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몸 불사르겠다" 반기문에
"정치 기웃하지마" 안희정 작심발언, 왜?

[게릴라칼럼]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록 2016.12.21 20:59수정 2016.12.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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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기자회견 하고 있다. 반 총장은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쾌하게 답변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제 한 몸 불살라서라도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등의 말을 되풀이해 사실상 대권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연합뉴스


"반기문 총장님... 정치 기웃거리지 마십시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직격탄은 거침없었다. 수위도 셌고, 대부분이 직언들이었다. 21일 오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서너 시간 후 공개된 작심 발언이었다.

"중부권 대망론과 친박계의 추대론을 은근히 즐기시다가 탄핵 바람이 불어오니 슬그머니 손을 놓고 새누리당 깨져서 후보 추대의 꽃가마가 당신에게 올 것이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하는 길에 정당이 뭐가 중요하냐고 일갈하십니다. 저는 평생 민주주의와 정당정치를 해 온 사람입니다.

오늘 비록 여의도 정당정치가 온통 줏대 없는 기회주의, 철새 정치의 온상이 되었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정당들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책임정치를 할 때 저 촛불 광장의 민의는 영속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 한 번 해보시겠다는 분들이 대선 때마다, 총선 때마다 유불리에 따라 당 간판을 바꾸고 대권 주자 중심으로 이리 뭉치고 저리 뭉쳐서 원칙 없는 떴다방식 기회주의 정당 정치를 하는 것이 문제이지 민주주의 정당정치-책임정치가 필요 없다는 말은 아닐 것입니다."

안희정 지사, 반 총장에 대한 '불쾌감'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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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자시가 21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반기문 총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면서 안 지사는 반 총장을 "신의 없는 사람", "기회주의 정치(인)", "낮은 (정당) 민주주의 인식"이라며 연타를 날렸다. 같은 충청권 대선 후보인 안 지사의 이 같은 직설은 이달 말로 유엔 사무총장의 임기를 마치는 반 총장이 탄핵안 국회 통과로 업무가 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여당 내 친박 정치인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최근 '측근정치'를 통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론에 언급하고 있는 것에 대한 직접적인 불쾌감의 표시라 할 수 있다. 안 지사는 지난 6일 인터뷰에서도 "당신을 외무부 장관 시키고 UN 사무총장까지 하는 데 노무현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절대 잊어선 안 됩니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자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그 슬픈 죽음에 현직 대통령 눈치 보느라 조문조차도 하지 못했던 분입니다. 이제 와서 변명하십니다. 대통령 서거 2년 뒤, 몰래 봉하 묘역을 다녀왔으며 해마다 1월 1일이면 권양숙 여사께 안부 전화를 드린다고... 솔직히 그 말씀을 듣는 것조차 민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중략).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의 죽음 앞에 조문조차 하지 못하는 신의 없는 사람, 태평양 건너 미국에 앉아서 이리저리 여의도 정당 판의 이합집산에 주판알을 튕기는 기회주의 정치 태도, 정당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는 수준의 낮은 민주주의 인식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수 없습니다.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않는 것이 한국 최초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했다는 국민과 우리 충청의 자부심을 훼손하지 않는 유일한 길일 것입니다. 감히 그리고 간곡히 드리는 저의 말씀을 고까와 마시고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반기문의 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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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써치가 실시한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반기문 총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고수하고 있다. ⓒ 알앤써치


앞서 반기문 총장은 20일(현지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 특파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부분의 회견은 이 간담회 내용을 두고 "사실상 대권 도전 선언"이라 보도했다. 기자회견에서 반 총장은 "10년 사무총장 임기 동안 배우고 보고 느낀 게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이 한 몸을 불사르고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란 표현만 없었다. 하지만 "이 한 몸을 불사르겠다"는 표현에서 대권에 대한 강한 의지가 읽힌다. 안 지사의 비판 역시 이러한 강한 표현에 대한 반발이라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안 지사의 장문의 직설은 반 총장의 이날 기자회견 내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과 다름없다.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 서울의 정치 상황이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1월 중순 귀국해서 각계 지도자 만나보겠다. 국민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우려와 실망감, 좌절감은 현재 정치를 하고 계신 분에 대한 여러 불만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 여러분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같은 반 총장의 발언은 다분히 대선후보 여론조사 지지율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알앤써치가 실시한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반기문 총장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고수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9.2%, 반 총장은 23.4%를 기록했고, 3위인 이재명 성남 시장은 10.9%로 격차가 벌어졌다. 2주 연속 상승한 반 총장의 지지율은 박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 결집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반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특유의 화법을 확인시켜주기도 했다. 직접적인 표현은 비껴가면서도 반복과 강조를 통해 우회적으로 대권 도전을 재확인 했다. 반 총장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동시에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비박과 친박이 무슨 소용인가"라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거취는 열어둔 것이다. 일문 일답 내용 중 "어떤 계층과도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안 지사가 "낮은 민주주의 인식"이라 대놓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저를 완전히 대통령 후보라고 생각하고 질문하시는데 아직도 11일 임기가 남아 있다. 대외적으로 그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모든 것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미력한 힘이지만 어떤 계기가 되던지 국가의 발전을,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하면 몸 사리지 않을 것이다(중략)

이런 (사회적) 적폐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 같이 진솔하게 검토해서 고쳐야 한다.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정당이 무슨 소용인가, 비박, 친박이 무슨 소용인가. 저는 저 자신을 낮추고 사적인 생활은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로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뛰었다. 능력 부족으로 다 성취하지는 못했다. 저는 비판과 칭찬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계층과도 시간 장소 가리지 않고 만나겠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기자회견 일문일답 중)

반 총장, 대선후보로서의 '진정성'을 증명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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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 1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더불어민주당 우상호·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면담한 자리에서 내년 1월 중순 전에 귀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국회


반면, 반 총장의 이러한 기자회견에 정치권은 러브콜을 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1일 국민의당 김동철 비대위원장은 반 총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우리와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반 총장이나 정운찬 전 총리는 국정경험이 풍부하고, 그런 경험을 국가를 위해서 활용하겠다는 것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한다"고 논평했다.

그간 설왕설래했던 국민의당의 '제3지대론'과 '반기문 영입설'에 힘이 실리는 발언이라 할 만하다. 현역 정치인 중 가장 발이 넓은 것으로 평가받는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에 제가 그쪽(반 총장 측) 이외의 인물로부터 반 총장이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으로 가지 않고 국민의당에 굉장한 흥미를 갖고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경선"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름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 천정배 전 대표,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정운찬 전 총리, 반 총장 이런 분들이 강한 경선을 해서 국민에게 후보를 선택할 기회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반 총장 측에) 전했다"고도 말했다. "상당히 좋은 반응이 있었다"는 희망(?)적인 전언도 덧붙였다.

새누리당도 애가 타는 모양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탈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에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며 "(귀국 이후)반 총장과 함께할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이 상당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반기문발' 제3지대설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 아직 속단은 이른 것으로 보이다. 이날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3지대 탄력설은)정치 호사가들의 만담 수준"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한편으론 맞고, 한편으론 틀리다. 일명 '기름장어'란 닉네임에 걸맞게 반 총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확답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반기문 중심'으로 제3지대 개편을 하기 위해 빠르게 돌아가는 여권과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 내 지형을 귀국 후인 내년 1월까지 고려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또한 탄핵 이후 여론 추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후보로서의 존재감을 표출하기 시작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선후보로서 진정성을 국민들에게 확인받으려면, 먼저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의 비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간 일었던 비판과 '우려'들에 대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이 먼저 아니겠는가.   

"반 총장은 재임 기간 동안 눈에 띌만한 업적이 없었다는 해외의 비판이나 불필요하게 국내 정치에 관심을 두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 대한 성찰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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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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