 즉 헌법을 지켜야 할 자는 1차적으로 정치권력을 행사하는 자입니다."       

- 개인적으로 우리가 한국사만 아니라 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의무 교육 과정에서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여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법을 지킬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헌법을 포함해서 법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낮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법을 지켜야 할 사람이 먼저 지키지 않는 탓에 법에 대한 불신이 강합니다. 법은 법대로, 현실은 현실대로 따로 놀 경우 법이 차지하는 공간은 좁아지고, 법에 대한 교육이 갖는 의미도 크지 않게 됩니다. 물론 (헌)법과 (헌)법현실 사이의 간극이 좁아지도록 만드는 실천의 한 방법으로서 법교육에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서평] 지금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 쓴 김신 시민기자

-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받아들이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은 어떻게 다를 것이라 생각하시나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에는 제가 한국에 있지 않아서 현재의 탄핵과 비교해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경우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었고, '불법'인지조차 불확실한 일회적인 사건을 전제로 삼았던 것과는 달리,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거의 '체제불법'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다수의 불법행위로 점철된 바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이 더욱 더 '법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헌법은 헌법일 뿐 헌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생각들이 많은 듯합니다.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요?
"질문을 '문지기는 누가 지킬 것인가?'로 바꾸어 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현재의 상황이 헌법이나 제도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헌법과 헌법제도를 무시한 사람들의 행위가 문제의 원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정치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헌법은 권력분립을 규정하고 있고, 이 권력분립원칙의 내용 가운데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 행정의 분리입니다.

그러나 분리원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이 분리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또 다른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헌법이 제대로 된 '법'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의 정치의식과 정치문화 등등 상당히 많은 요인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역사적 사실에 비추어 볼 때, 헌법의 실현을 위한 헌법은 옥상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시민의 깨어 있는 정치의식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 헌재의 박근혜 탄핵안 심판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심정은 다소 불안해 보인다. 현행 헌법재판소 운영의 문제점은 없는지?
"책에서도 밝혔듯이 현재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구성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헌법재판제도가 과연 민주주의에 부합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고, 저 역시 이 제도가 정치의 문제를 사법(司法)에 맡긴다든가 사회공동체에 대해 훈계를 일삼는 '아버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헌법재판제도가 헌법과 민주주의의 수호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단 이 제도의 존재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확인할 수 있다면, 헌법적으로도 그에 걸맞은 위상을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재판소 운영의 문제는 기술적인 문제라서 이러한 선결문제가 해결된 이후에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다시, 헌법

차병직.윤재왕.윤지영 지음,
로고폴리스, 2016


#지금 다시, 헌법 #윤재왕 #헌법 #헌법재판소 #김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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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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